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3일 수요일

Social Realism (4) : Jacob Lawrence

 

미국의 Social Realism 화가를 이야기 하면서 Jacob Lawrence (http://americanart.textcube.com/search/?search=Jacob+Lawrence) 를 빼놓고 지나갈수는 없지요.  전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정리하고 지나간적이 있지만, Social Realism 얘기를 하자니 역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John Brown Series (1941)

 

http://americanart.textcube.com/176  하퍼스 페리 (Harpers Ferry)는  백인으로서 흑인 노예 해방을 위해 무력 봉기를 했던 존 브라운 (John Brown 1800-1859))이 정부군과 대치하다 잡힌 격전지이기도 하고,  이후의 남북 전쟁에서도 격전지였습니다.  포토맥강과 셰난도어 강이 이곳에서 만나면서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이지요. http://americanart.textcube.com/176  이 페이지에 하퍼스 페리를 방문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남북전쟁 (Civil War)의 도화선이 될만한 여러가지 정황중에 한가지가 존 브라운 시건이었습니다.  백인이면서 신앙심이 강했던 존 브라운은, 사업에 여러번 실패하면서 우울증을 겪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기독교 신앙심을 바탕으로 흑인 노예 해방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는, 좀 과격했다고 보이는데요,  미국의 고등학교 미국사 과정에서도 존 브라운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그를 노예 해방의 선구적 영웅으로 스케치하기 보다는 '기인'으로 평가를 하는 편입니다.  정부군과 대치를 했기 때문인지, 정말 기인이었기 때문인지는 알길이 없는데요.

 

존 브라운의 정체성이 어떠하건 흑인들이나 흑인 인권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서는 그가 흑인 노예 해방에 혁혁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할 만 하지요. (월든, 시민불복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역시 존 브라운 편에  섰던 지식인이었습니다.)   흑인 미술가 제이콥 로렌스 (1917-2000)에게도 존 브라운은 영웅이었을겁니다.  제이콥 로렌스는 그의 남부 흑인 이민사 (http://americanart.textcube.com/79 ) 시리즈 60편 작업을 하는 것과 병행하여 1941년에 존 브라운의 일대기를 22장의 구아슈화로 담아냅니다. (http://americanart.textcube.com/84 구아슈화에 대한 설명은 링크된 페이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역시 남부 흑인 이민사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 스물두장의 그림에도 차례대로 그가 직접 적은 그림 설명 글이 적혀 있습니다. 구아슈화는 그 속성상 장기 보관이 힘든데, 그림 상태가 악화되자 제이콥 로렌스는 이를 판화로 다시 제작해 냅니다. 그래서 그 판화 제작 작업이 1974-1977 년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아래의 몇장의 판화 작품은 그렇게 탄생된 것인데요, 제가  2009년 10월 31일에 디트로이트 미술관에서 본 것 들 입니다.

 

2009년 10월 31일 디트로이트 미술관에서 촬영

 

 

 

John Brown remained a full winter in Canada, drilling Negroes for his coming raid on Harpers Ferry, 1974-77, Screenprint

존 브라운은 겨울 내내 캐나다에 머무르며 하퍼스 페리 습격을 위하여 흑인들을 훈련시켰다.

 

2009년 10월 31일 디트로이트 미술관에서 촬영

 

 

 

 

 

 

 

 

In spite of a price on his head, John Brown in 1859, liberated 12 Negroes from Missiouri plantations, 1974-77, Screenprint

존 브라운의 목에 현상금이 달려 있었지만,

그는 1859년에 미조리주의 농장에 있던 열두명의 흑인들을 해방시켰다.

 

 

 

 

 

 

 

 

July 3, 1859, John Brown stocked an old barn with guns and ammunitions. 

He was ready to strike his first blow at slavery.

1974-77 Screenprint

 

1859년 7월 3일, 존 브라운은 어느 창고를 총과 탄약으로 가득 채웠다.

그는 이제 노예제도에 대하여 첫 일격을 가할 만만의 준비를 갖췄다.

 

위의 작품과 관련,  하퍼스 페리에서 바로 그 총과 탄약을 가득 채웠던 창고를 본 일이 있어서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서 있는 것이 존 브라운 기념탑이고요, 사진 왼편 구석, 언덕아래에 서 있는 작은 벽돌 건물, 그곳이 위의 그림에 나오는 무기창고로 쓰인 건물입니다. (당시의 건물은 아니고 당시의 설계대로 다시 지은 것이지요.)

 

 

 

2009년 11월 15일 하퍼스 페리에서 촬영

 

 

 

 

제가 대충 그려본 미국 사실주의 화단에서 Social Realism 화가로 Jacob Lawrence 를 포함시킨 이유를 제글의 독자들은 이해하실수 있을 것입니다.  제이콥 로렌스의 '존 브라운 연작 시리즈 22편'이나 혹은 '남부 흑인 이주사 60편'에서 무엇을 발견 할수 있나요? 한번 생각나는대로 열거해 볼까요?

 1.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민초들의 삶의 모습을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관찰하거나 사색했습니다.

 2. 민초들의 삶의 풍경을 화폭에 옮겼습니다.

 3. 노예 해방이나 약자 해방의 주제를 담았습니다.

 4. 사회 정의에 대한 주제가 너무나 분명히 드러나지요.

