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1일 수요일

하루

Dr. Politte 가 위내시경 검사를 하러 가야 한다고, ESL 수업 두시간을 채워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침 내가 ESL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작업을 계획하고 있던 차라서, 잘 되었다 생각하고)

그 두시간을 내가 채워주겠다고 했다.  그것이 오늘이었다. 폴리트 박사는 프로그램 디렉터인 내가

대체수업을 해주겠다니까 미안해 했다 (내가 시간 달라고 할 판이었는데. 하늘의 가호로다~ 하하)

 

대학원생 한명이 프로포절 작성한것을 봐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그것도 오늘 아침에 봐주기로 했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출근하여, 그 학생으로서는 중대한 프로포절인 만큼, 나도 신경써서 다듬어주고나니

ESL 수업을 할 시간이 돌아왔다.

 

두시간 수업 (말이 수업이지, 사실은 내 연구 작업이었다)을 물흐르듯이 진행했다.  학생들이 '너무 재밌다'

고 또 하자고 (얼씨구~), 또 수업에 들어와서 그것좀 다시 해보자고 일제히 요구를 하길래, 그러기로 했다.

(내가 연구에 참여 해달라고 부탁을 해야 할 판에, 저쪽에서 또 하자고 하니, 복이로다, 신의 가호로다~)

 

실험이면서, 학생들에게는 유익한 학습이 되는 그런 것들을 짜 내는 것이 내가 요즘 들이 파는 일이다.

원래 내가 엔터테이너, 흥행사적인 스타일이라서, 학생들이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education 이 entertainment 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시간이 가니 오후 두시인데, 학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뭐 평소에 프로그램 디렉터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었는지 종알종알.  그래서 그분들 개인 발언을 세심하게 들어주다보니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점심도 못먹었는데... 점심으로 싸온 고구마를 뒤늦게 꺼내 먹고, 곧바로 퇴근.

 

그렇게 나의 하루가 갔다.

 

집에 와보니 작은놈 성적표가 와 있었는데, (입에서 욕나오게 생겼다) C하고 B가 들어있으니 ㅅㅂ 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아이구.

 

좀 쉬다가, 졸업해 나가는 제자를 위해서 추천서 한부를 작성을 했다.  이 친구가 아주 어렵게 와서 아주 어렵게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길래, 조목 조목 물었다.  어느 학교에 보내는거냐. 무슨 선생 자리냐. 거기서 그대가 하는 일이 뭔가.  내가 조목조목 물으니 학생이 어리둥절 해 한다.  ...바보... 그 추천서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거기에 맞춰서 내가 추천서를 써줄수 있는것 아닌가.  토플 선생 자리에 보내는 거면 이 사람이 얼마나 유능한 토플 선생이 될지를 정확히 써줘야 하고, 이솔 선생 자리면, 이 사람이 왜 훌륭한 이솔 선생 후보인지를 설명해야하고, 자리에 따라서 추천서의 내용이 달라질수 있는데, 무작정 추천서라니...

 

그래서 내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아무거나, 전에 다른 학생 써준것과 동일한 내용에 이름만 바꿔서 싸인해줄까? 난 좀 특별히, 구체적으로 작성해주려고 했는데~" 하고 농담을 해줬다.  이 착한 학생이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웃는다.  아이고 이쁜녀석. 이 학생이 졸업해 나가면, 내가 좀 쓸쓸하겠다. 내 며느리 삼고 싶은 녀석이었는데. (나이 차이가 좀 나도 확 그냥 데려다가 메누리나 삼으면~~  )  아 그래서 녀석을 위해서 머리 써서 추천서 한장을 썼다.

 

저녁이다. 배고프다.  한것도 없는것 같은데 이렇게 하루가 간다.  아, 온라인 수업, 그거 피드백 못하고 며칠째 미루고 있다. (오늘 밤엔 그걸 해줘야...)  이러다 언제 보따리싸서 이사가나...이사가 걱정이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뭐 달라질것이 없으므로, 걱정하는 대신에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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