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 아침에도 보슬비가 뿌리는둥 마는둥
이렇게 보슬비가 내리는둥 마는둥 하는날은 산책하기에 적합하다.
새벽에 일어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언라인으로 처리하고
아침 산책을 터키런으로 다녀왔다.
그저께 '우산꽃'으로 소개한 꽃. 잎사귀 아래 줄기부분에 수줍게 피는 하얀꽃.
오늘은 비도 보슬보슬 뿌리는지라, 정말 꽃이 우산을 쓰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강 가운데 작은 섬처럼 몇그루 나무. 그 나무 그림자

아침 이슬과 빗방울이 서로 만나서 종알거린다.

포토맥강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

숲속의 아기똥풀꽃. 포토맥강변에서 내 어릴적 고향집 그늘진곳에, 변소 주변에 피어있던 이 '똥꽃 (우리는 이것을 똥꽃이라고 불렀다)'을 보니 사라진 고향이 내게 다시 다가온듯 그렇게 반가웠다. 꽃모양이나 잎사귀 모양새가 필시 '아기똥풀꽃'인데, 정말일까? 궁금해서 잎사귀 하나를 따 보았다 (꽃 목을 똑 따서 확인하면 확실하겠으나 꽃이 너무 고와 목아지를 꺾을수가 없었다). 잎사귀 잘라진 곳에서도 노란 액즙이 배어나왔다. 똥꽃이 맞구나... 아기 설사한듯한 노란 물이 스며나온다.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어린 시절, '나의 숲'이라는 숲에서 보낸 신비한 시간들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숲의 생명력, 치유력에 대해서 그만큼 아름답게 쓴 글을 만나기 힘들다.
커다란 나무를 안아보거나 나무에 뺨을 대보면, 나무가 의외로 따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무는 따뜻하다.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문득, 숲길을 걷다가 생각했다.
괜챦아...
나무가 있쟎아...
숲이 있쟎아...
결국 우리가 죽어서 이렇게 다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일은 푸른 숲이 있는한,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다.
사랑이 떠나가도 괜챦아.
나무가 있쟎아...
(나무는 떠나가지 않으니까)

맨 아래 사진 보며 사진은 누가 찍어주시나하는 괜한 궁금증...
답글삭제두번째 사진 그림 같아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여긴 비가 많이 왔어요... 하긴 어젯밤 천둥번개도 업청 요란했고요..
다음 주말에 날이 괜찮으면 저도 터키런에 가볼까 싶어요.. 사진보니 초록색이 하도 이뻐서 가고 싶어져요...^^
@사과씨 - 2010/04/27 04:31
답글삭제아 천둥치고 그랬어요? 전 전혀 모르고 쿨쿨 잘 잤는데.
제 사진은 남편 아니면 아들이 찍어주는거죠. 다른 사람 카메라에는 잘 안찍는 편이에요 그냥 남의 카메라에 찍히는게 어쩐지 내키지가 않아서요. 나를 타인의 카메라에 담는건 ...어쩐지 이상해요. (낯가림이 심하죠, 나름...) 오늘 작품은 남편. 저도 나무 안고 찍은 사진 아주 맘에 들어요. 큰 나무 안고 서있으니까, 제법 이 늙은 내가 앙증맞아 보이기도 하고 하하하 깔깔~
터키런 가시면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C 주차장이 나오는데 거기서 시작하시면 가장 편하실겁니다. 터키런은 그냥 '나를 위해 만든 강변의 정원' 같아요. Great Fall로 연결된 메릴랜드쪽 Billy Goat Trail 도 비슷한 인상이고요.
터키런 가시면 Legional Bridge 쪽으로 가시는건데, 가시다가 양치식물의 길이 나오면 거의 목적지에 다 온거지요. 사실 터키런에서 로즈벨트 아일랜드까지 이어지는 트레일도 참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