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9일 토요일

[Film] Klimt

 

http://www.imdb.com/title/tt0417871/

 

 

존 말코비치 나온다고... 큰아이가 엄마 보시라고 '클림트' 디비디를 빌려다 주었는데, 결국 1/3쯤 보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처음부터 에곤 쉴레도 나오고, 꽤나 닮게 그리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데, 영상 아름답고, 눈요깃거리도 많았는데 어쩐지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영상은, 클림트 그림속의 인물들이 살아 돌아다니는 것 처럼 보일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좋게보면 아름다운거고,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 세대가 보시면 '아이구 망측스러워라'하고 훼훼 저으며 자리를 뜰만한 장면들의 연속이고...   야하고 퇴폐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는데, 그것이 참 예술적이었다고 정리할수 있겠다. 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전혀 집중을 못했다는 것이지...)

 

그냥 한마디로 '클림트와 나는 궁합이 안맞아'가 되겠다.

 

클림트의 풍경화나 생명의나무 같은 작품들은 나도 좋아한다. 그러나 클림트가 그려댄 귀부인들의 초상화 작품들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왜 기분이 나빠지는지를 설명하기가 꽤나 복잡하다는 측면에서, 나는 클림트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그의 그 혼미한 예술성도 인정하는 편이다. 단지 내가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일뿐.

 

에곤 쉴레의 경우,  나는 그의 작품들에 매료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꿈'처럼 흘러가버렸다. 사람의 취향이란 얼마나 믿을것이 못되는 것인가. 나 조차도 내가 왜 한때 무엇을 좋아하고, 왜 한때 무엇이 싫었는지 설명하기가 힘들다.  에곤 쉴레는 한때의 호기심 정도로 흘러가버린것 같다.  역시 그의 풍경화는 아주 맘에 들고, 그가 그린 누드들은 이제는 ... 만화처럼 보인다. (그는 만화그리듯이 그려댔을것이다.만화가 어쨌는데? 응?)

 

하지만, 또 모르지, 언젠가 내가 클림트에 미쳐서 매일 그 자료만 뒤지고 있을지...

 

***   ***   ***

 

아버지가 주위의 화가 친구들과 어울리고,  우리 사촌언니가 미술대에 들어가고 싶어 했을때 도와주고 그랬으면서, 예술을 예찬했으면서도,  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을때 나를 '한심'해 했던 이유 -- "껄렁쇠처럼 겉멋이나 들어가지고...뭐 한가지 제대로 하는것도 없이...술 담배짓이나 하겠다고..." 대략 아마도...

 

아버지가 맞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화실 다니는 것을 집어 치웠고, 그 후로 화구따위 돌아보지도 않았으니까.  정말 나의 환상은 화실에서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고, 그림 그린다는 사람들의 그 아방가르드적 분위기, 그것을 내가 탐했을지도 모른다.  여자대학에 재직하던 아버지는 특히 그 여자대학의 미대생들이 술담배를 해대는 것을 못마땅해 하셨다.  아버지에게 여자 미대생은 술담배질 해대는 망종(?)들이었다.  술담배만 안하면 망종은 면하는 것일까?  결국 나는 아버지의 예견대로 그림질 하는척 하다가 스스로 집어치고 공부만 착실히 했지만, 그래도 술을 마시고 담타기를 했으며, 담배질하는 친구들 곁에서 뻐끔담배질도 하면서 세월을 보내지 않았는가.  나는 술이 좋았던것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망종' 자식을 하나 선사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픽 웃으며 할수있는 여유있고 느긋한 나이가 되었다. 나이 먹는 일도 괜챦은 일이다. 한때 내 가슴을 무너지게 하던, 아픈, 쓴 기억들을 이제는 픽 웃으면서 킬킬대면서 회상할수 있다.  아, 나는 내 아버지가 되고 말았다.  지금의 나는 내가 기억하는 완고하고, 쌀쌀맞으며, 근사한 내 아버지이다.  하하하. 지금 우리 아이중에 하나가 그림을 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아버지와 똑같은 표정으로, "야야, 다 집어치고 밥벌이할 궁리나 해" 로 정리하고 넘어갈 것이다. 하하 (난 아버지보다 더 쌀쌀맞은것이다...).

 

 

퇴폐를 동경하던 나이도 있었고, 개성을 돋보이고 싶던 세월도 있었고, 술마시고 예술하겠다고 글을 써대던 시절도 있었다. 클림트의 몽환적이고 도전적인 예술을 근사하게 바라보면서도, 나는 그에게 몰입하는데는 번번이 실패한다.  아닌건 아닌거다. 

 

끝까지 안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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