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4일 일요일

사슴 한마리

 

 

흐린 일요일 오전.  뒷마당 울타리 근처에서 사슴 한마리가 어정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뭔가  뜯어먹을것을 찾으러 왔나본데, 마땅히 먹이가 없는 모양입니다.  초록 나무인줄 알고 왔더니 침엽수라서 먹을수가 없고. 실망스런 표정.  늠름하게 혼자 서있는 자태가 하도 근사해서 카메라를 집어 들었는데, 우리집 개 왕눈이가 문밖의 사슴을 보고 짖어대자, 사슴이 머리를 낮추고  방어태세로 변합니다. 

 

울타리를 뛰어넘어 가버립니다.

 

카메라를 든채, 후다닥 현관문 쪽으로 달려나가 사슴의 행방을 찾습니다.  사슴은 우리집 측면을 지나, 앞마당을 지나,  도로 맞은편으로 향합니다.

 

 

 

 

유유히 길을 건너는 사슴.   이곳은 주택가의 좁은 도로라서 차들이 서행을 하기 때문에 운전하다가 이런 사슴이 길 가운데 서있으면 차를 멈추고 기다려주지만,  하이웨이에서는 사고가 나기 쉽죠. 차도 사슴도 다칩니다.

 

 

 

 

 

 

 

길건너, 맞은편 집 언덕으로 어슬렁 어슬렁 올라가고 있습니다.

 

 

 

 

사슴이 뒷마당에 온 날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떤, 좋은 소식이 올지도 모른다는 뜬금없는 기대를 하게 되지요. 사슴이 뭐 좋은 소식 전해준적이 한번도 없는데, 그래도, 사슴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거죠.  사슴 자체가 기쁜 소식이겠군요.

 

사슴 엉덩이 부분 보시면, 꼬리 안쪽의 흰것이 보이지요. 꼬리를 발딱 올렸을때보면 꼬리 안쪽 전체가 흰색입니다. 그래서 이 사슴을 '흰꼬리 사슴'이라고 부르는데요.  미국 사람들은 이 사슴을 아주 '진저리'를 치며 싫어합니다. (물론 사슴 애호가도 있겠지만).  이 흰꼬리 사슴의 몸에 붙어있던 '진드기'가 사람한테 붙어서 피를 빨아먹으면, 사람이 '라임병'이라는 질환을 얻게 됩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시간을 놓치면 만성질환으로 변하는데,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아주 아주 무서운 병이라고 합니다.  저도 2년전에 라임병에 걸려서 약을 먹은적이 있습니다.  초기에 잡아서 별일 없었지요.  (미국인들은 그 병을 잘 알기 때문에 초기에 증상 나타났을때 바로 약 처방 받고 감기 앓듯 지나고 마는데, 외국인들, 이 병을 잘 모르는 외지인들이 잘 모르고 있다가 중병을 얻는다고 합니다. )  사슴이 특히나 그 진드기를 옮기는 주범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슴이 온다고 반가워 할 일이 아닌데요,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여전히 사슴이 오면 반가워서 멍멍멍입니다.

 

사랑이 아프다고 사랑을 안해?

사슴 몸에 진드기 있다고 사슴을 몰아내?

아파도 사랑은 하는거고

사슴몸에 진드기 있어도 사슴은 이쁜거죠 뭐.

 

하하. 나의 기쁜 소식. 나의 사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