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0일 수요일

사형 연기

엄마와 나와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몇명과 함께 사형장에 도착했다.  약물 주입으로 사형을 시킨다고 했다.  이는 평소에도 내가 생각해오던 문제였다.  사형 방법중에,

목 매다는 것은 너무 겁나는 일이고, 

총살은 총맞을때 아플것 같고,

전기의자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것 같고,

단두대는 이제 안쓰는것 같고 그리고 피도 튀고

그냥 수면제 같은거 주입시키는 식이 제일 평화롭겠다...뭐 이런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사형장에선 뭔지 알 수 없지만 약물주입 방법이라고 한다.  내가 어쩌다 사형수가 되었을까 골똘히 생각하며 서 있는데 교도관이 오더니 우리들중 몇명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간다.  엄마는 그 방에 그냥 남겨졌고, 나와 몇명은 다른 방으로 갔다.

 

그 방의 긴 벤치에 앉아 있자니, 내 양옆의 두 사람들을 약물 주입실로 데려간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함께 사라지고 나 혼자 남게되자 겁이 났다.  '아 혼자 죽는거 보다는 여럿이 함께 죽는것이 덜 무섭겠다.  나는 왜 혼자 남겨졌을까? 차라리 아까 함께 들어가서 죽었다면 벌써 끝났겠다...'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보고 있는데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교도관이 오늘은 근무 끝이라고 한다.  "나는 안죽여요?" 내가 물어보니까, 오늘 자기네 근무시간이 끝났다고 내일 다시 일을 시작할거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어쩌구?" 했더니, 가방 챙겨서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오랜다.

 

그래서 가방에 책을 넣으면서 생각했다. 내일 죽을건데 나는 왜 이보따리를 싸고 있을까? ... 그래도 내 책은 갖고 가야지.  아 내일 혼자 죽기 겁난다.

 

사형장 밖으로 나와서 '하루 더 살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죽은 사람처럼 천천히 걷고 있는데, 역시 사형장 문을 열고 엄마가 비틀거리며 나오셨다.  "엄마, 안죽었어?" 내가 물었더니, 엄마는 약물을 주입받고 나왔으므로 이제 곧 죽을거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엄마와 팔짱을 끼고 걸으며 "엄마, 나는 내일 죽을거야" 했다.  둘이 함께 집을 향해 걷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엄마가 서서히 죽고 있었다.  엄마는 괴로워보이지 않았다. 그냥 잠에 빠져드는것 같았다. 그래서 '아 내일 나도 이렇게 잠에 빠져들겠구나.  별로 고통스럽지 않겠는걸'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에 빠져드는 엄마에게 큰 소리로 말해줬다, "엄마! 고마워!  엄마! 사랑해! 고마워!'

 

사랑해.

고마워.

나는 언젠가 이렇게 외친적이 있었지.

 

꿈에서 깨어났을때 나는 잠시, 오늘 사형장에 가는건가? 생각해보다가,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댓글 2개:

  1. 세상, 죽음...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이 세상입니다.

    몇일 전, 잠시 잠들었던 사이 죽는 꿈을 꾸었습니다.



    영화 고스트 처럼 고스란히 내가 죽는 모습을 내가 보고 있었는데...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이상 야릇함이랄까요?

    어찌할 수도 없는... 그저 죽은 후의 내가...

    내가 아니라는 것이 순간 느껴지면서 존재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지고...

    나인가??.. 내가 누구인가... 나는 누군가...???



    그러다가 깨어났는데...

    정말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 야릇함이 느껴졌습니다.



    누군들 나쁜 짓을 하고 살고 싶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길태 라는 사람이 용의자로 지목되어 마녀사냥 하듯 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나쁜짓 하고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곧,

    그래서 힘을 가져야 한다고 세상이 말하나 보다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니 보이는 곳에서도 합법을 가장한 온갖 추태란 추태를 다 부리고,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를 장난하듯 하는 치기들은

    온전히도 잘만 사는 세상이라는...



    이럴 때면 과연 신이란 존재하는 가 싶어지기도 하면서...

    머리 속이 헝크러지고 맙니다.



    잘지내시죠?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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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별 - 2010/03/10 22:14
    제가 요즘 하는 생각은, 인간의 문제를 두고 신을 원망하거나 회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이 모든 현상을 초월하는 곳에 그의 의지가 있을것이니 그리 알고 살면 될것이고; 만약에 신이 없다면 신에 대하여 생각하는것조차 시간/에너지 낭비다 이거죠. :)



    꿈자리가 뒤숭숭해가지고, 헤헤헤, (이런날 운전하면 기분이 안좋쟎아요), 출근하는 대신에 동네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마시며 책보다가, 집에와서 낮잠자고, 나름 한가롭게 보내긴 했는데, 역시 컨디션이 저조하군요. 아, 뭐 이럴때도 있는거죠.



    저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딱 끊은 편입니다. 마치 테레비를 안보듯, 그냥 딱 끊고, 쉬는거죠...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그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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