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2일 월요일

아파트

웨스트버지니아에 다녀와서, 죽은 듯이 잤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미리 연락해두었던 아파트에 가서 입주 신청서에 싸인을 하고 왔다.  둘러보니 예상보다 넓직해서, 불필요한 살림을 털어내면 그럭저럭, 편안하게 살수 있을것 같다.  아파트에서 개를 데리고 살기 위해서 발생하는 비용, 일년에 천달러 (환수 안되는 보증금 500달러에, 월 50달러).  왕눈이 비용 한달에 백달러...오 마이 dog... 하하, 열심히 벌어야겠다...  계획대로, 다음달에 이사한다.  이사 완료하고 6월에는 한국에 다녀오고... 대략.

 

지난주에 IRS에 갔었는데, 서류 빠진것이 있어서, 오늘 다시 가야한다.

 

한걸음 한걸음이 낯설고,  어정쩡한 가운데. 나는 그럭저럭 이 타향살이를 견뎌나가고 있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내 삶에서 필요한 도구들은 (이사할때 털어낼것 다 털어내고 내가 필수적으로 챙길것들은)

 * 책상: 노트북컴퓨터. 책. 카메라 등.

 * 침대

 * 옷장

이것들이다. 부엌도구들은, 나로서는 최소한 밥지어먹을 도구와 그릇 약간만 있으면 그만이다.

 

결국 대학 기숙사 살림 정도가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일 것이다. 나는 단촐한 삶에 이미 익숙해져있어서, 지금 당장 기숙사에서 산다고 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것이다. 공부할 공간과 잠 잘 공간만 있으면 결국 어디든 마찬가지일것이다.

 

아파트 신청을 함께 하고 돌아온 남편은, 갑자기 시장기가 몰려오는듯, 내가 만들어준 프렌치토스트와 계란요리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불안한걸까?  그는 잠시 내게서 떨어진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것이다. 일년이 될지 이년이 될지 기약할수 없는, 애매함에 대한 불안감.)  나는, 나를 중심점으로 각자의 직장이나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가족들에 대해서 불안감보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편이다. 책임감때문에 불안할 틈이 없다. 내가 있는 곳이 그들의 정신적인 home 이 될 것이다. 나는 곧 home이다. 나는 그들의 '집'이며 '안식처'다.  내가 의연히 서있어줘야 그들이 안심할것이다.

 

 

3층 아파트 밖으로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실내에 햇살이 가득했다. 느낌이 좋았다.

 

내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미지수이다.  내 목숨이 붙어있는 동안에는 운명이 내게 선사한 사람들을 잘 보살필것이고, 때가 되면 미련없이 이 세상을 떠날거라는 아주 단순한 결론에 늘 다다르게 된다.

 

이사하기 전까지, 불필요한 가재도구를 솎아내어 팔아치우거나 어디론가 보내버리는 일을 해야한다. 음...

 

이사의 원칙.

 * 싼다

 * 간다

 * 푼다.

 

하하하. 이사를 할때마다 이 세가지 원칙을 상기했다. 간단한 일이다.

 

 

댓글 2개:

  1. 의연하고 씩씩한 엄마가 있는 곳 =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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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씨 - 2010/04/13 04:39
    사실, 제가 쿨~~한척 하느라고 속으로 깽깽하는 중입니다. 전에는 스트레스 쌓이면 술을 마시거나, 혼자 강변에 나가서 못피는 담배를 뻑뻑 빨아대는 식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술도 담배도 입에 안대고, 그대신 성경책을 보면서 지혜를 얻어보려고 애씁니다. (철이 드는거지요 뭐.)



    인생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돼요. 정면응시할때, 세계최고의 수퍼스타였던 예수님의 행적을 사색하면서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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