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8일 일요일

손님 : Wren

 

이 새의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다. 

어찌보면 참새의 암놈, 혹은 어린 참새와 흡사하기도 한데

날렵하고 길다란 부리, 그리고 길다란 꽁지는, 내가 아는 참새와 약간 달라보이기도 한다.

 

   ===> 아, 정체를 밝혀냈다. 이 새는 Wren 이다. 뤤.

 

이 새는

희게 올라간 선명한 눈썹이 매력적이고

그리고 옆모습이 예술이다.

꽁지가 날렵하고 길다.

 

 

왕눈이 드나들으라고 식당에서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놓았는데

그 문틈으로 이 작은 새 한마리가 날아 들어왔다.

그거야 얼마든지 환영인데,

문제는 이 작은새가 갑자기 실내에 들어와서는 어리둥절해져가지고

나갈곳을 못찾고 실내의 유리창으로 자꾸만 돌진을 한다는 것이지.

그래서 새가 유리창에 자꾸 부딪치고

개가 호기심에 쫒아가니까

놀라서 막 아무데로나 돌진하고...

 

새가 유리창에 여러차례 돌진하고 떨어지고 그랬다.

그래서, 그대로 놓아두면

왕눈이가 물어 죽이거나

저러다 죽거나 할 것 같아서

새 구출작전을 펴야 했다.

 

 

내가 국수 삶아서 물에 헹굴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가지고 살금살금 새에게 다가가서

바구니로 새를 생포한 후에

바깥으로 나가서 '방생.'

 

문밖 포치 난간에 풀어줬는데도

이 새는 놀랐거나 어딘가 다쳤는지

날아가지도 않고

한쪽다리를 (사진에서 오른쪽) 들고 멀거니 앉아있는거다

한참을 그자리에 앉아있길래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몇장 근접 촬영을 했다

(새를 이렇게 가까이서 찍어보기는 처음이다.)

 

조금 있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가까운 나뭇가지 속으로 날아가 숨더라.

다행이다. 다친데는 없는듯 하다.

 

 

 

 

 

 

 

 

 

 

 

 

옛날에 플로리다에 살때는, 이맘때쯤 박쥐떼가 집안으로 들어와서 잔치를 했었는데...

요즘도 가끔 저녁에 포토맥 강변에 가면 술취한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박쥐를 보기도 한다.

박쥐를 보면 그냥 반갑다.  (난 박쥐가 무섭지 않다, 그때 박쥐 공부 많이 한 덕분에.)

 

단지 집에 날아 들어온 새 한마리를 다치지 않게 내보내 준 것 뿐인데

마치 한 생명을 탄생시킨듯 기분이 좋아진다.

독한 감기약을 며칠째 먹고 있다.

오늘은 일어나 움직일만하다. (일을 해야 한다...)

몸이 아프면 드러눠 쉬고, 기운 나면 일하고... 뭐, 그럴수 있으니까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댓글 4개:

  1. 아주 오래전에 버클리 근처 살때 집에 문열어 놨는데 새가 들어와서 나갈 길 못찾고 자꾸 유리창에 부대는데 다칠까봐 무섭고 잡으려니 저는 잡을수도 않고 하여간 큰녀석 어릴때라 지가 잡는다 난리를 치고 겨우 겨우 남편이 바구니로 잡아가지구 바깥에 내보냈던 기억.. (제가 날개 퍼덕거리는 것들에 약간 포비아가 있어서요...)



    그래도 이쁘게 안다치고 제갈길 갔다니 다행이에요.. ^^

    답글삭제
  2. @사과씨 - 2010/04/19 07:11
    아, 찾았어요, 뤤이에요 뤤~



    에, 저는 시골에서 거의 들짐승처럼 자랐기때문에, 짐에 온갖 짐승 및 쥐들이 돌아다닌고로, 동식물에 대해서는 '형제애' 비슷한 것을 느끼는 편입니다. 그래도 벌레는...어릴때는 만지고 놀았는데, 오히려 어른되면서는 징그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른 되면서 더 편협해졌다고 할만하지요...)



    그런데 의외로 '새'에 대해서 포비아 느끼는 분들 많아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지요.



