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교 선생님들 사이의 분문률이라는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에 Don't smile until Christmas 라는 것이 있다. 크리스마스때까지는 웃지도 말라.
미국에서는 가을 신학기부터 새학년이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는 가을 학기의 막바지 (1년의 절반쯤)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그때까지 선생님들은 '무서운 표정'을 유지해야 학생들을 통솔할수 있다는 것이다. 무서운 선생님 이미지를 유지해야 '애들이 말을 잘듣는다'는 것이다. 이거야 동서양 막론하고 만고의 진리같기도 하다.
대개 학기초에 선생님들이 무서운 얼굴로 무시무시하게 행동하는 이유는 , 수업 분위기를 긴장되게 하여 공부를 잘 할수 있도로 하기 위해서이지 뭐 독재를 하고자 함은 아니다. 선생님이 너무 친절하게 해주면 기강이 해이해질까봐... 손주 귀여워해주면 상투까지 쥐고 흔든다는 옛말씀도 있고...
내가 이 학교에서 정규 세학기 계절학기 두학기 도합 다섯학기 수업을 했고, 이번 봄학기가 정규 네번째 학기이다. 슬슬 '선수'가 되어가고 있고, 프로그램 책임자이기도 하므로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나를 돌아보면 학기가 진행될수록 내가 표정이 딱딱해지는 것 같다. 학기 첫날 무시무시한 여러가지 수업 정책이 소개가 된다. 가령, "두번 지각하면 한번 결석에 준하고, 두번 결석이면 자동 아웃이다. 따라서, 지각 네번만 해도 당신은 이 프로그램에서 아웃이다. 선생될 사람들이 지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거면 나가서 누굴 가르친다는 말인가?" "숙제 제 때 안내면 실점 각오하고 나를 원망하지 말라." "한글자라도 남의 글 빌려다 쓴것이 발각되면 역시 제적이다." 뭐 무시무시한 정책을 알려주고 동의서에 싸인까지 받아서 보관한다.
뭐 이렇게 첫날부터 군기를 잡아 놓으면, 지각을 죽음처럼 알게 된다. 수업분위기가 거의 해병사관학교 분위기가 된다. 헤헤헤.
그런데,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학생이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나를 '사람 잡아먹는 귀신'쯤으로 파악을 하고,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을때, 자멸 모우드를 선택하는 수가 있다. 숙제 기일이 늦으면 늦게라도 내면 어떤 식으로든 구제 될수 있는데, 그냥 포기를 해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왜 숙제 기일내에 안내고, 나한테 가타부타 설명도 없는가?"하고 물어보면, 이미 늦어버려서 희망이 없으므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건 아니지 이사람아~ 늦어도 할건 해야지~ ) 포기란 없는 것이지. 설령 그대가 포기를 해도 내가 그대를 포기하지 않는다네~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융통성'이란것도 있어야지.
원칙은 전체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기준이고
개별적인 사안은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융통성있게 적용되는 것인데.
어떤 학생이 뭔가를 잘 못하고, 기일을 못지키거나 실수를 했을때, 그는 그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어서 교수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기분이 비참할수 있다. 그런데 교수 입장에서 보면 그 학생의 문제는 교수의 책상위에 쌓여있는 많은 학생들의 많은 문제현상중의 한가지. 어떻게든 도와줘서 해결해야 할 문제중의 하나일 뿐. 특별할것도 없는, 먼지같은 일상의 소소한 문제중의 하나일뿐. 민망할 것도 없는거다. 해결하면 되는거다.
환자가 의사/간호사에게 환부 드러내길 부끄러워 할 것은 없다. 그 사람들은 환자 치료해주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학생이 선생에게 공부과정속의 실수나 고통을 부끄러워 할 것은 없다. 선생은 학생 지도하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내가 너무 딱딱하게 구는 것인지도 몰라. 근처에 다가오지도 못하게. (그런데 내가 그냥 부드럽게 대하면, 하루에도 수십명이 상담하겠다고 내 오피스를 무시로 드나들걸...그러면 나는 언제 공부하냐구...) 나도 꽤 융통성있는 사람인데 말이지.
뉴욕에 살때 SUNY 계열의 FIT에 다녔었는데 기억나는 교수님이 두분 있어요.. 한분은 텍스타일, 또 한분은 프로덕션... 두분다 미국인 남자교수였는데 공통점이라면 출석, 과제물, 성적평가엔 까다롭고 엄하지만 학생들에게 충분히 "나는 너희들을 위해 여기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끊임없이 몸소 보여줬다고 해야하나 수업내용이나 열의가 남다르고 아무리 어리석은 질문도 무시하는법이 없고.. 열심히 한 학생들이 괜히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안들도록 공정한 평가를 하고있다는 신뢰가 있었어요.. 반면에 안그런 교수들도 있었지만요..
답글삭제레드팍스님은 좋은 교수님 일것 같은데요.. 이런 염려를 하시는 걸로 봐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