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0일 수요일

기타의 추억: 기타리스트 심지석

 

요즘 기타를 다시 잡아서 손가락을 풀다보니, 옛날에 10년도 전에 내가 기타를 배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서 기타곡들을 찾아서 듣다가, 기타 관련 뉴스들을 찾아 보다가 내가 아는 기타리스트를 한명 발견했다.  기타리스트 심지석씨.  나는 배성학 선생님의 사사를 받았는데, 심지석씨는 당시 대학에 다니며 배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러 선생댁에 드나들었다.  내 수업이 끝날즈음에 단아한 용모의 심지석 학생이 나타났다. 이 학생이 기타를 잡으면, 그곳은 그대로 컨서트장으로 변했다.  배성학교수와 심지석학생이 함께 연주하는 것을 나는 홀린듯 보곤 했다.  (난 완전 날파리였다. 하하하.)

 

그렇게 배성학교수댁을 일년도 넘게 드나들었는데, 심지석씨와도 그런식으로 일년도 넘게 스쳤지만, 우리가 서로 말을 나눈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는 수줍고 과묵한, 기타에 미친 대학생이었고, 그의 스승앞에서도 말이 없었다. 배선생이 '지석아, 지석아' 하고 부르지 않았다면 나는 그의 이름도 몰랐을것이다.

 

배선생님이 기타를 전공하는 제자들을 모아 작은 기타 앙상블을 만들어서 연주회도 하고 그랬는데, 나는 거기 깍두기로 끼어서 아주 쉬운 파트를 조금 하곤 했다.  그렇게 어울려서 기타 연습을 할때조차 나는 심지석씨의 목소리를 들어본적이 없다. 오직 기타소리로만 말을 하는 사람 같았다.  우리집 큰도령은 이 심지석씨한테서 기타를 배웠는데, 근황을 알려주니 기뻐한다. (인터넷이 좋긴 좋구나. 요술방망이라서 누구든 찾으면 다 나오는구나)

 

 

배선생은 스페인 왕립학교에서 기타를 배웠는데, 심지석씨도 나중에 그리 유학을 다녀온듯 하다. 한국의 젊은 클래식기타리스트들의 프로필을 들여다보면 배성학선생님한테 사사받았다는 내용이 한줄씩 들어간다. 배선생님이 제자들을 많이 키워내셨나보다.  배선생님이 나한테도 기타 전공해보라고 꼬셨었는데, 나같은 곰손이 기타를 하면 곰도 기타리스트가 될것이다... 내가 나를 안다...나는 그냥 날파리처럼 뚱땅거리는 수준이지...선수가 될 소질도 열정도 없다. 나는 내 분야가 따로 있다. 배선생께서 잘 키워낸 젊은 기타리스트들을 보면서 -- 아 저사람들 그때...앙상블할때 드나들던 청년들이었는데!  하면서, 새삼 세월이 갔음을 절감한다.  하긴, 나도 세월만큼이나 먼데까지 와 있지 않은가.

 

 

 

 

댓글 2개:

  1. 뜬금없게 좋은 스승을 만나는 학생의 복에 대한 부러움이...

    그리고 좋은 제자를 만나는 스승의 복이 참 괜찮은 거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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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80년대 중 고교시절 기타를 배웠었죠.

    그리고 대학을 들어가서는 기타로 한 유명세를 타곤 했었습니다.

    노래모임의 딴따라로... ^^;



    기타 하나 둘러메고 여행도 다녔던 기억과

    뭔 낭만을 찾는다고 밤거리를 캔맥주 몇개 주머니에 넣고서

    공원 벤취에 앉아 기타를 치면서 노래부러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나이가 그리 많지도 않으면서...



    요즘도 제 방에는 오래된 기타가 기타가방 안에 줄이 풀려있는 채로 고스란히 기대어 있지만, 손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가끔은 스리핑거 주법으로 반주하면서 Dust in th wind 나 The boxer, 웨딩케잌 같은 노래를 불러도 좋을 텐데...



    우~ 오늘 오후엔 기타 한번 잡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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