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americanart.textcube.com/433 히아신스를 꽃삽으로 반짝 들어다가, 뒷마당 경사진 곳에 옮겨심어주고 앞마당을 무심코 돌아보는데, 내 방 앞 목백일홍 나무 밑에, 보석처럼 흩어진 것들을 발견했다. 나무밑, 3월의 햇살 아래서 작은 꽃들이 합창하듯 웃고 있었다.
크로커스. 노랑, 연보라, 연 하늘색 꽃들이 깔깔 웃는소리. 크로커스.
아아, 나의 크로커스.
내가 창밖, 저 너머 언덕배기에 아직도 쌓여있는 눈을 내다보며 겨울과도 같은 내 삶을 우울해하는동안, 바로 내 코앞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구나. 요 작은 꽃들이 눈속에서 움트고, 추위를 견디며 피어나고 있었구나. 나의 크로커스. 지금 창밖을 내다보니 황금잔같이 노란 크로커스가 나무밑에서 웃고 있는것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나는 저멀리 쌓여있는 눈만 보고 있었다니.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우주가 내게 주는 선물을 외면한채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던건가. 이 작은 꽃들이 태양을 경배하며 깔깔대고 있는데, 나는 왜 웃지 않는가.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크로커스의 꽃말은 참 아름답기도 하구나.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크로커스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서, 이렇게 꽃이 되었다고 한다. 모른 아름다운 것들은 운명적으로 슬프다. 슬픈것들은 아름다운 꽃이 된다. 더 슬픈것들은 별이 된다. 더 슬픈것들은...한숨이 되어 사라진다.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을진저.
생긴 것도 이쁜 아이가 꽃말도 이쁘네요...
답글삭제메릴랜드 집에 이사와서 첫해 겨울에 크로커스 벌브를 한주먹도 더 집앞 꽃배나무아래 심어두었는데 봄이 돼서 남의 집꽃은 다피는데 영 꽃이 안보여서 무슨일인가 했더니 다람쥐랑 칩멍크들이 들락달락 다 먹어치웠어요..ㅠㅠ..
그 다음해 릴리랑 튤립벌브도 같은 이유로 실패하고 벌브로 피는 꽃은 포기했어요..
근데 이렇게 추울때 이쁘게 피어주면 보기도 좋은 것을....
@사과씨 - 2010/03/08 09:39
답글삭제그러면 다른집은 어떻게 무사할까요? (갸우뚱) 그 원리만 알면, 방법을 찾을수 있을텐데요... (궁금.)
@RedFox - 2010/03/08 10:11
답글삭제아.. 좀 알아봐야 겠네요.. 혹시 무슨 약이나 아니면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걸 쓰는지, 아님 개나 고양이를 키우던지.....타운하우스 단지라 덩치가 좀 큰 동물이 얼씬을 안하니까 다람쥐나 토끼같은 작은 동물들의 개체수가 워낙 많아요..이러다 올해도 튤립 화분이나 한번 사고 마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사과씨 - 2010/03/08 09:39
답글삭제옛날에 결혼하기 전에 마당있는 집에 살때는 제가 흙파고 꽃밭 가꾸고 그랬는데요. 신도시에 살때는 아파트 근처에서 따로 농사를 지어본적도 있고.
그런데 미국와서 8년째 셋집으로 돌며 사니까, 어딜가도 이리저리 떠도는 삶이라서 그냥 '여관에 든 손님'처럼 살게 됩니다. 부유하는 삶 같기도 하고.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신세같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내 집만 이 세상에서 내가 돌아가야할 집이고 나머지는 다 여관, 호텔같아요. (그래도 돌아갈 집이 있으니 다행이랄까.)
뭐, 이 참에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워보심이 어떨까요. 다람쥐들이 무서워서 못오게요~ (일거리 늘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