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한지 한달 가까이 기다리다가 배달 받았다.
189달러
나는 한국에 있을때부터 아마존을 이용해온 10년 넘은 '충성스러운' 고객.
그래서 다른 절차없이 Prime Member 가 되었다 (언제 이런것이 적용되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되었다. 그래서 다수의 책들을 이틀 안에 무료로 배송는다. 이제 종이책 살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포장을 열고 전원을 연결하자마자, Jimmy 라는 내 아마존 아이디가 떠오른다. 기기에 이미 내 어카운트가 등록되어 있었다. 아마존은 어찌되었건 나와 관련된 그간의 정보를 모두 갖고 있다는 말씀이다. (이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왜 아이패드나 그밖의 '패드' 종류 대신에 전자책 리더 (Kindle)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는가?
나는 아주 번잡스럽고, 많은 일에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서 (달리 말하면 주의가 산만하다는 뜻이다), 내가 사용하는 기기는 최대한 단순한 것을 고르는 편이다. 그래야 내가 한가지에 집중을 할 수 있으므로.
도깨비망치같이 다재다능하고 매력적인 아이패드는 그래서, 바로 그 매력때문에 나를 매혹시키는데 실패했다. 너무...기능이 많아서 나는 아마도 한가지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시간을 죽일것 같았다. (내게는 시간이 금쪽같이 소중하다.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까.)
전자책리더는, 다른 유혹없이 내가 책 읽는데 집중할수 있도록 해줄것으로 보았다.
전자책 리더를 사용해보니 어떠하던가? 일단, 내가 발견해낸 장점들을 열거해보겠다
(1) 주문 버튼을 누르면 일초안에 내 킨들에 책이 담긴다. 이 기기에는 이미 내 정보가 모두 담겨 있어서 따로이 뭔가를 입력 할 필요도 없었다.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가격이 낮은 편이다 (다른 경우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책을 배송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2) 활자 크기 조절이 된다. 내 시력검사 결과는 내 시력이 매우 양호함을 보여주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깨알같이 작은 글자를 오래 읽으면 눈이 피곤해진다. 그래서 책방에서 책 고를때, 어떤 책이 맘에 들어서 사려다가도 활자가 아주 작으면 그냥 포기해버리고 만다. 요즘은 활자가 큰 것들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경향까지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제약에서 벗어날수 있다. 내가 편안한 활자를 고르면 되니까. (아이패드에서는 손가락으로 그냥 스크린을 만져도 활자크기가 변했다. 환상이었다. 킨들은 터치스크린이 아니라서 이정도의 환상적 디스플레이는 안되지만, 만족 할 만하다.)
(3) 책 페이지를 가로, 세로, 마음대로 바꿀수 있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이다.)
(4) 나같은 '영어'가 원어민이 아니라서, 아직도 영어발음을 신경써서 고치고, 아직도 매일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 또한 시각장애인에게 희소식! text-to-speech 기능이 있다. 킨들이 책을 소리내어 읽어준다. 이 기능을 지정해 놓으면 화면에 있는 텍스트를 소리내어 읽어준다. 페이지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넘어간 페이지를 읽어준다. 남성, 여성 둘중에 한가지를 고를수도 있고, 스피드도 내가 조정할수 있다. 빠르게, 느리게. 볼륨 역시 기기에 붙은 스위치로 조절이 가능하다. 물론 이 기능은 '오디오북'과는 소리가 약간 다르다. 오디오북은 성우나 저자같은 '사람'이 책을 읽어 녹음을 한다. 킨들의 음성읽기 기능은 기계음이다. 하지만, 내가 듣기에 매우 자연스럽다. 발음도 정확하다. 영어학습자에게 좋은 학습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5) 밑줄 긋기, 북마크하기 이런 기능들을 익히고 나니 내식으로 메모가 가능해진다.
(6) 아이패드에도 있고, 요즘 잘 만들어진 웹사이트에도 있는 기능인데, 사전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책 읽다가 모르는 단어 나오면 해당 어휘에 스크롤을 갖다 내면 옥스포드 사전의 어휘설명이 나온다. 상세한 정보도 열람이 가능하다. 편리한 기능이다.
(7) 크기가 수첩만하다. 그리고 가볍다. 좋다. (지갑 살 때 받았던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 그래서 그 주머니를 당분간 커버로 쓰기로 했다).
