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8일 월요일

[Film] Bella

 

http://www.imdb.com/title/tt0482463/  (2006)

 

디비디 샵에서 '뭐 볼까' 어정거리고 있을때, 옆에서 나처럼 어정거리고 있던 신사가 나를 돌아보더니 검지 손가락으로 이것을 가리키면서, "This is beautiful..."  그래서, 그냥 낯선 타인이 서슴없이 다가와 소개한 그것을 나도 집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영화가 좋았으면 남한테 대뜸. (타인의 눈썰미를 한번 믿어보자.)

 

영화 자체는 -  내 취향에 어긋나는 캐랙터가 등장해서 '감점'의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 낯선 사람이 왜 이 영화를 내게 추천했는지 알 만 했다.  좋은 영화였으니까.  그러면 내 취향에 어긋나는 요소들은 뭔가하면

 (1) 남자 주인공이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보는 내내 아이구 저 수염좀 어떻게 깎아버리지... 답답허네...

 (2) 애 낳고 도망가버리는 무책임의 극치인 여자주인공.  난 이유가 어떠하건 애 낳고 남한테 줘버리고 가버리는 무책임의 극단에 대해서는 --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괘씸해서 용서가 안된다.

 

이러니, 남자 주인공 수염이 걸리적거려, 여자 무책임해서 재수없어... 이런 판국이니 다른 요소들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가 제대로 집중해서 빠져들기가 어렵지...

 

그럼에도 이 영화, 참 아름다운 영화다.  아름다운 요소들도 번호 매겨서 살펴보면

 (1)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다 용서가 되는, 무조건적으로 감싸주는 남미의 가족애가 따끈따끈하게 그려졌다.

 (2) 색상이 참 밝고, 화려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

 (3)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삶의 아름다움, 빛의 아름다움, 순간순간의 삶의 찬미

 (4) 미국의 중심세력이 아닌 '이민자'들의 삶의 스케치가 예술적이다.

 (5) 이민자와 언어의 문제도 나온다 (이건 내 전공 분야이니까, 중대한 요소이다. 수업중에 언급을 할수도 있겠다)

 

 

여기 등장하는 가족은,  '행복한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의 아주 전형적인 모델같은, 힘있고 사랑넘치는 유형이다.  중산층, 서로 사랑하고 감싸주는 따뜻한 구성원들.  아버지는 푸에르토리코, 어머니는 멕시코 출신의 이민자.  미국사회에서 푸에르토리칸, 멕시칸에 대한 인상은 -- 어쩐지 못배우고, 가난하고, 범죄가 연상되는 그런 인구인데, 이 영화에 보여지는 가족은 중산층의 깔끔한 집, 아름다운 정원, 아름다운 실내, 행복한 가족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인상을 확 깬다. (내가 공부할때 내 친구들중에도 푸에르토리칸이 있었고, 이들이 중산층으로 잘 사는 사람들이었건만, 나는 내 친구가 공부를 제대로 안한다는 이유로 무시했었다. 그리고 푸에르토리칸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식의 편견을 유지하고 있었다.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는 이성과는 달리, 내 감성은 푸에르토리칸 혹은 남미 사람 전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런 식의 '인상을 깨는' 장면이 몇군데서 일어난다.  뉴욕의 어떤 작은 가게에서 가게 주인과 손님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다.  손님은 "내가 10달러를 냈고, 이 물건이 1.5 달러이니 내게 8.5 달러의 거스름돈을 줘야 하는데 네가 거스름돈을 3.5달러밖에 안줬다.  5달러 더 내라"고 따진다. 주인은 "웃기지마. 너 5달러 지폐 냈쟎아"하고 반박한다. 손님을 10달러 지폐를 줬다고 우기고 주인은 5달러 지폐를 받았다고 우긴다.  손님은 백인이고 주인은 아시아 남자다. 싸우다가 손님이  아시아남자 가게 주인에게 "Go back to Korea! (한국으로 돌아가버려!)" 라고 외친다  그러자 가게주인이 대꾸한다, "I am from China! (난 중국에서 왔다구!). 서로 이렇게 싸우다가 백인 남자가 투덜대며 거스름돈 3.5달러만 받고 나가버린다.

 

다음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주기 위해 금전 등록기를 열었을때, 거기 들어있던 10달러짜리 지폐.  아, 그 백인남자는 10달러를 냈던 것이다. 그는 싸우다가 5달러를 포기하고 가버린 것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인 내가 흐름을 보면서 연상했던것

 (1) 백인과 아시안이 다툰다. 저 백인녀석 이상한 녀석 (아시안 편이 된다)

 (2) 장면이 사납게 흐르자 - 분명 손님이 권총을 꺼내고, 이제 피튀기는 장면 나오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빗나갔다.  백인녀석은 억울한 손님이었고, 오히려 실수는 가게 주인이 한거였다.  권총이나 피튀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 역시 편견의 동물이라.

 

미국인들이 뉴욕에서 아시안을 보면 '한국인'으로 몰아서 생각을 해버리거나, 혹은 몰아서 중국인으로 보거나 이러한 현상이 잘 나와있다.  (저 장면만 따로 떼어서 수업중에 보여주고, 토론을 시켜봐도 재미있겠다.)

 

이민자와 영어의 문제: 이 문제는 푸에르토리칸 아버지가 영어를 안배우고 버티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푸에르토리칸 아버지는 미남이고 성품 좋고, 친절하고 참 좋은 분이다. 나라도 이런분한테 반하고 말거다. 그런데 미국에서 수십년간 살면서도 영어를 안배우고 뻗댄다.  내집에서 내 말 쓰면 되니까, 영어 안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조금 할줄은 알지만,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고, 단어 단위로만 조금 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영어가 안되어도 중산층으로 살 정도로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고 있고, 가족을 행복하게 이끌고 있다.  우리가봐도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이다. 이 아버지를 보면 푸에르토리칸은 무식하고 가난하고 뭐 이런 인상이 모두 깨지고 만다. 영어를 못해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아버지이다. 이 문제도 생각을 좀더 해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내 취향에 어긋나는 요소가 있긴 하지만, 화면의 빛이라던가, 따뜻한 삶의 풍경들, 가족들, 등, 여러가지로 장점이 많은, 아름다운 영화이다.  내게 이 영화를 권한 그 신사의 선택은 훌륭했다. 덕분에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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