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미세한 문제를 일으켜서 나를 지치게 만들던 내 노트북을 오늘 컴닥터한테 맡기고 왔다. 사실 그이도 문제 파악을 잘 못해서 (내가 건드려본것만 열심히 건드리더라...나도 해볼건 다 해봤다구요...) 결국 그이가 몇가지 더 점검해봐서 안되면 새로 포맷하는 쪽으로 결론을 맺고, 입원 조치 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전에 사용하던 조금 작은 노트북 (조금 더 낡은것)을 열고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 언제 장만한 것이더라? 2006년 6월. 그때, 3년만에 한국 갔을때, 박사과정 종합시험을 통과하고, 홀가분하게 한국 집에 가서 여름내내 논문 프로포절 작업을 했었다. 그때 우리 오빠가 이 노트북을 장만해주었다. (라기보다는 내가 하나 사달라고 생떼를 썼다). 내가 사용하던 노트북이 멀쩡한것이 있었지만, 오빠를 본 김에 생떼를 써서 이것을 받아냈었다. 내가 사용하던 것은 아들 녀석에게 넘겼다. :)
그런데 논문 쓴다고 많은 데이타를 담고, 별짓을 다하고 돌아다니다보니 한 모서리가 깨지기도 하고, 결정적으로는 1년전에 '화면' 보드가 망가져서, 모니터가 켜지지가 않아서 입원을 시킨적도 있다, 결국 컴 닥터님이 버리는 중고 노트북에서 모니터 화면 보드만 분리해내서 내것에 끼우는 식으로 보수를 했는데, 사이즈가 안맞는 관계로 마감을 다시하고 뭐 그랬다. 그래도 기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마침 1년전에는 내가 한국에 잠깐 갈 일이 있었는데, 가서 역시 오빠가 보이길래, 징징대면서 컴퓨터가 내 속을 썩인다고 했더니 오빠가 '컴퓨터 매장에 가서 아무거나 제일 맘에 드는거 하나 고르면 내가 사주마" 이래가지고, 내가 마음이 약해서 진짜 왕 비싼거는 차마 못고르고, :) 그냥 좋은거 하나 골라왔던거다. 그래서 별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근래에 미세한 문제들이 발생하는거다. 남은 잘 모르는, 사용자만 미세하게 감지하는... 그래서 오늘 컴닥터를 만나 '무엇이 문제인가'를 설명하는데도 한시간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내가 컴을 아주 모르지는 않고, 선무당만큼은 아는데...)
아무튼, 우리 오빠는 나의 노트북을 제공해주기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난듯 두대의 노트북을 군소리 않고 제공해주었다. (그때 증말루 왕창 비싼걸! 고를걸! 하하.) 오빠는, 나보다 한참 부자이기 때문에, 사실 내가 우리 오빠에게 답례로 뭘 한다는 것도 부질없어 보인다. 우리오빠는 좋겠다...부자라서... (하품.) 난 우리 오빠가 부자라서 좋다. 그렇지만 이제 노트북 사달라는 생떼를 쓰기는 어려워보인다. 내가 생각해도 얌채짓 같다. 킬킬. 우리 오빠나 언니나 내 동생이 모두 나보다 부자여서 나는 아주 좋다. 내가 뭐 보태주지 않아도 잘 사니깐. 나도 이제 그럭저럭 입에 풀칠은 하고 사니까, 뭐 별 욕심도 없다.
그냥 상상으로,
이 세상의 컴퓨터 회사들이 내게 연구용으로 좋은 노트북들 한대씩 무상으로 제공한다면 정말 좋겠다는 그런 유쾌하고 신나는 상상을 해본다. 빌게이츠가 나보고 한대 써보라고 좋은거 보내주고, 스티브잡스도 내게 뭐 한대 보내주고 뭐, 소니에서도 뭐 그냥 써보라고 하나 보내주고 그런다면~ 신나겠다 ㅋㅋㅋ. 그러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을 할수도 있을것 같고~ 상상만으로도 신난다.
(이제 다시 일이나 하자. 음.)
가슴속에 슬픈 상념이 일어날때면 나는 온 힘을 다해서 그것을 떨쳐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뒤를 돌아보는 것은 소용이 없다. 가슴에 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거지. 내가 뒤를 돌아보지 않음은, 앞으로 나아가서 앞에 가서 기다리기 위해서다.
1.흐흐..저는 부자도 아닌 오빠(달랑 하나뿐인데다, 단지 컴퓨터로 밥먹고 산다는 이유로)한테 제가 무슨 박사공부하는 것도 아니면서 노트북 2개랑 옛 버전 아이맥 (지금은 저희 딸이 쓰고 있는)까지 지난 10년동안 받아 챙겨 썼답니다..
답글삭제당연히 받을 것 받는 사람모냥.. 갑자기 쪼꼼 고맙고 미안해지네요...^^
2.저는 그럴때 뭐든 했었던것 같아요..견디기 위해서... 어떤때는 학교를 다녔고, 어떤때는 사진을 찍었고, 어떤때는 그림을 그렸고, 어떤때는 별 재주도 없는데 등단할 사람마냥 열심히 글을 쓰기도 했고, 옷을 만들고, 뜨개질을 하고, 열나 음식을 해서 사람을 부르기도 하고, 잠 안자고 책을 읽고..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그 모든게 결국은 견디려고 했던것 들이에요...
(제가 요즘 여기다 너무 수다를 떨고 가는 것 같아 좀 민망한 생각도 들어요...)
@사과씨 - 2010/03/02 09:57
답글삭제1. 우리 형제들이 좀 개인주의자들이고 데면데면하고 그렇거든요. 정이 있어도 쿨~~해야 한다고 서로 표현을 안해요. 각자 살아가는거죠. 저 역시 누구한테 뭐 한톨이라도 공짜로 받는거 싫어하고. 형제도 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니까, 계산 정확한 편인데, 어쩐지 오빠한테는 뭔가 달라고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자존심이 강해서 우리 아버지한테도 뭘 해달라는 소리를 죽어도 안했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신후에 그게 한이 되더라구요. 그냥 사달라고도 해보고 응석도 부려보고, 그랬으면 아버지가 흔쾌히 뭐 사주면서 좋아하셨을텐데... 아버지는 제가 차갑고 그러니까 오히려 저한테 다가오기가 힘들었겠죠.) 생전 남처럼 차갑게 굴다가 뭐 사달라니까 오빠가 기분이 좋아가지고 두말않고 사준거죠 뭐.
2. 제가, 좀, 심하게 고장이 나가지고, 사실 대화할 친구가 필요했어요. '미국미술' 공부 할겸 들여다보는 것도 기를 쓰고 살아보려고 하는 짓이긴 한데요,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해요. 묻어버리기위해서가 아니라 앞에 나가서 기다리기 위해서. 사과씨님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면, 정말 길에서 바람쐬면서 친구하고 대화하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아이고 포맷 다시하고, 바이러스 프로그램 및 제가 평소에 볼수 없었던 Hwp 프로그램까지 설치하고, 두루두루 손을 봐주고는 60달러를 청구하길래, 고마워서 팁까지 지불하고, 룰루랄라 ~ 돌아왔습니다.
답글삭제이제부터 설정이 필요한 것들을 조금 손을 보면, 원상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