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혹성 38호 어떤 나라 영의정 나으리께서

노인들이 전철을 무료로 타는 것에 대해서 깊이 깊이 고민 한 후에

부자 노인에게 무료 전철 티켓을 주는 것은 과잉 보호인것 같다는

말씀을 아주 아주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한 적이 있다.

 

에, 그러니까, 부자 노인은 돈 내고 타고, 가난한 노인은 무료로 타는 것이

좀더 아름다운 사회 현상인것 같다는 매우 사려깊은 말씀 이셨다.

아아 얼마나 아름다운 발상 이신가.

 

그러자 그 나라 백성들이 이를 쌍수를 들어 환영하면서 이에 화답하다

 

에, 그러니까 부자 국회 의원, 부자 영의정, 부자 판서님들도

월급을 가난한 공무원에게 양보하심이 어떠 하올런지

그러니까 부자 나으리들은 월급을 가난한 서민들께

양보하시어 더욱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시옵소서~

 

그리고, 영의정 나으리가 받으실 연금, 그런거, 그거 굶어 돌아가실 형편도 아닌데

그것 역시 극빈층 서민들께 양보하시고

전철 타고 다니시길

 

 

온나라 안에 이런 노래가 울려퍼지자, 사려 깊으신 영의정 나으리께서

맞는 말씀이오 맞는 말씀이오,

자식 시집 장가 보낼때, 내가 돈이 없어서 억대의 돈을 언니한테 꾸어다 쓸 정도로

나는 가난뱅이였소. 나는 돈이 없으니 연금 받아 살으려오~ 이렇게 후렴을 하시다.

 

 

나는 그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모르오~

나는 그 영의정이 누군지도 알지 못하오~

나는 그 별이 어디있는지도 모르오~

나는 오늘 메트로 비용만 6달러가 들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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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학교 점심 '무상 급식'에 대한 찬반 이론이 비등한 것으로 보인다. (난해하다.)

 

미국에서 두 아이를 초등학교부터 대학 교육까지 시키고 있는데 (한놈은 중학생으로 시작했고, 한놈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시작했고), 우리 아이들은 내가 도시락을 챙겨 주거나, 여의치 않을때는 학교 식당에서 돈 주고 사먹거나 여태까지 그래왔다.  사실은, 내가 학생 신분이던 시절, 우리 아이들은 무상 급식 대상자였다. 학년 초에 (혹은 입학 할때) 학교에서 각종 서류를 보내주는데, 그 많은 서류 중에는 '무상 급식'에 관한 것도 있었다.  혹시 수입이 적어서 아이들 점심을 챙길 형편이 안되면 관련 서류를 제출 하라고 한다. 그 서류를 제출하면, 그 아이는 학교 식당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는데, 무료로 먹게 되는 것이다.  서류라고 해도 뭐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관련 용지에 이러저러한 것을 적어 내면 된다.  (학교에서는 해당 학생에게 PIN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 - 간단히 핀넘버 라고 하는데 그 번호를 부여해주고, 학생이 점심 먹을때 그 핀넘버를 찍으면 된다.  (사실 내가 이거 안해봐서 잘 모른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 분명히 영세한 학생이니까 내 아이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무료로 먹을 '자격'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자격'을 누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애들 밥값 갖고 애들 자존심에 상처 주기 싫었다. (우리 한국인들이 근성이 있어서, 밥 얻어 먹는거 무척 싫어한다. 뭐 무상 급식이 '얻어먹는것'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말이다.)

 

프로 풋볼 선수로 유명한 하워드 하인즈(?). 그 분 어머니가 한국인이신데, 미국땅에서 혼혈아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고생 많이 하셨다고 한다. 이분 역시 자식 자존심 상할까봐 그 '무료급식' 받지 않았고, 각종 사회복지 기금도 신청 안했다고 한다.  그 정신으로 자식을 잘 키워 내셨을 것이다.

 

그러나,

애들 자존심 상할까봐 무료 급식 안 받은 나의 태도나 하워드 하인즈 어머니의 태도만 옳은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친구는 자기 자식이 학교에서 무료로 점심을 먹는 것에 대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영세민이니까 영세민이 누리는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논리였다.  나 역시 그것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속이 좁아서 그걸 못 누리는 것이지. 성격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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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가 90을 넘게 사셨는데,  노인에게 제공되는 버스 할인요금 이런거 일체 요구 안하셨다. 남들처럼 돈 다 내고 타고 그러셨다.  왜?  "치사해서."  할아버지 논리는 "내가 돈 있는데, 치사하게 그까짓거 몇 푼 된다고...다 내고 말지."  나는 아무래도 할아버지와 같은 종류의 인간일 것이다. 치사해서 관둔다는거다. 그런 사회 복지에 기대느니 안 받고 만다 이거다.

 

몇해 전에 한국에 가니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노인들께서 몇가지 복지 혜택을 누리시는 것 같았다. 우리 나라 정말 좋은 나라구나 했다.  그런데 우리 엄니가 "난 그냥 돈 다 내고 표 사고 말어.  늙은이가 공짜 바랜다고 뭐라는 것 같아서..." 이러시는거다.  그래서 내가 우리 엄니한테 설명을 해 드렸다:

 

  "엄마, 엄마가 공짜를 그냥 누리는게 아니야. 잘 생각해봐. 엄마와 아버지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일꾼이었고, 평생 나라에 세금 꼬박꼬박 바치고 살아온 일등 국민이야. 엄마는 탈세 한푼 한적이 없고, 하라는 것 다 하고 살았어.  그러니까. 지금 이런 복지도 누리게 된 것이지. 그러니까 엄마가 공짜로 이런것을 받는 것은 아니야.  사회에서 뭔가 제공하면 그것을 누려도 돼.  그대신 엄마는 다른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면 되는 것이지. 엄마와 할머니 세대가 없었다면 지금의 영화도 없는거야. 그러니까 엄마는 공짜로 받는게 아니라 누릴 자격을 누리는 것이야."

 

얼마 전에 갔더니, 엄마가 무슨 카드를 보여주신다. 그걸 갖고 있으면 전철을 무료로 탄다고.  드디어 엄마가 누릴 것을 누릴줄 알게 되셨구나 했다. 나보다 더 용기 있으시다.

 

사회적 약자들이 누리는 몇가지 되지도 않는 복지를 떼어다가 뭘 어쩔 것인가?

결국 찾아낸 해법이란것이 고작 이런 것인가?

어차피 그 많은 전철 계단 무서워서 노인들은 전철도 버겁다 하시더라.

노인 복지 시설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는다. 전철표......, 그 알량한것을 빼앗으러 드는가?

뭐, 얼마나 선진국 만들건데?

 

(어차피, 나으리께서는 전철 따위 안 탈거쟎아요, 나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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