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sherwomen 빨래하는 여인들 c.1888, oil on canvas
Pierre Auguste Renoir, French, 1841-1919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2010년 1월 23일 촬영
얼핏 보기에 크레파스와 파스텔로 그린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 보고나서, 느낌이 하도 좋아서, 그림카드도 한장 샀지요. 엄마한테 부치려고. 아마, 이 그림을 발견했을때부터 엄마 생각이 났던것도 같아요.
개울에서 빨래 해 본 세대도 내가 마지막이 아닐까... 아 저도 본격적으로 빨래를 손으로 해 본일은 없는것 같습니다. 어릴때 개울가에서는 주로 어른들이 빨래할때 옆에서 노는 정도였고, 아...어른이 되어 몇년간은 열심히 손빨래도 했었군요. 애들 기저귀 빨래. 그러니까, 큰애, 작은애 낳아서 키우는 4년간은 저도 제법 헝겊 기저귀를 성실하게 '손'으로 빨아댔습니다. 기저귀는 세탁기에 세제넣고 돌리면 안된다고 믿던 시절이라서, 기저귀만큼은 손으로 빨래비누 사용해서 빨아댔군요. (나도 제법 성실하게 산 시절도 있었군.) 기저귀는 햇살에 말려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햇살을 따라다니며 기저귀를 널기도 했고. 오후 햇살속에 바삭바삭하게 마른 흰 기저귀를 '따서' 개는 손맛도 기억이 나는군요.
제 기억속에, 가장 오래된, 빨래터 기억은, 이런 정경하고 비슷해요. 온가족이 아직 시골에서 지낼때니까 세살 혹은 네살이었을텐데, 엄마는 그당시 한복차림의 시골 아낙이었고, 머리에 머릿수건을 쓰고, 앞을 다 가리는 커다란 행주치마를 두르고 이렇게 개울에서 이불빨래를 하고 있었지요. 나는 엄마가 빨래하는 근처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그당시 시골에서는 이불 빨래를 해가지고는 개울가, 수풀에 걸쳐서 널었어요. 수풀위에 허연 이불호청들이 이리저리 널리는거죠.
그때, 나도 그림속의 아이같은 앞가리개 옷을 입고 있었어요. (이것은 아마도 재봉실력이 있는 엄마가 이불호청 같은 광목천으로 앞가리개식으로 만들어 준것 같아요. 우리 시골 마을에서 우리 언니와 나만 이런 앞가리개 치마를 입고 살았지요.). 그때는 개울가에서 놀다가 목이마르거나, 그냥 심심하거나, 배가고프면, 어마는 저만치서 빨래를 하고, 물오리가 몇마리 저만치서 돌아다니는데, 나는 여기서 그 개울 물을 손으로 떠 마시고 그랬어요. 물속으로 송사리떼 돌아다니고.
그림속에 서있는 여인은 르누아르의 애인이었다가 훗날 정식으로 결혼을 한 여인이고, 꼬마는 그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 아들. (앞치마같은 것을 입고있어서 소녀인줄 알았는데, 남자 아이라는군요.) 개울 물 졸졸 흐르는 소리가 나는것 같죠? 햇살은 따스하고, 살랑살랑 따뜻한 바람이 부는것 같아요. 다음주에 출근을 하면, 우체국에 들어서 엄마에게 이 카드를 부쳐드려야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