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4일 수요일

[산책] 2010년 4월 14일 Turkey Run Park

 

 

네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다.

지금은 혼자 걸을때 생각한다. 내 눈에 비치는 모든것속에 깃든 시간에 대해서.

 

어제는 기온이 내려갔고, 온종일 비가왔고, 나는 저녁을 먹고 죽은듯이 자느라 산책을 나갈수 없었다. 오늘은 수업이 없으므로 출근 대신에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터키런에 다녀왔다.  가을학회에 보낼 프로포절을 어제 종일 끙끙거리며 썼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손보는 작업을 했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도망가듯 강변으로 갔다.

 

4월에 터키런에 가본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나보다. 4월에는 이런 꽃이 발치를 환하게 비쳐주고 있었다. 왕복 5마일 내내. 그래서 숲이 연보라빛으로 물이 들은것처럼 보였다. 예전같았으면, 나는 북버지니아 식물도감을 뒤져서 이 꽃의 이름을 알아냈을거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꽃의 이름을 알려고 애쓰는 일이 ...어쩐지 맥빠지는 일처럼 여겨진다. 꽃의 이름을, 나무의 이름을 안들, 세상이 달라질까?

 

 

 

비가 오고 난 다음날 4월의 아침. 강변은 이렇게 차분하고 촉촉했다.

흙은 쌀가루처럼 포근포근하고 상냥하여, 발목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짙은 자줏빛, 혹은 초콜렛색 들꽃을 보았다. 아직 아침이라 꽃봉오리가 입을 꾹 다물고 있었어.

 

 

 

 

아직 아침이슬이 그대로 굴러다니는 나뭇닢들, 그 포개진 그림자들을 네게 보여주고 싶었다.

 

 

 

 

매달린 이슬이 보이지?  포개진 그림자가 보이지?

이속에 내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굴러다니는 것 같았지.

나는 소리내어 웃지 않았지만 혼자 깔깔거리고 있었다.

좋아서.

그래, 난 이런 것들을 보면 좋아서 혼자 웃는다.

 

 

 

 

공룡시대를 연상시키는,

내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치식물의 길도 지났다

공룡시대 이전부터 나는 바람으로, 혹은 빛으로 이 지상을 떠돌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너 역시.

혹은 내가 죽은 다음에도.

 

 

 

늘, 거기 서있는 휘어진 나무. 숲속의 '문'처럼 거기 서서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이 나무를 오늘도 나는 통과하였다.

 

 

 

 

 

이리저리 쓰러진 고목들을 잘라내 길을 터준 산림관리원에게 나는 감사를 보낸다.

누군가가 이 숲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지.

 

 

 

나무에 덮인 이끼를 들여다보면,

그 보드라움 때문에 꼭 한번 손으로 쓸어보게 된다

부드럽고

그리고 상냥해.

촉촉하기도 하고.

이끼는 촉촉한 곳에서만 살수 있으니까.

 

 

 

나는 이 연두초록을 Wilmer Dewing 의 초록이라고 부른다. 미국 화가중에서 미국의 초록을 가장 잘 표현한 사람 Dewing.

 

 

내 손톱 크기만한 작은...흰 꽃들

 

 

 

이쁘지?

그런데 이제 나는 새삼스럽게 꽃의 이름을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꽃의 이름을 안들

나무의 이름을 안들

...그것이 무엇을 달라지게 할까.

시간을

시간을 돌이킬수가 없다는 것을

매일

매일 강변에 나가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나는 확인하고 마는걸.

 

 

 

계절은 돌아오고

꽃은 또 피고 지는데

흘러간 강물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저 흰꽃은 참 귀엽구나.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괜챦다.

아무래도 상관없는일.

 

꽃은 또 피고,지고, 할것이다.

 

이제 프로포절을 최종 점검하여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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