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7일 화요일

[산책] 4월 27일 비버 (Beaver)님 안녕하세요!

 

해가 아직 지기전에, 수로에서 돌아다니는 비버를 발견했다.  조지타운 방향으로 걷던중 세마리나 보았다. 

왜 이렇게 비버가 보이나? 생각을 해보니, 수로의 물을 관리하는 팀이 물을 빼는 모양이었다. 수로에 가득찼던 물이 빠져나가면서 바닥이 드러나니까 비버가 살 방도를 찾느라고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비버는 우리집 뒷마당의 우드척 (woodchuck)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꼬리에서 차이가 난다. 꼬리가 밥주걱같이 납작한 모양이다.

 

 

키브리지에서 반환하여 돌아오는 길은 달이 떠서 훤하게 밝혀주긴 했으나 아홉시가 넘은 밤이었다.

그런데 수로의 물이 빠져서 얕아진 물에서 헤엄치는 비버가 보였다.

내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멀리서 사진을 찍는데, 비버가 물에서 나오더니 내가 서있는 길 위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내가 걷는 길과 수로 바닥사이에는 1미터 높이의 둑이 있는데 (내가 둑길을 걷는 셈인데) 이 비버님이 글쎄, 플래시가 터지는 쪽으로 부지런히 올라오시는거다.

 

 

 

 

 

 

 

비버님이 다가오니까, 카메라에 이놈을 잘 잡기 위해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어둠속에서 이정도의 화면을 얻은것만도 고맙게 생각한다. 미니 디카로 찍어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글쎄

비버님이 길위로 올라오더니, 우리집 왕눈이처럼 (덩치도 우리집 왕눈이만하다. 사진상에는 조그마한 설치류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집 왕눈이만한 중개 정도 크기이다)  앉아서는 나를 쓱 올려다보는거다.

 

밤에

어둠속에서

물에서 나온 강아지만한 비버님이 내게 다가와서 나를 올려다보는데

나 솔직히 겁이 났다.

내가 아직 비버에 대해서 연구를 안해서

이분의 성격이나 취향을 잘 모르는것이다.

인간에 대해서 공격적인지 아닌지 모른단 말이지...

그래가지고 약간 쫄아서 슬쩍 비켰더니,

내 인기척에 비버님이 놀랐는지 다시 둑을 내려가 물속으로 유유히 가시다~

 

그런데,

그렇게 비버님과 조우한후, 나는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나는 가끔 혼자서 '정신나간년'처럼 엉뚱한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가령, 새벽에 사슴이 창가에 와서 인사를 하듯 나를 쳐다볼때

혹은 오늘처럼 비버가 한밤에 다가와 나를 멀거니 올려다볼때

이럴때 나는 마치 영화 Seraphine 의 주인공 '미친 화가'처럼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사슴을, 비버를 보내주는것은 아닐까...

그런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다가와서 나를 쳐다봐주고 가버리는 비버가, 그냥, 고맙다.

왜 고마운지는 모르겠는데

비버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을것 같다,
"용기를 내. 내가 지켜줄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 내가 너를 지켜줄게."

혹은

"물이 빠져서 걱정이야. 나좀 도와줘. 물이 빠져서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그러면 나는 말해줄수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다시 물이 채워질거야."

 

 

 

 

 

 

 

 

비버야 오늘 내 발치까지 와서 나를 쳐다봐줘서 고마워.

나는 네가 나를 그 튼튼한 앞니로 꽉 깨물까봐 약간 겁을 먹었지 (^^)

 

 

댓글 2개:

  1. 하긴 얘들은 그 큰나무도 척척 베어내는 이빨이 좀 무섭긴 해요.. 제 생각했던 거보다 덩치가 꽤 크네요.. 어쩜 얘들은 레드팍스님이 좀 겁났을지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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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씨 - 2010/04/28 22:00
    그런데, 대개 사람을 피해서 멀리 가는데

    이놈의 경우, 물가에서 플래시 터뜨리며 사진을 찍으니까

    가던길 멈추고 '몸소' 물 밖으로 나오셔서

    일부러 둑 위로 다가오셔서

    쳐다보더라구요.



    아마도, 밤에 불빛이 번쩍번쩍하니까

    뭔가 신기하게 생각하고 다가왔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다시 돌아가신듯.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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