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imdb.com/title/tt0887912/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하도 많은 상을 휩쓸길래, '숙제'하는 기분으로 영화를 들여다봤다. 이작품은, 어찌보면 내가 어린시절 70년대 KBS에서 (TBC였을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한편씩 보여주던, '나시찬'소위가 나오던 '전우' 드라마를 보는것 같기도 하다. 그 '전우' 드라마를 나는 얼마나 지겨워하면서 그러나 지속적으로 보았던가... 아 아 지겨운 전쟁영화.
2010년의 아카데미를 휩쓴 미국 영화가 70년대 흑백 테레비 시절의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와 비슷한 이유:
- 저예산 영화처럼 보인다. 블락바스터 급의 헐리우드 영화시장에서 이 영화를 '저예산'이었을것이다.
- 클로즈업 씬이 주조를 이룬다. 스펙타클로 찍으려면 돈이 많이드니까, 주로 근거리에서 화면을 잡았다. (이런건, 현장 작업을 해 본 사람들의 예산 절약형 트릭일걸. 아, 나도 이런짓 해봐서 조금 안다.)
- 등장인물 숫자가 한정적이다
- 고난도 신기술 따위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면에서 이 영화가 '아바타'와 대척점에 있다고 할만하다.
- 고난도 신기술 따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 영화가 '기술'이 아닌 인간노가다 작품이라는 것이다.
- 말하자면, 아바타를 찍기위해서는 2010년이라는 기술적인 시간대가 필요하지만, 이 영화는 1970년대에도 촬영이 가능했을것이다.
여배우 뺨치게 미모를 겸비한 여성감독 (난 이분이 여배우 수상 후보로 나온 분인줄 알았다)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영화에서 여성의 숨결을 읽게 된다. 여성감독이 저런 전쟁터를 겁없이 찍어댄것도 놀라운 일이긴 한데,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여성의 시각, 여성의 숨결로 그려낸 전쟁그림이다. 남성 감독들이 그려낸 대부분의 '전쟁'영화,혹은 전쟁 장면은 그것이 전쟁의 참상을 그리거나 비극을 그린다고 해도 대개는 '전쟁의 아름다움'을 전해왔다. 전쟁이 이렇게 끔찍하지만, 이렇게 위대하고 근사하기도 하다! 고 외치듯 화려한 장면들을 우리에게 선사해왔다.
내 관점을 다른 상황에서 정리하자면, 나는 현대 영화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신물나는) 자동차 추격씬을 아주 지긋지긋해한다. 영화에서 밥상에 김치 올라오듯 뻔하게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씬 나오면 잠시 눈감고 쉬다가 그 시끄러운 굉음이 다 지나가면 다시 영화를 보기 위해 눈을 뜨는 식이다. 자동차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서로 잡으려고 애쓰고, 주변의 죄없는 차들이 공연히 이리저리 튕겨 날아가고, 뭐 이런거 스펙터클하다고, 이런 추격씬 찍는것이 영화감독들의 로망이라고 왈가왈부 해 대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그래서, 그 현장에 있으면 좋겠는가? 내가 그렇게 쫒기는 입장이라던가, 남의 추격씬의 희생물이 된다면 좋겠는가? 그게 그렇게 신나고 멋지겠는가?" 아니걸랑. 우리 삶에서 그런 장면은 피하고 싶은 장면이걸랑. 전혀 재미없걸랑. 그런데 영화에 그런 장면 나오면 재미있나? 왜 재미있나? 영화를 잘 찍어서... 우리가 피하고 싶은 자동차 충돌도, 영화에서 잘 찍으면 근사해보이는 이런 의도된 '환각'을 나는 지양한다. 자동차 추격씬 만큼이나, 종래의 전쟁장면들이 이런식으로 미화되어 온 면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식의 '미화'가 없다. 그저 암담하고 끔찍할 뿐이다. 전쟁에 대한 환상이 여태까지의 남성들의 영역이었다면, 한 여성 감독이 그려낸 전쟁터에는 그런 환상이 담겨있지 않다.
그런데 아이로니가 뭔가하면, 지옥과도 같은 전쟁터에서 살아나온 '기술자'가 평화로운 (천국같은) 집에 무사히 돌아왔을때, 그 자신이 '허깨비 (허상)'과도 같다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에게는 전쟁이 생생한 Reality (실존하는 현재)였다. 심지어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나는 영화 도입부에 나왔던 자막을 떠올렸다. War is Drug. 전쟁은 마약이다. 수미쌍괄. 앞뒤 착착 맞춘 정교함.
헐리우드는 교활하다. 이런 투박하고 사람의 땀냄새가 나는 '고전적' 영화에 감독상과 작품상을 안겼다고 해서, 이런 영화가 설 자리가 많을것 같지는 않다. 헐리우드는 교활하다, 자기네들이 장삿속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 이런 작품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제스쳐를 취해보기도 한다. 헐리우드에 잘 길들여진 나도, 상 받았다니까 빌려다 디비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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