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바위가 되고싶어. 내가 바위가 될 수 있는지, 한 번 시험해 보고싶어. 내가 바위가 되면, 더이상 번뇌는 없을것이지. 다른 생각 않고, 그냥 내가 바위가 되는 일이나 생각해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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