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7일 수요일

조지타운 다녀 오는길, 가을.강.

 

 

 

 

 

 

조지타운의 시계탑 건물.

이 시계는 약 30분 느리다. 

그러니까  여기 도착하여 이 사진을 찍은 시각은 오후 세시 45분쯤이다.

 

 

오락가락 하는 날씨.

흐리다가

비가 쏟아지다가

쨍하고 밝아지는 것이 반복된 하루였다.

기온은 늦여름처럼 더워서 모두 반팔 차림이었다. (나도...)

그러니까,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기도 했다.

선선하고 촉촉하고, 바람도 불어주고, 그늘도 있고. (가끔 비도 맞고)

 

 

 

 

 

강가에 앉아서 흘러가는 강물 쳐다보는 것이 내 사는 낙이다.

나는 물이 좋다.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는것도 좋고, 호숫물도 좋고, 개울이 깔깔대며 흘러가는 것도 좋고, 그중에 으뜸은, 파도. 파도 쳐다보기. 파도 소리 듣기.

 

전에 무슨 과학 기사를 봤는데, 섹스를 즐긴 최초의 생명체는 물고기라고 한다. 고생물학자들이 연구 했겠지. 물고기의 기관중에 섹스를 즐긴것을 증명할 만한 기관이 있다는거다.  글쎄, 물 쳐다보면서 그런거 골똘히 생각하고 그런다... (뭐냐 ..나?)

 

아, 원래 지구상 생명체의 시원이 '물'이었다고 하니까...

 

 

 

 

내가 포토맥 강변을 숱하게 걸으면서, 아래와 같은 광경은 오늘 처음본다. 

뭐냐하면, -- 물안개.

물안개는 보통, 아침 나절에 퍼지는 것인데,

오늘은 오후 네시 반쯤.

날이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하면서

강변에 이런 물안개가 깔리더라.

 

강변에는 늘 이런 현상이 일어나겠지...

내가 그동안 발견을 못 한 것일뿐.

 

 

 

길을 걷는데, 갑자기 쨍하고 세상이 밝아졌다.

그리고 주위가 온통 황금빛으로 빛났다.

나는 이 사진을 찍어놓고 제목까지 달아놓았다.

'황금동굴'

 

나는 지금부터 황금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거야.

그 동굴속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존재가 있어.

그가 내게 손을 내밀어 우리가 손을 맞잡으면, 나의 번뇌가 황금이 용해되듯 물이되어 사라지는거야....

 

 

 

 

빗물에 젖은 낙엽도 지나고

 

 

 

 

터벅터벅 걸어서 집에 왔다.

 

땀흘리고 걸으니 머리가 개운해진다.

나는 황금의 동굴에서 황금의 존재를 만나, 내 번뇌를 씻고 나온거야.

 

집에와서 메일 체크해보니, 대학원 동기 '라민'의 메일이 와 있다.

젠킨스 교수가 돌아가셨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내가 전공한 그 학과를 열으셨던 분이다.

현재 플로리다주립대 어학원을 세운 분이기도 하고.

가을은, 운명하기에 적당한 계절이기도 하다. 낙엽도 떨어지고, 사람도 떠나고...

 

한번 왔다가, 가는 거라서, 요즘은 어떤 죽음에 대해서도 담담한 편이다.

특히 노인의 경우, 고생 안하시고 돌아가시면 하늘의 복이라고 여기는 편이다.

낙엽이 스르르 지듯,

꽃잎이 하늘하늘 지듯

그렇게 곱게 떠나는 일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애도를 보낸다.

 

 

 

 

댓글 4개:

  1. 황금동굴도. 물안개도 좋아요. 오늘 집에 들어오는데 동네가 온통 노랗고 빨갛고 환타 오렌지 색이에요. 셰난도 보다 우리동네가 더 이뿌더라구요.나뭇잎들은 죽으면서도 참 이뻐요. 너무 노란 나무 쳐다보고 있다가 눈물날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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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축복이지요..천혜의 자연을 끼고 산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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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과씨 - 2010/10/28 12:44
    이 일대가 기후가 온화한 편이라 단풍 색이 짙지가 않아요. 온통 황금빛 일색이지요.



    한국의 내장산이나 캐나다의 핏빛 단품을 여기서는 기대하기 힘든데요...



    뭐랄까, 저는 현지 적응을 기가막히게 잘하는 편인것 같아요. 은은하고 부드럽게 단풍이 지는 이곳의 연한 가을 잎에 대해서 푸근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은은한 황금색으로 곱게 엎드리는 가을이 편안하게 느껴져요. 여기가 내집 같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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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미순 - 2010/10/28 23:36
    예.

    저는 자주, 내가 얼마나 '특혜를 받는 존재'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어느때는 혼자서 "나는 내가 부러워"라고 종알거려요. 너무 좋아서... 이곳의 삶이. :)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집으로 가겠지만,

    이곳은 그냥 '축복'입니다.



    이렇게 많은 축복을 받았으니, 이걸 어떻게 갚아야할지 막막하지요 뭐...





    어쩌면, 내년 가을에 나는 지구의 정반대편에서 이 가을을 회상할지도 모르고요. 그때는 또, 그곳의 가을이 참 좋다고 혼자 노래부르고 있을겁니다. 어딜 가나 바로 적응하는 종자라서~ :) 하루하루가 마지막인거지요. 여기 떠나면 언제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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