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7일 일요일
지팔이가 오랫만에 집으로 올라와서, 오랫만에 아이들을 모두 앞세워서 외출을 했다. 지팔이가 집 떠나 살더니 행동거지가 의젓해 진것도 같고.
펼쳐두기..
이번 연구 발표는, 작년에 내 조교를 하던 (지금은 졸업하여 나가서 국제학교 교사를 하는) 내 제자 녀석과, 현재 대학원 졸업을 준비중인 학생과 나와 이렇게 세사람의 공동작품이다. 오늘 나와 함께 공동 발표한 학생은, 작년에 미시간 주립대에 나와 동행하여 학회를 처음 경험했고, 그 때 학문의 놀이터에 대한 눈을 뜬 것 같았다. 연구작업에 열심이더니 올해는 나와 함께 학회 입문. 이번 학회는 학문 중심의 메이저 학회라서 발표자가 대개는 박사 말기암 환자들하고 박사 마친 사람들의 경연장인데 내 학생은 석사 학생으로 입문했다.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도 나의 발표를 참관 했는데, 엄마가 발표를 잘했다고 칭찬 인심을 팍팍 써 주었다. (자식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장대같은 아들놈들을 양옆에 끼고 학회 행사를 참석하니 세상에 겁날게 없지. (나는 얼마나 축복받은 아줌마인가 말이다.)


숙제를 마쳤으니, 기분이 홀가분하고 좋아서, 애들한테 한턱 쐈다.
지팔이 녀석의 단짝 친구까지 데리고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지팔이 여자친구는 나를 아주 무서워하고 예의가 깎듯하다. 그리고 볼수록 귀엽다. 빵도 한보따리 사서 주고, 지팔이를 보냈다. 지팔이는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학교로 내려간다고 해서 중간에 헤어졌다. 지팔이가 다녀가니 집이 빈집 같이 쓸쓸하다. 왕땡이도 기운이 없고. 지팔이 놈이 보고싶다. 나도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와서 집에 와서 빈둥모우드로 뒹굴뒹굴. 수박이 먹고 싶은데 수박 계절이 아니라서 그냥 수박 생각만 하고 있다.

이번 학회의 특징은, 참가자 대다수가 통계학적 수치를 제시하는 quantitative study였다는 것이다. 내가 취하는 현상학적 qualitative study와는 상극이다 싶을 정도로 숫자놀음 일변도였다. 그래서 내가 좀 어리둥절 해지고 말았다. 이렇게 뚜렷하게 한쪽 방향의 연구들만 뽑은 학회에서 왜 내가 제출한 프로포절을 택한 것일까? 학문의 주요 흐름이 갈수록 더욱더 통계학적 숫자 놀음 일변도로 가고 있긴 한데, 이번 학회는 그것이 특히 심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와 앞으로 나의 연구방향에 대해서 며칠 고민을 했는데, 오늘 문득 청중들을 향해 내 연구를 설명하다가 스스로 내 답을 찾아냈다. 어쩌면 나의 연구는 '학문 놀음'에서는 다소 벗어날지 모르겠다. 내가 여태까지 연구해 온것은, "교육 현장을 어떻게 개선할수 있는가?" 하는 실용적 해법을 찾는데 있었다. 발음교육이라거나 문법의 미시적 학습과 같은 것 보다는 사회학적인 기반에서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과 해법 제시에 골몰한 편이었던 것인데, 내가 이를 꾸준해 해 올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직접 학교에서 이솔 선생을 한 경험으로 미국 교육 현장 그림에 밝기 때문이다. 나의 파워는 이쪽에 있다. 나는 앞으로도 이 쪽 분야의 공부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내 놀이판이 미국이 되건 한국이 되건 간에 나는 큰 그림 그리는 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바와, 내 학문의 틀이나 방향에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도 사회학, 철학책 열심히 읽으면서 내 분야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해 나갈 것이다.
학회 행사 며칠 다니면서 고민한 결과, 나의 방향이 그려지므로, 주요 학회는 반드시 참가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녹이 슬지 않는다.
내일은:
* 아침에 출근길에 우체국에 들러서 소포를 찾아와야 한다. 뭔가가 도착했다가 집에 사람이 없다고 그냥 갔다. (정말 가방이 오는가보다...)
* 은행에 들러야 하고
* 이번주 칼럼 아직 안썼다. 내일 잊지 말고 써서 보내야 한다.
* 학생 질문 온것 답변 해줘야 하고
* 청구서 몇가지 체크 써서 보내야 하고.
* 저녁때 스타디 가야 하고
* 그리고 일상적인 업무...아...월요일에 할 일이 참 많다.
* 목요일에는 스미소니안에 연수 받으러 가야하고.
아무래도 일정상, 예약되어 있던 특강은 갈 수가 없을것 같은 느낌이다. 할수 없지... 바쁘다. 바쁜데...요새 기계가 삐걱거리고 말을 잘 안듣는다. 피곤하다. 나 혼자 어디가서 머리좀 식히고 왔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마음만 그럴뿐, 강변 산책 나갈 기운도 없어 보이는데 어딜 간다는 말인가.
지홍이 모습이 많이 의젓해졌군. 지홍이 옆에 있는 사람이 여자친구인가? 못 보던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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