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amazon.com/Supernormal-Stimuli-Overran-Evolutionary-Purpose/dp/039306848X/
Alice in Wonderland 조조할인으로 보고, Victoria's Secret 에 들러서 공짜 빤쓰 하나 받아가지고, 반즈 앤 노블에 가서 신간 구경하다가 Supernormal Stimuli: How Primal Urges Overran Their Evolutionary Purpose 라는 진화생물학, 인류학 관련 신간을 하나 집어왔다. 아마존에서 사면 훨씬 가격이 저렴하리라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맘에 드는 책이 눈앞에 있을때는 그것을 당장 사야 한다는 욕구를 떨치기가 힘들다. 이것이 오프라인 서점의 존재 이유, 생존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하바드에서 진화심리학 연구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력이 신뢰가 가고, 한챕터 읽어보니 이 사람의 이야기 풀어나가는 솜씨가 '타고난 이야기꾼'처럼 평이하면서도 매끈하다. 이 책은 전문가를 위한 학술서적이라기보다는 대중들을 위한 이야기책에 가깝다. 그리고...10여년전에,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읽어댔던 진화학, 진화심리할 계열의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내주는데, 추억속의 친구가 다가와서 어깨를 툭 치면서 옛이야기나 하자고 말을 거는것 같아서 눈물나게 반가왔다고 할만...한거가? 아마 그랬나보다. 옛친구를 만난것 같아서 반가워서 책을 샀을것이다. 오늘은 온종일 이 책이나... (어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는동안에도, 영화속의 붉은 여왕을 보면서 - 하필 매트 리들리의 The Red Queen 책 생각을 하다가 잠시 졸았던 것인데 결국 이 책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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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Supernormal Stimuli 는 노벨상 수상자인 생물학자 Niko Tinbergen 의 이론이다. 내식으로 해석해서 설명하자면, '특이한 것이 주는 자극' 정도로 번역할수 있을것 같다. 니코 틴버겐이 제시한 예를 옮기자면 -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뻐꾸기의 알이 그 새둥지의 알보다 크고 선명하다고 한다. 그러면 난데없이 크고 선명한 알이 하나 생기면, (우리 인간 같으면 의심을 하고 내다 버릴텐데), 새들은 그 크고 선명한 알을 더더욱 소중하게 품어준다고 한다. (왜냐하면 크고 잘생겼으니까! 눈에 띄니까! 특별하니까! 특별한 것은 위대한거니까!) 그 뻐꾸기알이 알에서 깨어나면 덩치도 더 크고 성질도 사나워서 원래 진짜 새끼들을 둥지에서 밀어내거나 혹은 아직 깨지않은 알을 밀어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런데 양어머니는 그것이 남의 새끼인줄도 모르고 먹이를 물어다가 족족 그 놈 아가리에 넣어준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놈의 아가리가 더 크고 벌린 아가리의 색깔이 더 선명하고, 크고 선명한것은 무조건 좋은거니까!!!
바로 이런 현상을 니코 틴버겐은 supernormal stimuli 라고 명명한 것이다. 특이하고 선명하고, 눈에 띄는것이 -- 그야말로 우리의 눈길을 끌고, 우리를 유혹하고, 우리를 잡아 당기고. 새만 그런것이 아니지. 인간도 그러하지... (여자들이 키크고 잘 생긴 남자를 왜 좋아하는가? 크니까... 남자들이 가슴 큰여자 왜 좋아하나? 크니까...ㅋㅋㅋ)
아아,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서 숫놈들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동물종은, 숫놈의 고환이 자기 몸집에 비례해서 매우 크다고 한다 --> (한놈이 여러명의 암놈을 거느리는 동물사회).
그리고 암수가 다양하게 짝짓기를 하는 개방적인 사회, 즉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동물사회에서는 숫놈의 고환이 몸집에 비례해서 볼때 작은 편이라고 한다.
뭐냐하면 경쟁이 치열할땐 고환이 커야 유리하고 (눈에 띄니까),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땐 고환이 유난히 클 필요가 없고... 그런데 '인간종'의 경우, 그 중간쯤이라고 한다. 몸과 고환의 비례가 다른 동물군에 비해서 어중간하다는 것이다. 경쟁치열한 동물군에 속하지도 않고, 경쟁이 없는 동물군에 속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전에 어떤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적은적이 있는데, 키크고 잘생긴 남자 선호하는 암놈들은, 은연중에, 자기도 모르게, 여러암놈이 숫놈 하나 공유하는 그런 사회의 속성을 따르는거다. 선택의 기준에 큰덩치, 큰 키 뭐 그런거...그거.....(도리도리...) -- 아무튼, 키 크고 덩치큰 남자는 내 취향은 아니다.ㅋㅋㅋ..
작가는 이 supernormal stimuli 가 인간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그 예를 우리의 식생활, 텔레비전 시청, 인터넷 사용, 그밖의 우리 삶에서 찾아서 보여준다. 책 자체는 가볍게 읽을만한 정도의 난이도를 유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화장실용 과학이야기책. 그래도 메모해둘만한 - 내게 새로운 내용도 몇가지 있었다.
아아, 틴버겐은 [솔로몬왕의 반지], [공격성에 관하여], [개가 인간으로 보인다]등,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Konrad Lorenz 와 함께 노벨상을 받은 학자였고, 그는 2차대전의 경험으로 매우 강력한 반 기독교주의자가 되었는데 (전쟁의 참상을 겪고나서 신의 존재와 종교에 대해서 냉담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딸이 친구들과 어울려서 교회에 가도 되느냐고 물었을때, 아주 차갑게 이를 막았다고 한다) 하하하, 이 사람이 옥스포드 대학으로 간거다. 거기서 누구를 가르쳤냐하면 오늘날 골수 반종교단체의 우두머리질을 하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의 리차드 도킨스를 가르친것이지. 하하하. 도킨스 뒤에 틴버겐이 있었다는 것을 내가 몰랐다. 데즈몬드 모리스 역시 그의 제자였다고 하고. 아, 이런 족보가 여기저기 슬쩍슬쩍 감춰져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자 웃고 그랬다.
5점 만점에 3.5 점 정도 줄만하겠다. 2010년 3월 10일.
trackback from: [Supernormal Stimuli] 표범과 아기 비비
답글삭제http://americanart.textcube.com/430 Supernormal Stimuli: How Primal Urges Overran their Evolutionary Purposes 라는 책 55쪽에 소개된 동물 이야기 (요약): 네셔널 지오그래피 팀이 촬영한 표범의 이야기이다. 표범이 비비(baboon)를 잡아서 맛있게 먹었는데, 다 먹고보니 그 해체된 비비 뼈다구 근처에서 삐삐~ 우는 소리가 나는거다. 알고보니 그 비비는 새끼를 갓..
trackback from: [Supernormal Stimuli] 시베리아에서 여우 길들이기 실험
답글삭제http://americanart.textcube.com/430 Supernormal Stimuli (pp 64-67 )에 소개된 이야기이다. 소비에트 정부의 사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베리아로 쫒겨난 러시아 과학자들은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자유롭게,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실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춥고, 한정된 물자로 고생을 했지만, 연구 활동은 자유로운 편이었다고 한다. 시베리아로 쫒겨난 어떤 생물학자는, 이곳에서 사육되던 은빛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