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ng Woman in White Holding a Bouquet , c1865/1875
Oil on Wood
Alfred Stevens, Bengian, 1823-1906
2010년 1월 20일 National Gallery of Art 에서 촬영
엄마는 환갑에 붓을 잡고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서 칠순에 개인전을 하신, 행복한 할머니이신데요, 엄마가 가끔 좀, '사차원'적인 발언을 하실때가 있어요. 그래서 엄마를 모시고 어딜 다니면 좀 '조마조마'한 경우가 있어요.
몇해전에 한국에 갔다가, 엄마와 언니와 함께 인사동 갤러리들을 구경하러 소풍을 나간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갤러리나 가서 구경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어떤 갤러리에서, 한가롭고 심심했던지, 개인전을 열고 있던 화가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겁니다. (이럴때 저는 좀 불편해요. 나 그림 구경할때 누가 말 걸면...특히 상대가 나하고 분위기가 잘 안맞아떨어질때... 분위기 안맞아떨어진다는 말은, 뭐랄까 서로 공통분모가 없어보이고, 저쪽이 뭐랄까, 하여튼 나하고 잘 안맞을때) 저는 그 사람이 귀챦아서 쓱~ 우물거리며 외면을 하는데, 엄마가 흔쾌히 그 화가에게 편안히 대꾸를 해주는겁니다. (그분이 좀, 화가처럼 안보이고, 화려한 귀부인 의상을 하고, 너무나 화려해서 제 맘에 안들었을겁니다. 죄송하게도. 그림보다 화가의 의상이 더 화려하고 남미의 알록달록한 의상처럼 눈에 띄고, 뭔가... 이건 아니다싶었는데.)
그 화려한 화가가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사모님, 이렇게 이쁜 따님들하고 나오셨군요. 그림은 좀 둘러보셨어요? 그림이 맘에 드세요?"
우리 엄마, 너무나도 순박하고, 순진한 할머니의 표정과 말투로, 어눌하게, "예...참 좋네요...액자가 참 멋있어.. 이 액자 어디서 맞췄수??" (시장에서 좌판 벌인 아주머니와 가격흥정하는 말투...)
(=.=;) 머리에서 띠용띠용 앰뷸런스 불 깜빡깜빡. 아뿔싸, 엄마가 사차원적 말 실수를 하셨다. 화가한테 '액자가 좋다'는 말은 무례쟎아. 이건 모욕이지. 내가 당황스러워가지고 눈이 둥그레져가지고 우리 언니와 무언의 눈의 대화를 사고 있는데, 그 화려한 화가님, 전혀 개의치 않으시고,
"액자 멋있죠? 아이고, 이게요 엄청 비싼거예요. 이 액자만드는 사람이 아무한테나 안만들어줘요. 이중에 몇개는 친구한테서 액자 빌려온거에요. 액자값이 한두푼 해야 말이죠."
그때, 그 순간, 저는 자신이 참 비루하고 좁고, 작은 사람이라는 자각을 했습니다. 첫인상이 안좋다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슬쩍 피한다거나, 이런거 사실 별로 안좋은거거든요. 남이 화려한 의상을 했다고 '경멸'하는 태도를 취한것 역시 안좋은거죠. 그러면 안되는거죠. 그에 비해서 그 화려한 화가님은 아주 '품'이 큰 사람이었던거죠. 활달하고, 얼핏 보기에 모욕적인 언사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웃어 넘길 아량과 여유가 있고, 우리엄마의 '실언'처럼 보이는 언사에 대해서 편안하게 대처해주고. 그분이 품이 큰 사람이었던거죠.
국립미술관 (NGA) 프랑스 소품전에 전시된 작품인데요, 제가 이 그림에 특히 매력을 느낀것은 아니고, 액자가 하도 예뻐서 사진기에 담아왔습니다. 액자 조각도 예쁜데, 사방으로 거울도 들어가 있어요. 저 오른쪽 거울속에 저도 들어있어요 :) 참 예쁘게도 만들었군요. 제 블로그에 '액자'까지 포함된 그림 사진을 올리는 이유가 이런것 때문입니다. 액자는 그림의 옷이거든요. 그 옷까지 담는거지요. 때로는 액자가 그림을 압도할때도 있는데요, 그것 역시 그 그림의 운명이지요. 만약에 어딘가에 책이나 자료가 있다면, 액자와 작품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해보고 싶군요.
저는 (당연히) 그림을 해치지 않는 액자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화려한 액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요. 그런데 위에 있는 그림의 액자는 그림과 적절히 어울리네요. 왠지 액자가 그림의 한 부분처럼 느껴져서 액자가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달까요.
답글삭제작가가 액자를 직접 만드는 경우가 흔치 않다면 액자로 인해 작가의 그림이 돋보이지 않게 되는 건 참 슬픈 운명이네요.
@행복한 자유인 - 2010/01/24 22:29
답글삭제제가 보니까요. 액자 값이 무척 비싸거든요, 우리 눈에 별것 아닌것 같아도 부르는 값은 무지무지해요. 그래서 화가들이 전시회 할때요, 액자값이 비싸니까, 친구들끼리 그 '액자'를 서로 빌려주고 그런대요. 동일한 사이즈의 그림이면 그게 가능하죠.
위의 액자의 경우, 저는 그림보다 액자가 더 맘에 들었어요. 그 액자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그림 그린이는 그림에 서명을 해서 이름을 남기는데, 이 아름다운 액자를 만든이는 이름도 없이 사라지겠구나 뭐 이런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요.
토마스 윌머 듀잉의 그림은, 운이 좋아서 유명한 디자이너의 액자를 입게 되었고, 그래서 액자의 디자이너 이름도 남게되었지만, 대부분 액자의 디자이너는 잊혀진 존재들이쟎아요... 그게 좀 안타까워요. 어떤 사람은 화려한 조명을 받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잊혀지죠...
ARTISAN 과 ARTIST.
답글삭제사진사와 사진가.
세상은 가르기를 좋아합니다.
*****
그림은 어쩐지 르노와르의 느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