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2일 월요일

웨스트 버지니아 인상

'미국은 이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한개의 주 (state)가 내가 태어나 성장한 '남한'의 크기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큰데, 나는 'south Korea'의 방방곡곡을 가보지도 못했다.  남한땅 (한국)에 대해서도 나는 잘 안다고 말하기 힘들다.  나는 땅끝마을도, 울릉도도,  목포도 가보지 못했다. 나는 한강의 유람선을 타본적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도 매우 한정적이다. 경기도 수원, 용인, 서울, 일산 정도를 나는 친근하게 여길뿐이다.

 

내가 살고있는 버지니아, 그것도 DC와 인접한 북버지니아 지역과 남버지니아 지역조차 남한, 북한처럼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내가 버지니아 지역에 3년간 살았대도, 버지니아가 '이렇다'라고 말하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내가 웨스트버지니아에 하루이틀 머물렀다고 해서 웨스트버지니아에 대해서 '이렇다'라고 말하기는 힘들것이다.

 

그러나, 내가 자동차로 휙휙 지나치면서 바라봤던 몇개의 주에 대한 인상은 일반적인 인상과 공통되는 면이 있다.

 

가령, 남부의 '루이지애나'주나 '알라바마'주를 지나칠때, '이곳은 가난해보인다'는 인상을 가질수 있다. 이 주들은 미국의 손꼽히는 가난한 주들이다.  비록 차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라해도 그 풍경이 전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내 눈에 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의 '손꼽히는' 가난한 주중에 하나일 것이다. 존덴버가 Almost heaven, West Virginia 라고 노래 불렀듯, 웨스트버지니아는 '천국'에 가깝다.  가도 가도 구불구불 산이 이어져있다. 뉴멕시코주나 텍사스주에서 한시간 내내 핸들에 손을 안대고 '크루즈'만 걸어놓고 일자로 뻗은길을 갈수 있다면,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꼬불꼬불 산길을 끝없이 가야 한다. 그런데 시속 제한 속도가 70마일이다.  대부분의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가 65마일을 정한것에 비교해볼때, 70마일은 '천국'과도 같은 속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차들이 이 산길을 시속 90마일로 달린다. (하하하).  남들이 모두 달릴땐, 나도 그렇게 달려도 걱정이 없다. (경찰이 나만 잡을리가 없지 않은가...)

 

산으로 이루어진 주라서, 이곳의 도시는 산동네로 형성되어 있다. 이것은 내눈에 매우 특별하게 보였는데,  플로리다에서 5년가까이 사는동안 나는 '산'을 구경하지 못했었다. 버지니아로 올라온 후에도 일부러 찾아가면 애팔라치 산맥이 높고 길게 드리워진 것을 구경할수 있지만, 이곳역시 도시는 평평한 분지에 형성되어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평지처럼 펼쳐진 도시와 마을과 길.  내가 보아온 미국 남부나 중서부, 동부의 대도시들이 평지에 있다. 그런데 웨스트버지니아에는 '산동네'가 형성되어 있다.  그것이 내 눈에 매우 특별하게 비쳐졌다.

 

웨스트버지니아를 통과하는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는 번듯하고 넓지만, 일단 지방도로로 들어가면, '친근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낙후되어 있고, 비좁고 그렇다. 왜 친근한 느낌이 드는가 하면, 그 풍경이, 내가 성장하던 70년대 근대화 시절의 한국의 중소도시와 닮았기 때문이다. 비좁은 길로 차들이 다니느라 정체되는 구간도 있는데, 사람들은 순하기가 그지없다.  길이 좁고 밀려도 성질을 부리는 사람이 없다.  길을 놓쳐서 차를 세워놓고 길을 물으면 특유의 사투리로 순박하게 길 안내를 해준다. (얼핏, 한국의 강원도나 충청도 사람들의 순박한 친절함이 연상된다.)

 

대부분 우리들이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남부 사람들은 느리고 순하고, 친절하고, 북부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빠릿빠릿해지고 몸집도 날씬하다고 평한다.

 

나는 이를 다시 정리하고 싶다.  이것은 남부와 북부의 문제가 아니라 시골과 도시의 차이이다.  미국에서 대도시와 가까울수록 사람들이 빠릿빠릿하고, 신경질적이고, 몸집도 날씬한 편이며, 남부이건 북부이건간에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의 말이 느려지고, 걸음걸이도 느려지고, 순해지고, 친절해지고 그런다. (몸집은...확실히...남부 사람들이 퉁퉁한 편이고 북부 쪽이 날씬한 편이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주요 산업이 뭘까? 광산하고, 뭐, 목재하고...주로 산림업이 아닐까? 풍경은 아름답고 좋다만, 어떤 산업이 있을것 같지가 않다. (그러니까 가난한 주일것이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어질어보이고 좋다...

 

 

댓글 2개:

  1. 잘 다녀 오셨어요?^^



    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별로 산업시설이 없다보니...) 미시시피와 경쟁하는 주라고 합니다.. ^^

    남부 음식이 기름지고 달아요... 폴라 딘이라는 유명한 조지아 아줌마 쉐프나 루이지애나의 에머릴이 하는 남부 음식들 보면 설탕과 버터를 업청 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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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씨 - 2010/04/13 04:40
    특히 루이지애나는 돼지기름을 이용한 음식이 많아요... 케이준 음식도 그냥 막 기름기 많고~ 조지아 흑인들은 복숭아와 수박을 많이 먹고요. 그래서 제가 수박을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조지아 흑인같다'고 놀려요, 아들이... 하하하. (수박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어요~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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