(8) 99센트 짜리 킹 제임스 버전 바이블이 있는가하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소크라테스의 변명, 아이스토텔레스의 윤리학등 서양 철학이나 혹은 고전 명작등이 무료로 가뿐하게 내 손안에 들어온다. (이것은...경이로운 일이다!) free kindle books 를 검색하면, 도서관이 바로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산책 나갈때, 도서관을 주머니에 갖고 나가서, 강변에서 바람쐬면서 마테 복음을 읽으면서 예수님과 대화를 하거나 소크라테스 아저씨의 논리와 씨름 해 볼 수도 있다. 혹은, 사랑의 시를 꺼내 읽을수도 있다. 이런 경이로운 일이!
(9) 일정시간동안 내버려두면 컴퓨터의 '대기모우드'처럼 화면보호기같은 이미지가 뜬다. (이미지들 역시 내 기호와 연관된 것들인듯 하다. 맘에 든다.) 그리고 내가 단추를 다시 눌러주면 (전원 작동 단추를 살짝 건드려주면 된다) 원래 내가 읽다 그만 둔 최종 화면이 열린다. 이것 맘에 드는 기능이다. 이 책을 보다가, 저 책을 찾아 읽다가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도 내가 최근에 읽었던 페이지가 열린다. 아무튼 내가 그 책을 열때 최근에 읽었던 페이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종이책의 경우 북마크를 끼우던가, 혹은 페이지를 접던가 뭐 그런 식으로 표시하는데, 이제 그런 표시가 필요 없어진다.)
(10) Wireless on/off 를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책을 읽을때는 반드시 off 시키고 읽곤 했는데 (배터리 사용 기간을 오래 갖기 위하여), 처음 충전한지 12일만에 배터리를 충전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Wireless off 상태로만 3주가 간다는 것이 신빙성이 있어보인다. 그러니까 대략 열흘간은 배터리 신경 안쓰고 지내도 될 것 같다. (만약에 커버 내장 램프를 사용할경우 배터리를 자주 충전해야 할 것이다.)
(11) 한국에서 아마존 킨들을 사용한다면, 책배송 시간도 절약하고 책 배송 비용도 상당히 절약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아마존 책을 일년에 수십권씩 사 들이는 독자라면, 킨들 책을 사는것이 유리해 보이기도 한다. 순식간에 책이 배달되면서 배송료도 들지 않는 것이다.
(12) 하일라이트 처리 해 놓은 것들을 한꺼번에 찾아 볼 수 있다. 이것이 기대 이상으로 쓸만한 기능이다.
(13) 흑백이긴하지만, 웹검색, 구글 검색도 바로바로 된다. 내 블로그를 검색해보았다. 흑백이긴 하지만 바로바로 나와준다. 아이패드에 비하면 칼라 테레비 시대에 흑백 테레비 보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본래 이 도구의 목적이 '책'에 있으므로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산지 12일만에 이 도구를 이용해서 검색이란 것을 실험삼아 해 본것일뿐. )
(14) 나의 쥐메일 계정을 열어 본다. 잘 열리네...편지를 보내본다...보내지네...다 되는구나. (흑백이긴하지만.) 그런데 검색이나 메일은 이것가지고 할것 같지는 않다. 아쉬운대로 사용할수는 있겠다 (게다가 따로이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사용하면서 장점들이 발견될때마다 업데이트를 해보겠다)
내게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1) 종이책에는 페이지가 표시되어 있다. 전자책에 페이지가 표시되어 있는것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페이지가 중요한 이유는, 내가 이 책을 어느 부분을 인용할때, 페이지까지 정확히 표시해야 하는데, 아직 정확한 페이지 찾는 법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이 불편하다.
(2) 내가 읽는 현재화면(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로 이동할때 (페이지가 넘어갈때) 아주 짧은 순간 깜박하면서 화면이 반전되고나서 다음페이지가 뜬다. 이것은 아마도 페이지가 바뀌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한 장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독하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진다. 페이지 넘길때마다 깜박거리니까 말이다. 이것을 어떻게 개선 할 수 있을까? (아이패드에서는 책 넘기는 것이 참 자연스러웠다...)
(3) 아직 전자책을 제공하지 않는 우수 도서들이 많이 있다.
(4) 전자책 읽기도구의 치명적인 문제는, 내 책을 타인과 공유하기가 불가능하거나 힘들다는 것이다. 내 전자책리더에 담긴 내 책은 안전하다. 그리고 수천권이라도 담아가지고 다닐수 있다. 그러나 그 중 한권을 꺼내어 내 가족에게 읽어보라고 줄 수는 없다. 이것은 매우 이기적인 '개인화 장비'라고 보여진다. 물리적인 Book Crossing 이 불가능하다.
