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메릴랜드 대학에서 열린 학회 행사에 참석했던 내 학생들.
이들이 '우물' 밖 세상을 보고 나서 한 얘기 중에는 자기의 재발견에 대한 내용이 많이 있다.
이 학생들이 조그만 대학원 프로그램에 소속하여 학교만 왔다 갔다 하면서 공부하면서, 자기 스스로 그린 이미지가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 내가 하는것이 뭐 대단할게 있는가.
그런데 막상 나가서 학자들이나 박사과정 학생들이라는 사람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나서, 이들은 어떤 자신감을 얻었다. "저 사람들 하는것도 뭐 대단할게 없네..."
대개의 학생들이 '우물 안'에 있을때는 그런 생각들을 품는다.
나는 작아보이고, 남은 커보인다.
내가 대학원 다닐때도, 나는 석사 과정때 지역 컨벤션에서 마이크를 잡았었는데,
나보다 훨씬 똑똑한, 내가 진정으로 존경하던 내 박사과정 친구들은 그 작은 지역 컨벤션도 겁을 냈다.
내가 석사때 갔던 깜냥으로, "별거 아니더라, 우리 한번 이번에는 팀으로 나가보자" 할때도, 내 친구들은 머뭇거렸다. 그 놈중에 하나가 지금 터키 최고의 국립대 교수로 일하는 도안이고, 또 하나가 지난주에 만났던 친구이다. 나보다 두뇌 명석하고 학문적으로 깊이 있었던 친구들. 그들은 막연히 겁을 냈다. 결국 우리 셋이 팀이 되어 발표를 했는데, 지금도 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밤새 내 차로 달리며 킬킬대고 수다 떨던 기억. 돌아올때는 내가 파김치가 되어 도안이 내내 운전을 했었다. 지금 이들은 나보다 빛나는 학자가 되어 자라고 있다. (나는 내 친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나는 작아보이고 남은 커보인다.
내 학생들이 학회에서 직접 보니, 엄청나게 대단할거라고 상상했던 프레젠테이션들이 우리가 수업중에 진행하는 것보다 짜임새도 약해보이고 부실해 보이더라는 것이다.
큰 행사에 가서 내 학생들은 "나도 대단한거네"라는 자각을 하고 왔나보다.
...그래...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그것이었다.
내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을 참 잘한다.
팀워크 능력도 뛰어나다.
내가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학생들은 팀워크를 부담스러워한다. 남과 함께 일을 하며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보도 해야하고 도와주기도 해야하고, 성질 나는 것도 참아야하고. 뭐, 일단 팀원들이 호흡이 맞지 않으면 팀워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고, 그 결과물도 기형적이 된다. 내 수업에서 한두번 이런 고충을 겪고 나면, 이들은 손발을 맞추는 기술을 익히게 되는듯 하다. 나는 팀원들이 고착되지 않게 이리저리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늘 새로운 파트너와 호흡을 맞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발표를 하게 될때, 프레젠테이션이 완벽하게 진행되는지 그것도 평가를 한다.
이렇게 단련을 받으면서 매주 뭔가가 진행이 되는데, 이런식으로 교육 받다가 바깥 세상에 나가보니, 다른 사람들이 진행하는 것의 장단점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겠지. 내 학생들은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자신과 견주어 보고 자신감을 얻어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가 학교에서 하는 것들이 간단한 것이 아니었네" 하는 자각과 함께.
어제 챔버스 교수의 수업을 내가 진행했는데, 중간고사 대신에 주어진 데몬스트레이션. 팀별로 20분 안에 특정의 발음교육 모형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교수는 내용과 형식을 평가하는 것이다. (어차피 챔버스 교수의 수업 실러버스도 내가 짜 준것이므로 나는 내용 파악을 다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손발을 맞춰서 눈부시게 잘 해냈다.
학생들을 보면서 -- 돌아가신 챔버스 교수가 수업을 정말 착실하게 잘 해내셨구나--생각했다. 학생을 보면 교수를 아는것이지.
팀별로 소소하게 문제점을 지적해주긴 했지만, 학생들이 모두 잘 해냈기 때문에 따로 감점을 줄 것도 없이 모두들 만점 처리를 했는데, 전체 평가를 할때 내가 특별히 덧붙인 것이 있었다.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를 소개합니다. 이분들은 가산점 1점 추가."
전체 학생중 1/3 쯤을 호명하여 일으켜세웠고 모두 박수를 쳐주었다.
학생들은 예기치 않았던 '베스트 드레서' 선정에 깔깔대고 웃었다.
내가 선정한 베스트 드레서들은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특히 옷을 신경써서 입고 온 분들이었다.
꼭 멋쟁이, 명품, 근사한 옷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옷중에서 특히 신경을 써서 고른듯한 차림. 나는 그것에 주목했다. 이분들은 발표 내용 뿐 아니라, 자신이 이 프레젠테이션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옷매무새로 보여준 것이다. 계절에 안 맞는 듯한 정장 차림. 남이 보면 웃고 말겠지만, 나는 이를 높이 평가했다. 촌스러워 보인다고? 이 사람의 진지함이 내 눈길을 끄는데...
진지한 태도, 정성스러운 준비.
프레젠테이션에서 우리를 감동 시키는 부분은 두가지이다.
1) 일단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의 노고를 읽게 된다
2) 발표 자세가 충실해야 한다. 화법이나 제스처 외에도 그 사람의 옷매무새가 우리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발표하러 나타날때 실내복같은 추리닝을 입고 온다면 그것이 아무리 비싼 옷이라고 해도, 일단 프로페셔널리즘에 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단련을 시켜서 내보내면, 최소한 기본은 한다. 나머지는 각자 역량껏 알아서.
제 마음을 흔드는 글이네요. 팀웍과 프리젠테이션 하는것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중요성이요. 그리고 베스트 리슨어 상도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 발표를 경청하고 좋은 질문이나 제언을 던지는 자에게 주는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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