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일 월요일

두대의 노트북과 우리 오빠

아주 미세한 문제를 일으켜서 나를 지치게 만들던 내 노트북을 오늘 컴닥터한테 맡기고 왔다.  사실 그이도 문제 파악을 잘 못해서 (내가 건드려본것만 열심히 건드리더라...나도 해볼건 다 해봤다구요...)  결국 그이가 몇가지 더 점검해봐서 안되면 새로 포맷하는 쪽으로 결론을 맺고,  입원 조치 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전에 사용하던 조금 작은 노트북 (조금 더 낡은것)을 열고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 언제 장만한 것이더라?  2006년 6월. 그때, 3년만에 한국 갔을때, 박사과정  종합시험을 통과하고, 홀가분하게 한국 집에 가서  여름내내 논문 프로포절 작업을 했었다. 그때 우리 오빠가 이 노트북을 장만해주었다. (라기보다는 내가 하나 사달라고 생떼를 썼다).  내가 사용하던 노트북이 멀쩡한것이 있었지만, 오빠를 본 김에 생떼를 써서 이것을 받아냈었다.  내가 사용하던 것은 아들 녀석에게 넘겼다.  :)

 

 

그런데 논문 쓴다고 많은 데이타를 담고, 별짓을 다하고 돌아다니다보니 한 모서리가 깨지기도 하고, 결정적으로는 1년전에 '화면' 보드가 망가져서, 모니터가 켜지지가 않아서 입원을 시킨적도 있다, 결국 컴 닥터님이 버리는 중고 노트북에서 모니터 화면 보드만 분리해내서 내것에 끼우는 식으로 보수를 했는데, 사이즈가 안맞는 관계로 마감을 다시하고 뭐 그랬다.  그래도 기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마침 1년전에는 내가 한국에 잠깐 갈 일이 있었는데, 가서 역시 오빠가 보이길래, 징징대면서 컴퓨터가 내 속을 썩인다고 했더니 오빠가 '컴퓨터 매장에 가서 아무거나 제일 맘에 드는거 하나 고르면 내가 사주마" 이래가지고, 내가 마음이 약해서 진짜 왕 비싼거는 차마 못고르고,  :) 그냥 좋은거 하나 골라왔던거다.  그래서 별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근래에 미세한 문제들이 발생하는거다.  남은 잘 모르는, 사용자만 미세하게 감지하는... 그래서 오늘 컴닥터를 만나 '무엇이 문제인가'를 설명하는데도 한시간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내가 컴을 아주 모르지는 않고, 선무당만큼은 아는데...)

 

 

아무튼, 우리 오빠는 나의 노트북을 제공해주기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난듯 두대의 노트북을 군소리 않고 제공해주었다.  (그때 증말루 왕창 비싼걸! 고를걸! 하하.)  오빠는, 나보다 한참 부자이기 때문에, 사실 내가 우리 오빠에게 답례로 뭘 한다는 것도 부질없어 보인다. 우리오빠는 좋겠다...부자라서... (하품.)  난 우리 오빠가 부자라서 좋다.  그렇지만 이제 노트북 사달라는 생떼를 쓰기는 어려워보인다.  내가 생각해도 얌채짓 같다. 킬킬.  우리 오빠나 언니나 내 동생이 모두 나보다 부자여서 나는 아주 좋다. 내가 뭐 보태주지 않아도 잘 사니깐. 나도 이제 그럭저럭 입에 풀칠은 하고 사니까, 뭐 별 욕심도 없다. 

 

그냥 상상으로,

이 세상의 컴퓨터 회사들이 내게 연구용으로 좋은 노트북들 한대씩 무상으로 제공한다면 정말 좋겠다는 그런 유쾌하고 신나는 상상을 해본다. 빌게이츠가 나보고 한대 써보라고 좋은거 보내주고, 스티브잡스도 내게 뭐 한대 보내주고 뭐, 소니에서도 뭐 그냥 써보라고 하나 보내주고 그런다면~ 신나겠다 ㅋㅋㅋ.  그러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을 할수도 있을것 같고~  상상만으로도 신난다.

 

(이제 다시 일이나 하자. 음.)

 

 

가슴속에 슬픈 상념이 일어날때면 나는 온 힘을 다해서 그것을 떨쳐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뒤를 돌아보는 것은 소용이 없다. 가슴에 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거지. 내가 뒤를 돌아보지 않음은, 앞으로 나아가서 앞에 가서 기다리기 위해서다.

 

 

 

 

 

댓글 3개:

  1. 1.흐흐..저는 부자도 아닌 오빠(달랑 하나뿐인데다, 단지 컴퓨터로 밥먹고 산다는 이유로)한테 제가 무슨 박사공부하는 것도 아니면서 노트북 2개랑 옛 버전 아이맥 (지금은 저희 딸이 쓰고 있는)까지 지난 10년동안 받아 챙겨 썼답니다..

    당연히 받을 것 받는 사람모냥.. 갑자기 쪼꼼 고맙고 미안해지네요...^^





    2.저는 그럴때 뭐든 했었던것 같아요..견디기 위해서... 어떤때는 학교를 다녔고, 어떤때는 사진을 찍었고, 어떤때는 그림을 그렸고, 어떤때는 별 재주도 없는데 등단할 사람마냥 열심히 글을 쓰기도 했고, 옷을 만들고, 뜨개질을 하고, 열나 음식을 해서 사람을 부르기도 하고, 잠 안자고 책을 읽고..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그 모든게 결국은 견디려고 했던것 들이에요...

    (제가 요즘 여기다 너무 수다를 떨고 가는 것 같아 좀 민망한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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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씨 - 2010/03/02 09:57
    1. 우리 형제들이 좀 개인주의자들이고 데면데면하고 그렇거든요. 정이 있어도 쿨~~해야 한다고 서로 표현을 안해요. 각자 살아가는거죠. 저 역시 누구한테 뭐 한톨이라도 공짜로 받는거 싫어하고. 형제도 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니까, 계산 정확한 편인데, 어쩐지 오빠한테는 뭔가 달라고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자존심이 강해서 우리 아버지한테도 뭘 해달라는 소리를 죽어도 안했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신후에 그게 한이 되더라구요. 그냥 사달라고도 해보고 응석도 부려보고, 그랬으면 아버지가 흔쾌히 뭐 사주면서 좋아하셨을텐데... 아버지는 제가 차갑고 그러니까 오히려 저한테 다가오기가 힘들었겠죠.) 생전 남처럼 차갑게 굴다가 뭐 사달라니까 오빠가 기분이 좋아가지고 두말않고 사준거죠 뭐.



    2. 제가, 좀, 심하게 고장이 나가지고, 사실 대화할 친구가 필요했어요. '미국미술' 공부 할겸 들여다보는 것도 기를 쓰고 살아보려고 하는 짓이긴 한데요,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해요. 묻어버리기위해서가 아니라 앞에 나가서 기다리기 위해서. 사과씨님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면, 정말 길에서 바람쐬면서 친구하고 대화하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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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이고 포맷 다시하고, 바이러스 프로그램 및 제가 평소에 볼수 없었던 Hwp 프로그램까지 설치하고, 두루두루 손을 봐주고는 60달러를 청구하길래, 고마워서 팁까지 지불하고, 룰루랄라 ~ 돌아왔습니다.



    이제부터 설정이 필요한 것들을 조금 손을 보면, 원상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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