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7일 화요일

[산책] 4월 27일 물고기와의 조우

 

 

밤길에, 수로에서 저벅저벅 소리가 났다.  검은 물에서 저벅저벅

비버님이 돌아다니는가 생각하며 들여다보니 비버가 아니다.

물고기다.

사진속의 물고기는 실제로는 내 팔뚝 (아랫부분: 손에서 발꿈치까지) 정도의 크기이다.

그만한 물고기들이

수로에서 물이 빠져나가니까

결사적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방향으로 저벅거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쳐다보고 있다가, "Hey!" 하고 소리를 질러보았다.

사람 목소리가 나니까

저벅거리며 물고인 흙바닥을 '쓸며' 지나가던 물고기들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진다

이럴때는 물고기도 짐승과 다를바가 없다.

물위로 몸을 드러낸채, 몸을 활처럼 움직이며 흙바닥 위를 이동하는 딱한 물고기.

 

잠시 고요하던 물고기들은 또다시 바삐 흙위를 이동한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얼마나 더 갈지...

물은 자꾸 빠지고

팔다리도 없이 몸으로만 어떻게 움직여서 갈것인가.

 

둑 너머 수풀 지나면 저만치에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포토맥강이 유유히 흐르는데

하필 너희들은 왜 물이 마르거나 빠지는 이 수로를 고향으로 삼은 것이냐?

 

 

 

 

 

내가 딱히 도와줄 방법도 없고,

그냥 어둠속을 걷고 있는데

수로 여기저기서 저벅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물고기들이 살겠다고 저렇게 몸부림을 치며 이동하는구나.

절망적으로 보이는 행렬...

 

집에 와서 사진을 보여주며 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지금 수로위를 행진하고 있다고 했더니

우리집 남성동지들: "거기 어디야? 뜰채로 뜨러가자!"

 

내가 보기에 뜰채도 필요없다. 그냥 들어가서 두손으로 잡을수도 있겠더라...

 

난 물고기 생각하면 슬프고 딱하고 그런데, 이 남자들은 잉어찜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다. 

 

 

오늘,

용맹하게

혼자 강변에 나가서 여러가지를 보고, 경험하였다.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거나

살아있는 생물과 만나게 될때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신의 선물'이라는 느낌을 가질때가 많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황혼에 혼자 서있다 훌쩍 날아오르던 블루 헤론

아카시아

오동나무꽃

저녁이 되자 꽃잎을 꼭 닫고 휴식을 취하는 버터컵 (butter cup) 꽃

물이 빠져서인지 불안하게 돌아다니는 비버들

허덕이는 팔뚝만한 물고기들

그리고 나를 부르던 둥근 달, 내 뒤를 쫒던 그 달.

차가운 공기

어두움

어둠속에 이따금 지나치던 조깅복 차람의 늘씬한 청년들

휘청이며 날아오르는 박쥐들

그리고 저만치 유유하게, 바다처럼 흐르는 포토맥강

그리고 어둠속에 들짐승처럼 걸음을 재촉하는 나 자신.

 

나 혼자였기때문에

이 모든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혼자 밤길을 걷는 일이 무섭지 않아.

나는 신의 섭리속에 존재하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