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3월말, 흐리고 바람불던날 저녁.
어떤날 (허영자 시, 조동진 곡)
쓸쓸한 날엔 벌판으로 나가자
아주 쓸쓸한 날엔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갈잎은 바람에 쑥대머리 날리고
강물을 거슬러 조그만 물고기떼
헤엄치고 있을게다, 헤엄치고 있을게다
버려진 아름다움이 눈을 부벼 외로이
모여있는 곳, 모여있는 곳-
아직 채 눈물 그치지 않거든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내가 '사슴의 골짜기'라고 이름 붙인 강변의 습지대. 아일랜드의 초록색을 연상시키는 곳. 사슴이 뛰노는 곳에 초록 비단 옷을 입은 요정의 여왕이 나올것 같지요.

Fletcher's Cove 에 일찌감치 피어난 벚꽃 (3월 말)

강변 늪지대에 무리지어 피어난 수선화와 노란 들꽃

늪지대에서 발견한 '겹수선화' (그냥 수선화가 겹겹이 핀 모양새라서 겹수선화라고 이름을 지어줌.)

겹수선화 발견지 (이곳이 어디인지는 나만 알수 있어요. 난,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요...)

영화 State of Play http://www.imdb.com/title/tt0473705/ 의 배경이 워싱턴디씨라서, 영화 장면 여기저기가 내게는 무척 낯익고 친근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에서 어떤 피자 배달부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살해현장을 봤다는 이유로 역시 살해당하고 말지요. 아, 그 영화 보고나서 한동안 이곳에 못 왔습니다. 나도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가 총맞아 죽을까봐... 지금은, 신경 안써요. 최근에 읽었던 책에 이런 주장이 나옵니다. 사람이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과,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악당에게 걸려서 강간당하거나 살해당할 확률을 비교해보면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이 무지무지하게 높대요. 그런데 우리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두려움보다 산책하다 낯선사람에게 살해당할 것을 훨씬 더 염려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비정상적인 공포래요 (제 식으로 옮기자면.) 그의 주장이 제게는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속편하게 내키는대로 살기로 한거죠 뭐. 앗 참. 그 State of Play 영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기자'인데요, 남자주인공은 럿셀 크라우가 연기한 기자. 그 여자주인공이 입고 나온 회색 바탕에 검정색 체크무늬 카디건이 (하하) 바로 이거 (아래)에요. 하하. 영화보면서 '저거 내 카디건인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던거죠. (저야, 주로 땡처리 할때 - 한 80프로 세일할때 산 옷이지만요.) 근데, 여배우가 입으면 근사한데, 내가 입으면 왜 이렇게 펑퍼짐하고 후줄근한것인가...
아래 사진은 바로 저 성벽 위에 올라가서 이번에는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각도를 잡은 것이지요. 이 나무계단으로 올라왔지요.


사자이빨꽃 (Dandelion), 민들레, 담뽀뽀 (일본말) 우리엄마가 가르쳐줬어요, 민들레는 일본말로는 담뽀뽀래요. 담장 기슭에 납작하게 엎드려 해바라기 하다가 담에 기대어 뽀뽀하는 작은 꽃 같지 않나요? 사자이빨꽃은, Dan (teeth) de (of) lion (lion) = teeth of lion = 사자이빨꽃. (외우기 쉽죠...)

조지타운 수로변에는 한국처럼 개나리도 활짝 피었습니다. (개나리가 담벼락을 덮은것을 보면, 한국의 미아리고개가 생각이 나요. 봄이되면 미아리고개에 개나리가 가득했는데요)

오른편에 보이는 개천이 '수로 (canal)'입니다. 왼편 가장자리에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것이 나무에 가려진 '포토맥강' 입니다. 그러니까 이 수로변 길을 걸으면 양 옆으로 수로와 강이 펼쳐져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원래 물가를 걸을때 기분이 좋쟎아요. 우리는 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요. 흐르니까... 수로 오른편 언덕위에 벽돌건물이 보이지요. 저 언덕위가 모두 조지타운대학 캠퍼스입니다. 전에 한국에서 공부할때, 조지타운 대학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공부한 적이 있지요. 그때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중에 두명이 조지타운대학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고, 저는 국내 대학원에 들어갔었지요. 그때, 그 동기들이 정말 부러웠었지요. 나는 뭐 돈도 없고, 애는 둘이나 있고, 유학은 꿈도 꿀수 없는 처지였고, 심지어 대학원도, 가당치 않은 상황이었는데요. 유학가는 동기도 부럽고,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친구들도 부럽고, 부러웠지요. 나는 유학도 대학원도 불가능해보였는데요. 공부를 못해서는 아니고, 그냥 내 상황이 '어떤 꿈'을 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겁니다. 그런데, 연습삼아 본 대학원 시험을 통과를 해서 정말 가고 싶었던 대학원에 갈수 있었지요. 저의 드림스쿨이 있었거든요... 입학시험 합격하니까, 뭐, 학교에 갈 만한 길이 열리더라구요. 한국에서 대학원도 못마쳤지요. 갑자기 미국에 오게되어서. 그냥 갑자기. 그런데, 연습삼아 대학원 입학 신청을 해봤는데, 입학허가서가 날아 오더라... 입학허가서 날아오니까, 상황이, 뭐 어떻게든 굴러가더라구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거죠.
강변에 산책나갈때마다 길건너 조지타운대학을 한참 보면서 걷게 되는데, 그 학교를 볼때마다 옛날, 가당치도 않아 보였던 내 애매한 꿈들이 생각이 나지요. 내가 포토맥강변을 이렇게 산책할수 있을거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조지타운이... 명문이지요. 클린턴 대통령도 학부를 이 대학에서 마쳤지요. 산책나갈때마다 오며 가며 조지타운대학을 건너다보면서 저는 생각해요. 실적을 쌓아서, 저 대학의 초빙을 받는 학자가 된다면 좋겠지... (어느 세월에~ 뭐...어느 세월이건~~ ) 될지 안될지는... 어디까지가 내 운명이고 어디까지 내가 개척할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
죽을때까지 ...걷는거죠... 내 꿈을 향해서, 한걸음, 또 한걸음. 아무것도 안된다 해도, 여태까지 내가 누렸던것만으로도 나는 꽃방석 같은 축복을 받았다고, 이미,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 삶이 좀더 남아있으니, 좀더 가 보는것이지요. 힘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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