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돌아가 달라, 처음처럼.
난 이게 소주인줄도 몰랐다. 냉장고에 있던 소주 한병.
이걸 소주라고 하길래 따서 마시는데
이건 소주가 아니더라.
소주라함은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어서 이슬이 병의 표면에 맺혔다가 살짝 흘러줘야 하고
그 이슬방울때문에
소주병에 붙은 종이 라벨이 살짝 젖어서
소주 마시다 말고
취한 눈으로 그 라벨을 들여다보며
손톱 끝으로
까만 때가 낀 손톱 끝으로
그 라벨을 박박 긁어 벗겨가면서
마시고
또 마시는 맛인데
내가 이놈의 새로운 병의 라벨을 아무리 긁어내려해도
종이가 아니야. 플라스틱으로 코팅을 해버려서
벗겨지지가 않아
유명하다는 가수인지 탤런트인지
그 가스내가 벗겨지지가 않아
퉤퉤
이것 소주가 아니야
플라스틱 시대
플라스틱 소주
플라스틱 사랑
플라스틱 미남 미녀들이 소주를 마시는척해
플라스틱 시체
썩지도 않아 문드러지지도 않아 꽃이 피지도 않아
나에게 소주를 되돌려도
종이 딱지가 붙은 소줏병을 되돌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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