(사용하면서 업데이트 하겠다)
전자책 리더가 생긴후 나의 행동 패턴은 어떻게 변화 하였는가?
(1) 외출할때, 무슨 책을 들고 나갈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킨들만 가지고 나가면 된다. 이 세상에는 책중독증, 혹은 활자 중독증 환자들이 많이 있고, 이들은 어디엘 가건 틈만 나면 책이나 글을 읽어야 한다. 심지어 밥을 먹을때도 책을 읽는다. 나도 그런 무수한 중독자중에 하나이고, 어딘가에 외출할때면 손에 잠깐이라도 읽을 책이 들려있어야 안심을 한다. 그럴때, 이제는 책 선택의 고민을 안해도 된다. 킨들 속에 다 있으니까.
(2) 킨들이 있어도, 나는 서점에 가서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서점에 가면 온갖 신간과 문제작과 베스트셀러를 한눈에 만나볼수 있고 요즘의 트렌드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므로. 내 지갑에는 반즈 앤 노블, 북스어밀리언, 보더스의 회원카드가 들어있다. 어느 책방엘 가건 할인 혜택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아마존에서 사면 훨씬 저렴할것을 알면서도 책방에 있는 책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 현장에서 덥석덥석 책을 사는 경우가 많다. 집에 와서 아마존 책 값을 확인한 후 할인율 높은 책을 정가에 산 나 자신을 원망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건만, 책방에서는 번번이 유혹에 굴복하게 된다. 킨들이 생긴후, 책방에서 유혹을 받을때, 나는 킨들을 열어서 그자리에서 아마존 제공 책 값과 비교해본다. 대개 아마존 할인율이 높고 그중 킨들북은 더욱 저렴한 편이다. 현장에서 가격 비교를 해보면 --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게 된다. (책방에 미안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책방에서 사는 것도 많고, 스타벅스 커피도 마셔주고...나는 여전히 충성스런 고객인 것이다.)
(3) 전공 관련 책은 (학문적인 책들은), 아직 킨들북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 대다수이고, 그리고 전공책은 종이책으로 산다. 킨들은, 어떤면에서 교양적 책읽기, 취미로 책읽기를 위한 도구이다. 전공 공부는 아직도 종이책으로 해야 된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학문적 영역도 점차 전자책의 영역에서 취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비교한다면?
나는 평생 종이책을 끼고 살았고, 아직도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훨씬 정감이 가고 좋다. 종이책을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상황이 나를 전자책리더로 몰아넣었다. 종이책은, 내게 너무나 다정한 친구이며 나의 스승이지만, 이것이 쌓이면 짐이 된다. 그리고 나는 한곳에 정착해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당장 내년에 어디로 이사를 할지 나도 알수 없다.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내 책들을 싸 짊어지고 다닐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내 평생의 책들을 거의 다 버리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는 몸의 일부를 잃는듯한 아픔이었다. 악몽같은 일이다. 내 지식의 보물창고를 모두 처분했다는 것은.
다시는 내 책과 이별하기 않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나는 전자책리더를 택했다...
나는 아직도 종이냄새나는 종이책이 그립지만, 그러나 나의 독서 패턴을 전자책에 익숙하게 만들것이다. 내 책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책들을 항상 품에 간직하고 다니기 위해서.
정서적으로 나는 당분간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종이책이 그리워서 미칠 지경이 될 것이다. 책방에 가면 종이책을 사고싶어 안달이 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나를 적응시키기 위해서 노력 할 것이다. 나는 교육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교육자는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게임도 한다...
킨들 책 검색하다가, 우연히 무슨 Word 책이 있는데 무료라고 하길래 다운 받아서 봤더니만,
책이 아니고 게임이었다.
단어게임.
검색해보면 다른 종류의 게임들도 있다.
난 그냥 단어 게임만 해보고 있는데, 이거, 재밌네...
한때 내가 열올리고 했던 '게임'은 Sudoku 였다 (게임도 아니지. ㅋㅋㅋ)
수도쿠 하면서 밤샌적도 있고, 나 원래 칸 채우기같은 단순노동 좋아한다.
수도쿠는 우리집에서 내가 제일 잘한다. (귀신이니까. 수도쿠 귀신.)
이 단어게임도 재미있어 보인다.
(램프 불빛 아래서 찍은거라 노란 빛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