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이따금 가는 알링턴에 있는 작은 식당. 미국출신 화가 Mary Cassatt 의 이름과 그이의 싸인을 그대로 빌려다 사용한다. 화장실 문에는 커셋의 그림을 옮겨그리기도 했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그냥 자그마한 '밥집'이라서 정겹고, 늘 손님들이 바글바글한 편이다.
그 바글바글한 맛에, 그리고 정겨운 서비스가 좋아서 가끔 이곳에 가서 뜨거운 커피나 간단한 요기를 한다. 이곳에서는 뭔가 먹으면 쿠폰에 이렇게 구멍을 뚫어준다. 구멍이 여섯개가 뚫리면 한가지를 무료로 준단다. 검정색커피 쿠폰 구멍은 여섯개를 채웠으니까 다음에 가면 공짜로 한잔 마실수 있다. 빨간 쿠폰은 브런치 이다. 구멍 네개를 뚫었으니까 두개 더 뚫으면 한번 공짜로 먹을수 있다. ㅎㅎㅎ.
내가 원래 게으른 사람이고, 이런거 챙기는거 엄청 귀챦아하는데, 커셋 카페의 쿠폰은 어쩐 일인지 늘 지갑에 있었고, 구멍이 이만큼 모이도록 쿠폰을 흘리거나 잃어버리지도 않았다. (신통한 일이다.) 나도 가끔은 내가 신통하게 여겨질때가 있다. 옛날에 한국에 살때는, 치킨집에서 스티커 주고 가면 그거 아무데나 방치해놓곤 했는데, 그러면 눈 밝은 내 손아랫동서가 우리집에 왔다가 "형님 이거 안쓰죠? 내가 가져갈게요!" 이러고는 냉큼 챙기곤 했다. 그래서 그 사람 주려고 모았다가 주곤 했다. 나는 끝까지 모을 자신없고, 그 사람이 다 모아서 요긴하게 쓰라고.
커셋 카페의 경우, 이런 쿠폰 없이도 나는 이따금 드나들을 것이다. 그 밥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으니까. 하지만 구멍 여섯개 뚫린 쿠폰 갖고 가서 공짜로 휩 크림 듬뿍 올린 카페라테를 한잔 받아 먹을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사는게 뭐 별거 있나. 이런 낙을 낙으로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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