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4일 일요일

Bassett Hall에서 가이드로 일하시는 분

 

 

윌리엄스버그의 Bassett Hall, 록펠러 주니어의 집에 가면 별채에 안내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소개 필름을 보고 모여있다가 '가이드'의 안내로 집 구경을 하게 된다.  위 사진에 별채에서 본채 (집)으로 향하고 있는 가이드와 관광객들이 들어있다.  사진 속에, 중앙 출입분에 붙어 서있는, 넥타이를 맨 남자가 보인다.

 

이 남자분은 시각장애인이다. 흰 지팡이를 사용하여 이동을 한다.

 

처음에 바셋홀 안내소에 들어갔을때, 나는 좀 피곤해서 그냥 쓱 둘러보고 자리를 뜰 참이었다.  그런데, 안내소에서 한 사나이가 다가오더니 뭐라뭐라 설명을 하는거였다.  내 피곤하고 무관심한 표정을 그가 읽었더라면 그는 내게 말을 걸지 않았을것이다.  그런데 그는 곧 안내가 시작될거라며 기초적인 설명을 하고는, 내게 입장 표를 샀느냐고 물었다.  내 가슴에 입장표를 달고 있었는데, 입장표를 묻다니...  그의 시선이 불안해보였고, 막연히, 이분이 사시이거나 뭐 그러신가보다고 생각했다. 내 가슴에 입장표 달린것을 못보다니.  그래서 나는 입장표를 이미 이전 박물관에서 구입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빙긋 웃었다.

 

...그래서...나는 이곳을 그냥 떠날수가 없었다.

 

나는 가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맑은공기를 쐬고 싶은 순간에도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한숨을 쉬면서 머무를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상황에서 그러하다. 얼핏 보기에 저 안내인이 어딘가 불편해보이고, 내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을때, 그때 나는 자리를 못뜬다. 꾸역꾸역 그시간을 버틴다. 왜냐하면, 내가 그자리를 뜨는것이 너무 매정한것 같아서.

 

그래서 시간을 기다리다가 본채로 이동할때 그 때 나는 보았다. 이분이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에 의지해서 길을 걷고, 우리를 안내한다는 사실을.

 

나는 여태까지 돌아다니면서 많은 '안내인' '도슨트'들을 겪었지만, 시각장애인의 안내를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었지만, 정확히 시각적인 자료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바셋홀의 벽은 록펠러 주니어의 부인이 모았다는 민화로 빼곡이 채워져있었는데, 그의 설명은 정확했고, 알맞았다. 모자람이 없었다. 충실했다.  그리고 나는 감동받았다. 시각장애인도 시각적인 자료를 시각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정확히 설명하고 안내 할수 있는거로구나.

 

 

하긴, 시각은 우리 지각의 극히 일부이고, 때로 시각이 건강한 사람들도 못보고 지나치는 일들은 아주 많다.  설령 우리 두 눈이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우리 눈으로 볼수 있는 세상은 한정적이다. 제한되어 있다.

 

내가 자리를 뜨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집의 안내를 받기를 잘했다. 집구경은 사실 내게 큰 흥미는 없었지만, 그 시각장애 안내인과 보낸 시간동안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내게 귀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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