    저는 병아리 키워서 어른닭으로 자랄때까지, 내 동생처럼 끼고 살던적도 있어서요, (아버지와 형제들이 공모하여 그 닭들을 잡아서 삶아먹던 날엔, 형제나 동생이 상에 오른듯한 슬픔을 느꼈지요... 닭들이 -- 그 닭대가리들도, 내가 저를 위하는줄 알고 나한테와서 놀고 그랬는데... 어느 정도냐하면, 마루에서 밥상 펴고 숙제하고 있으면, 공부하는 밥상위에 올라와서 부리로 연필을 콕콕 쪼거나... 내 어깨위, 머리위에 푸드득거리고 날아 오르거나. (닭이 강아지같았죠. 좀 이상하지만...)



    비가오면 그것들을 주인없는 새장에 몰아 담아가지고 내 방에 데려다 넣고.. 방안에 닭내 난다고 야단맞아도, 그래도 닭이 추울까봐... (하하, 돌아보면 좀 정신나간 애였지만, 그땐 심각했거든요.)



    정들면, 다, 이뻐보여요. 괴물딱지라도... 근데, 짐승은 내가 사랑을 준거만큼 그보다 몇배 우정을 돌려주는데, 사람은 좀 허망해요. 사람은 돌아서면 그만이죠. 그래서 사람사귀는거보다, 닭대가리라도 닭이, 더 우정이 깊을지도 몰라요. 짐승한테는 마음을 안다치는데, 사람한테는 다치고, 상처주고, 못할짓이라. (갑자기 센티멘탈해진다, 아이구.)

    답글삭제
  3. @사과씨 - 2010/04/19 07:11
    하루종일 묶어놓은 동네 강아지들이 제가 지나가기만 하면 반갑다고 짖고 꼬리를 흔드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쓰려요. 시골에서도 이렇게 묶어놓고 기르니 도시에선 얼마나 더 답답할지;; 책임질 수 없는 동물은 기르면 안 될 것 같아요..



    친구도 도시에서 고양이 기르다가 발정기 되니까 차마 남들 하는 거세 수술은 못하겠고 시골에 갖다 줬는데.. 동물 정드는 건 배신하게 될까봐 두렵기도 해요.

    답글삭제
  4. @사과씨 - 2010/04/19 07:11
    우리 할머니는 집에서 키우는 가축이나 개를 자식처럼 돌보다가, 때되면 팔고, 때되면 잡아먹고 그러셨거든요. 농가에서 개는 길어야 3년 살았죠. 짐승은 오래두면 요물이 된다고, 때가되면 솥단지로 들어가야 했는데요. 그렇지만, 살아 있는동안은 지성이었어요.



    그 이중적 사고구조 (1) 생명가진 것은 모두 귀한것이므로 내 자식처럼 지성껏 보살핀다, (2) 가축이나 짐승은 때되면 팔거나 잡아먹는 것이다 -- 이것을 어릴때는 이해하지 못하고 할머니나 어른들을 무자비한 사람들이라고 판단했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이들의 야멸찬 합리성이 오늘날 도시민들의 '키우다 귀챦으면 내다 버리기'보다 훨씬 생명존중에 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장난감으로 갖고 키우다 온갖 구실로 남주거나 내다버리고 손터는...



    우리 왕눈이는 만 6년전에 버려진 개 보호소에서 데려다가 키우고 있는 중인데, 입양당시 대략 3세로 추측되었으니까 지금은 만 아홉살쯤 된 개인데, 사실 가끔 저놈이 귀챦기도 합니다. 맘대로 여행가기도 힘들고, 개데리고 여행가면 여관잡기도 힙들고, 애완견 비용 내야 아파트 들어갈수 있고, 여러가지로 돈이 드는데요.



    그런데, 어쩔건가. 데려왔으면 책임지는거지. 좋건 싫건. 책임지지 못할거면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지. 이러고 있는거죠. 요새는 주변에서 누가 개 키우고 싶다고 하면 제가 말려요. 힘드니까 그냥 살으라고. 배신할거면, 애초에 시작 안하는게 좋죠 뭐. 특히 말못하는 짐승한테는 그러는게 아니죠. (사람은 배신해도, 짐승갖고 그러면 안될것 같아요.) 말도 못하고 힘도 없는데. (인간이 동물보다 윗길이면, 그만큼 책임도 큰거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