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7일 일요일

[산책] 황혼 보러 나갔다 왔습니다

2010년 3월 7일 포토맥강 키브리지앞 성벽 오후 여섯시

 

어쩌면 Walking 분류를 하나 만들어서 차곡차곡 쌓게 될지도 모르겠다.  정원에서 들꽃을 발견해서 내가 흥분을 했을것이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이른 저녁을 먹고 오랫만에 포토맥강변에 산책을 다녀왔다. 늘 걷던 그길. 지난 가을과 겨울에 걷지 않아서 내심, 내 몸이 뻑뻑해지지 않았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가뿐하게 두시간 걷고 돌아왔다. 다섯시에 출발해서 한시간 걸어서 조지타운에 도착. 황혼 구경하다가, 다시 한시간 걸어 돌아왔다.

 

학기중 일요일은 내게는 '일'하는 날이다.

 

이번학기에 수업을 줄여놓았는데, 갑자기 특별 프로그램 한가지가 생겨서 새로운 것을 짜느라고 일이 늘었다. 교실에서 전공수업 두가지 하는 것은 학생들이나 나나 즐겁게, 유쾌하게 진행이 되는데, 온라인 수업은 가르치는 나도 배우는 학생들도 재미가 없다.  교육을 온라인으로 한다는것이 '말이 되냐구!' (하지만, 방송통신대학도 있고, 이런 수업도 의미가 있으므로 불평을 할수는 없는 일이다.)  온라인 과정을, 일요일에 책상앞에 앉아서 자료 만들어서 올린다. 월요일에 학생들이 수업에 착수 할수 있도록. 그리고 일주일간 내게 날아온 숙제 검사도 해서 채점도 해야하고. 그것도 모두 언라인으로. (지겨운 언라인... 아아 언라인 수업은 나뿐만 아니라 내 은사들도, 언라인을 해야하는 대부분의 선생들이 지겨워한다...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신세한탄을 할뿐.) 그래서, 내게는 일요일이 재미없는 수업을 하는 날이 되고 만다.

 

일요일에, 나는 일을 한다.  온종일.

 

그러니까, 일요일이 일하다가 카페 나가서 점심 먹고 오고, 일하다가 '으아악' 성질내고 나가서 꽃사진도 찍고 딴짓도 하고 그런다. 일요일이니까 일은 하는 것은 당연한것 아닌가. (내가 유태인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유태인들은 일요일에 일하면 큰일 난댄다.  아니...내가 유태인이라면 일요일날 맘놓고 놀수 있는것 아닌가? ㅋㅎㅎ)

 

일 뚝딱 해치우고, 모처럼 산책을 나가보니, 세월 참 무상하다. 벌써 일년이 갔구나... 강은 여전히 흐르는데...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의 꿈에 잠깐 나타났던 환영같은 존재일것이다. 하느님이 잠시 낮잠을 잘때, 그 선잠속에 잠시 나타났던 환영같은것. 물거품 같은것.

 

내 두 다리가 살아서 건강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나는 걸을때 내 육신의 건강에대해서 감사한 마음이 새록새록 든다.

 

 

 

 

 

 

 

돌아오는길 수로에 비친 황혼

 

 

 

 

댓글 5개:

  1. 오늘은 정말 날씨가 봄같았어요..노을도 곱고, 하늘색마저도 봄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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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럽네요. 저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하는 공간이 있다면 저절로 시인이 되어질듯 하구요. 하긴 뭐,, 주변에 자연이 있다한들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 자연의 품에 안겨 그 풍미를 마음껏 감상할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현실이다보니 그저 부럽기만 할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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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과씨 - 2010/03/08 10:59
    예 가벼운 바람막이 잠바 하나 걸치고 나갔는데 딱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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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ranblude - 2010/03/08 14:28
    꼭 자연이 아니더라도, 제가 어릴때는 변두리 시장통, 골목골목 누비며 돌아다니던 것도 재미있었는데, 아파트단지는 정말 산책할 맛이 안 나요. 현실이 암담할때는 '시간이 흘러갈것이고~' 이런 주문을 외면서 견디는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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