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니아 출신의 The Eight 화가 George Luks (1867-1933)는 의사인 아버지와 미술가이며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슬하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의 가족이 펜실베니아의 광산촌 가까이로 이사한 후에는 부모님이 가난한 광부 가족들을 돕는 일에 헌신을 하였으며 조지 럭스 역시 이런 삶의 영향을 받아 서민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펜실베니아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조지 럭스는 당시의 미술 학도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으로 건너가 런던, 파리를 여행하고,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도 생활을 하였는데, 결국 고향인 펜실베니아로 돌아와 Philadelphia Press 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역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John Sloan, William Glackens, Everett Shinn 등과 교유하게 되고, 이들과 함께 Robert Henri를 만나게 되는데 결국 이 만남이 The Eight 의 모태가 됩니다.
George Luks 는 당시의 The Eight 멤버들을 위시한 사실주의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도시 대중의 삶을 그렸습니다. William Glackens와는 스튜디오를 함께 쓰며 동고동락 했다고 하는데, 그는 술을 좋아하여 취해 쓰러져 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결국 그 '술'이 화근이 되어 그를 죽음에 몰아넣게 되는데요. 66세이던 조지 럭스는 술집에서 누군가와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 끝에 사망했다고 윌리암 글랙슨스의 아들이 회고록에서 밝힙니다. (공식적으로는 새벽에 그림 그리러 나가다가 문앞에서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가 되었지만, 사실은 모르는 취객한테 맞아서 사망을 했다는 것이지요.)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는 인정이 많았고 기꺼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으며 빈민가의 사람들과 뒤섞이는 것을 편안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을 찾아보면 광부, 걸인등 가난하거나 소외된 대중들에 대한 묘사가 많습니다.
이 그림은 1915년 당시 뉴욕 맨하탄 북부의 풍경입니다. 판잣집같이 자그마한 집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Upper Manhanttan (맨하탄 북부) 1915
Oil on Canvas
2009년 12월 29일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서 촬영


The Polka Dot Dress (물방울무늬 드레스) 1927
Oil on Canvas 94.0 x 147.4 cm
워싱턴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 루스 센터 (Luce Foundation Center)에서 촬영
이 물방울무늬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그림은 루스센터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그림들 중에서 제가 발견한 것인데요. 꽃 모자를 쓰고, 흰바탕의 파랑 물방울 무늬의 드레스를 입은 이 여인이 중산층 신분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투박한 구두, 장갑, 멋대가리 없는 핸드백, 짙은 입술 연지, 그녀가 앉아있는 딱딱한 나무의자등을 종합해서 보면 이 여성이 서민, 일 다니는 가난한 여성으로 보입니다. (이런 설명을 하자니,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식인 살인마가 여 수사관을 쓱 일별하고, 그녀가 온갖 싸구려 옷과 구두 향수로 치장했다는 것을 분석해내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꼭 관상쟁이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살다 보면 어떤 감식안이 생기지요... )
그런데 저 여성의 표정이 참 복잡하고도 심오합니다. 싸구려 옷과 장신구로 치장한 여자가 앉아있는 의자도 푹신한 안락의자가 아닌 딱딱한 나무의자이거니와, 여자가 앉은 자세는 왜 저렇게 엉거주춤한겁니까? 눈치를 보며 엉덩이만 걸친 꼴이라 다리 모양도 세련되게 포개진 것이 아니라 역시 엉거주춤 합니다. 그리고 시선은 살짝 내리 깔았는데요, 그런데 저 표정이 참 애매합니다. 어쩌면 꿈을 꾸는것도 같고, 생각에 잠긴 것도 같은데, 참 보잘것없고 볼품없이 대충 엉거주춤 앉아있는 이 여자의 표정에는 만만치 않은 기운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나, 니네들이 보기에 별볼일 없는 인생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아직 꿈이 있고,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젊음과 기운이 있다구....뭐 이런 표정 같기도 합니다. 살짝 시선을 내리 깔고 앉아있는 저 표정만큼은 '여왕'을 압도할만한 기운이 흐르고 있습니다.

Woman with Macaws (앵무새와 여인) 1907
Oil on Canvas
2009년 10월 31일 디트로이트 아트 인스티튜트 미술관에서 촬영
앵무새를 길들이는 여인의 표정이 명랑해보입니다. 앵무새의 붉은 새조가 화면 여기저기에 투영되면서, 한겨울에 보기에 따뜻한 그림이군요. 위의 물방울무늬 드레스의 여자의 표정이나, 이 앵무새 여자의 표정이 태평하고 강인해보입니다. 아마도 조지 럭스의 표정이 이와 비슷했을것 같습니다. 술과 친구를 좋아하고,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선량하게 관찰하는 화가의 표정.
조지 럭스의 그림을 더 발견하면 업데이트 하기로 하겠습니다.
2010년 1월 6일 red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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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http://americanart.textcube.com/118 미국 사실주의 계보정리 페이지에서 대략 미국 회화에서의 사실주의를 (1) '사회적 사실주의'와 (2) '지역주의적 사실주의'의 두가지 부류로 나눠서 도표를 그려본 바 있습니다. 미국 회화에서 사회적사실주의 (social realism)를 논할때, 반드시 거론되는 사람이나 단체들로는 Henri (헨라이)를 중심으로 한 "Ash Can (쓰레기통)" 화가들, "The Eight (8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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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http://americanart.textcube.com/133 이전페이지, 미국 사실주의 화가들에 대한 글에 이어, 해당 페이지에서 잠깐 소개한 The Eight (8인회)의 작품 성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봅니다. 2009년 10월 4일 (한국, 추석날)에 워싱턴 Corcoran Gallery of Art http://americanart.textcube.com/97 에 갔을때 마침 The Eight 화가들 작품이 한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