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온가족이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페로우가 주연했던 1970년대 영화 The Great Gatsby 를 디비디로 보고 있었는데 한국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에서 보름 명절이라고. 남미에 지진이 일어났다는데 미국의 자식들은 잘 있는지 모르겠다고. (엄마는, 남미가 뭐 우리 옆집 쯤 된다고 상상하시는걸까?)
엄마는 이웃에 사는 내동생 (막내아들)네 식구들하고 영화도 보고, 하루를 즐겁게 보내셨다고 하시길래 "엄마 무슨 영화 봤어?" 하고 내가 습관대로 '타이틀'부터 확인을 하러들자 "몰라, 무슨 영화 봤는지 제목은 잘 몰라" 하신다. 어르신들은 대개 이런식이다. 영화봤다고해서 제목 물어보면 모르신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의 설명을 대충 옮기면
"근데 어떤 여자가 사람을 죽였어...
그런데 애들이 그러는데 그 여자가 글쎄 사람을 갈어 죽였대.
(이대목에서 나, Fargo 나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에 나온, 사람 갈아버리는 장면 연상)
그 여자가 감옥에 가서 사람들을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데 그만 사형을 당하는구나 글쎄. 딱하기도 해라. 그래서 나도 울고, 사람들도 울고, 너무 딱해서 엄청 울었어."
(이대목에서 나, 엄마 엄마 사람을 갈아죽였으면 저도 죽을 생각 해야 하는거지 뭐. 죽을 짓을 했구만...깔깔깔)
그런데 엄마는 아무튼 무척 울었댄다. 뭔지 모르지만 최루성 한국영화를 보셨나보다. 내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최루성 한국영화 보러갔나보다. 내동생은 정말 효자다. 엄마를 극진히 모시고 다닌다.
엄마는 이제 일흔 다섯이신데, 육순에 중풍을 맞아 재활했고, 그 후에 두가지 암 수술을 극복하신 분인데, 나는 우리 엄마가 두가지 암을 겪는 시기에 미국에서 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한것이 없었다. 엄마가 이번 전화에서는 이상한 말씀을 하신다:
"그런데, 너는 언제 올 수 없는거냐? 어제는 내가 인선이하고 시골 소학교 동창회에 다녀왔는데, 내가 니 자랑을 많이 했지. 내 막내 딸이 미국에서 교수한다고. 그래가지구 사람들이 니 칭찬을 많이 하더라. 근데 니 생각이 나니까 막 눈물이 쏟아지는거야... 니가 보구싶구나... 너 언제 올 수 없니?"
엄마가 생전 '니가 보고싶다'거나 '언제 올거냐 말거냐' 묻는 분이 아닌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엄마는 왜정때 소학교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이므로 동창회라고 해야 그 소학교 동창회가 전부이다. 그런데 고향 마을 소학교 동창회이므로 그곳에 가면 어릴적 함께 자란 고향의 친구들이며 (씨족 부락에서 친구는 대개 피를 나눈 친척이기도 하다) 일가친척의 안부를 모두 접할수 있다. 그러므로 두루두루 식구들 안부를 주고받고 자랑도 하고 그러다가 웃고 헤어지는 식인데, 아마 친척 어르신들이 멀리 떨어진 사람의 안부를 좀더 묻고 했으리라. 엄마가 내 얘기를 하다가 울었다니까, 이상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올 여름에 한국에 잠깐이라도 다녀오는 일을 계획해봐야겠다. 학기 조정을 잘 하고, 여름에 서울에서 특강하는 일도 구체적으로 계획을하고...
사무실서 누군가가 '삼촌이 죽었어..' 라고 하면서 그 영화가 뭔지 기억이 안난다고 저를 보고 알려달라 해서 무척 난감했던 기억이 퍼득 납니다. 지금도 그 영화의 정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
답글삭제서울 특강 !! +_+!!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가서 뵈면 좋으시겠다든 생각이... 아니 사실은 막무가내 가라고 등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답글삭제이젠 4년이 되어가는데 저희 아빠가 평소에 그러시던 분이 아닌데 언제 올건지 그해 봄엔 막 다그치시더라구요.. 그땐 벌써 안가뵌지가 한 5년 가까이 되어갈 무렵이었는데..전 그때 이사계획이 있었던지라 그냥 이사해놓고 생각해보마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해 여름 갑자기 입원하시고 제가 이사짐 옮기던날 돌아가셨어요... 결국엔 못뵙고..그뒤로 3년은 무서워서 못갔어요.. 집에 아빠 안계신거 확인할 자신이 없었어요...
이번에 다녀온 건 시간이 충분히 지났다고 생각되서 갔던거고요.. 이제 엄마도 연세가 70이 되셨으니까 뵈야겠다 싶었고요.. 그냥 가능할때 건강하실때 한번이라도 더 뵙는거...다른 무엇보다 그게 잘하는거 같다 생각이 들어요..
@사과씨 - 2010/03/01 00:19
답글삭제예..무조건 가야겠습니다. :)
@느림보 - 2010/02/28 23:43
답글삭제삼촌이 죽었어!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