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실로 오랫만에 (한 5개월만인가?) 조지타운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지난 5개월간 나는 거의 좀비처럼 꼭 필요한 움직임만으로 버텼었다. 자거나, 졸거나, 학교에가서 가르치거나, 책보거나, 자거나 졸거나 책보거나...그렇게 반년이 흘러갔다. 이제 다시 살아나야 할 것 같아서. 우선 몸을 다시 움직여주기로 했다. 어제까지 비나 진눈깨비가 오더니 오늘은 뿌옇게 흐린 날씨에 바람한점 없이 포근하고 촉촉하여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겨울 날씨였다. 새해 첫날을 걷기로 시작했으니 올해는 거북이처럼 꾸준히, 차근차근 계획한 일들을 수행하면서 보내야겠다. 거북이처럼.
포토맥 강변. 2010년 1월 1일. 오전. 뿌연 날씨. 강기슭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희끗희끗

아스팔트 깨어진 틈 사이로 비집고 피어난 이끼 이끼. 천사의 숨결같은 고운 이끼.

워싱턴 항구에서 바라보이는 포토맥 강, 빨간 겨울 열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루즈벨트 아일랜드 (포토맥 강에 있는 작은 섬)


조지타운에 가면 반드시 들르게 되는 반즈앤노블 책방에서 발견한, 병뚜껑을 모아 장식한 바구니. (나도 병뚜껑 모은것이 많은데, 이렇게 장식해봐야지.)

조지타운에서 가끔 들르는 카페에서 점심으로 과일 칵테일과 카페라테도 먹고. 왜냐하면, 어떤 식으로든 한해를 기쁘게, 달콤하고 따뜻하게 시작하고 싶었으니까.


Baby, It's Cold Outside! (아가씨, 지금 바깥은 춥다구~) 해마다 연말,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많이 나오는 노래, 그리고 내가 크리스마스 노래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한 남자와 여자가 '지금 집에 갈때가 되었는데..' '아가씨 밖은 추운데 그냥 좀더 있다가지...' 뭐 이러고 서로 종알거리는 사랑스러운 노래가 있다. 그 노래가사를 가지고 핫초콜렛 광고 문안을 만들었다. 노래도 사랑스러운데, 광고판도 사랑스러워서 찍어봤다. 조지타운에서.

한나절 산책을 겸한 조지타운 소풍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강변의 나무는 헐벗고, 희끗희끗 눈도 쌓여있지만, 봄의 약속처럼 여기저기서 푸른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기웃기웃.

복잡하게 엉킨 생각처럼 하늘에 이리저리 엉킨 겨울나무 가지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나는 이유를 알수 없으나 이런 겨울나무를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나뭇잎을 다 떨궈버린 나무들은, 한편으로는 삶의 무게를 덜어낸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로가 꽁꽁 얼었다가 풀리고 있었다. 두해넘도록 걸었던 길. 앞으로도 몇해 더 걸어야 할 길.

그리운것들을 그리워하면서, 그리운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주어지는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흘러가는 것들을 저 강에 흘려보내면서, 나는 또 이 길을 걸어가야지... 흘러간 것들이 언젠가 비가 되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지.


포토맥 강변. 멀리 키브리지가 보이고 (빨간모자 옆으로 보이는 다리), 그 다리 건너 고층건물의 도시가 알링턴 시가지이다. 음, 산책할때는 무거운 DSLR을 갖고 다니기가 힘들어서 오늘 사진들은 소형카메라로 찍었다.
2010년 1월 1일. 금. redfox.
trackback from: 새해맞이 강변산책: 조지타운 반드앤노블에서 산것~
답글삭제:) 연말용품 세일하더라~ 50퍼센트 할인~ 그래서 샀다. (1) 반즈앤노블의 카페에서 겨울용품으로 선보였던, 금속 텀블러와 손으로 짠 텀블러 코지. 이거 보고 갖고싶었었는데...지금 반값에 팔길래 냉큼. 헤헤. (2) 조그마한 달력. 앤디 워홀의 고양이 시리즈. 내 책상앞에 붙여놓고 일정관리 할거다.역시 반값 (내친구들 주려서 달력 두개 더 샀다.) (3) 몰스킨 스케치북 : 이건 정가 다 주고 샀다. 올해에 이 스케치북에 소품들을 가끔 그리면서..
trackback from: Key Bridge: 벽화인가 낙서인가?
답글삭제새해맞이 강변산책을 나갔다가 오는길, 이곳은 조지타운에서 알링턴을 잇는 '키 브리지 Key Bridge' 아래 이다. 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조지타운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래서 사람의 발길이 닿는 다리밑 공간이 길거리 '낙서예술가'들에게 아주 좋은 그림판이 되어준다. 아래의 그림 (낙서)는 얼핏 잭슨 폴락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대체 예술과 낙서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바스키야라는 요절한 미국 현대화가는 길거리 '낙서'로 시작하여 천재적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