 5. 메시지나 이슈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대략 이러하지요?  이러한 성향들을 미국의 Social Realism 의 면면으로 이해하면 될듯 합니다. 미국의 Social Realist 라고 해도 화가마다 개성이 다르므로 그림에서 전하는 메시지나 분위기는 제각각일수 있으므로 위에 열거된 것이 '바로 미국의 사회주의 사실주의이다'라고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고요, 이러한 성격들이 Social Realism 의 무수한 단면들에 포함이 된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Horace Pippin 역시 흑인 노예해방 전쟁을 하다가 생포되어 재판을 받고 사형당한 존 브라운에 대한 작품을 여러편 그린바 있습니다. 존 브라운의 일대기 혹은 그가 사형장으로 향하던 장면은 꽤나 드라마틱했으므로 여러 화가들이 걸작들을 남겼습니다.  (존 브라운 관련 그림들이나 작품들은, 별도의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나을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Chess Players (1954)

 

 

Chess Players  (체스 두는 사람들) 1954

Tempera on Masonite

2010년 1월 23일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촬영

 

 

 

이 작품을 발견했을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Horace Pippin (1888-1946)( http://americanart.textcube.com/314) 의 Domino Players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제이콥 로렌스 (1917-2000)는 호레이스 피핀과는 20년쯤 나이 차이가 나지만, 이들은 둘 다 흑인이었고, 이들이 미국 화단에 등장한 것은 거의 비슷한 시기였습니다.  피핀은 정규 교육도 못받고 혼자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서 나이를 먹었던 사람이고, 로렌스는 가난했지만 정규 미술 교육을 받았고, 일찌감치 미술계의 총아로 떠올랐지요. 피핀과 로렌스가 직접 교류를 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훗날 제이콥 로렌스가 '나 역시 피핀의 영향을 받았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서로 직접 만나거나 교감을 나눈적은 없다해도, 비슷한시기에 화단에 이름이 알려진 흑인 화가들이므로 그 자체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제가 어디 큰 국제 행사에 갔을때, 그 행사장에서 나와 비슷한 한국인 학자를 보게되면 설령 서로 말 한마디 안나눈다해도 관심을 갖고 보게 되거든요.)

 

로렌스의 체스 두는 사람들 그림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피핀의 도미노 게임하는 사람들 그림을 떠올린 것은, 어쩌면 '이들이 모두 흑인이다'라는 것에 촛점을 맞춘 나 자신이 사물을 그런 식으로 분류를 했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왜 꼭 흑인들이라는 이유로 관계를 형성시키는거냐구?  (누가 이렇게 물으면 할 말 없어지는거죠....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연결을 지어버리므로.)

 

그런데요, 아무튼, 로렌스가 이 피핀의 작품을 알았건 몰랐건, 로렌스가 피핀한테 관심이 있었건 없었건, 제 눈에 이 두작품은 화풍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지요. 체스그린 속의 알록달록한 과일같은것, 그것이 도미노 그림속에 무엇과 연결되나요?  (한번 찾아 보세요).  심심할때 그림 이리저리 보면 - 없는 이야기까지 지어내게 된다니까요... ㅎㅎㅎ.

 

 

 

Domino Player (도미노 게임하는 사람들) 1943

Oil on Composition Board

2009년 9월 워싱턴 필립스 콜렉션에서 촬영

 

 

 

 

 

 

도서관 (1960)

 

 

 

 

Library (도서관) 1960

Tempera on Fiberboard

2009년 12월 29일 스미소니안 국립 미국미술관에서 촬영

 

 

 

 

 

이 도서관 그림. 정말, 딱, 도서관 풍경이죠?  제가 이 그림을 어디서 본 것 같아요.  기억해낼수 없지만,  어릴때 초등학교나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 어디선가에서 이 그림을 한번 본것 같아요.  (혹시 다른 비슷한 그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로서는 이 그림을 '미술교과서'에서 봤다는 기분이 자꾸만 드는겁니다.  따뜻하고, 그리고 행복한 풍경입니다.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서 수십년간 어린이들에게 그림 안내를 해 온 Judith 라는 도슨트 할머니가 있는데 그 할머니의 설명으로는 흑인 어린이들이 이 그림을 보고 참 좋아한대요.  아, 그 쥬디스 할머니는 제이콥 로렌스와 그 부인을 (부인도 화가였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본 적도 있다고 자랑을 하시더라구요.  제이콥 로렌스라는 사람이 신사이고 부드럽고 참 좋았대요.

 

 

 

제가 미국의 Social Realism  화가로 벤 샨 (Ben Shahn)을 소개하는 페이지 (http://americanart.textcube.com/300)에서 제일 먼저 소개한 그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Book Shop: Hebrew Books, Holy Day Books (책방) 1953

Tempera on Panel

2009년 10월 31일 디트로이트 미술관 (Ditroit Institute of Art Museum)에서 촬영

 

바로 이 작품이었지요. 책방에서 애를 안고 나오는 유태인 여인. 벤샨 자신이 유태인이었고 유태인 이민자로서 빈민의 세월을 거쳤고요,  제이콥 로렌스 역시 흑인, 싱글 맘의 아이, 도시 극빈층의 아이로 성장을 했는데요. 벤 샨이나 제이콥 로렌스를 별처럼 당당하게 빛나게 해 준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이들은 가난한 가운데서도 '공부'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가난한 사람이 그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뭘까요?  공부하는거죠. 책을 읽고, 글을 읽고, 사리 분별을 할 줄 알고, 사회가 나에게 부당하게 대할때 이에 항거할줄 알아야 하는거죠.  문맹에서 벗어나서 글을 읽을수 있을때, 이런 일들이 좀더 쉬워지지요 (물론 글 많이 읽는다고 모두 행동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옛날에 가진자들이 못가진자를 압제하는 수단으로 '그들에게 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했었쟎아요.  미국 백인들은 흑인 노예들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았으며, 마음 착한, 선량한 백인이 흑인노예에게 글을 가르치면 그 백인조차 탄압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식이 무기죠... 지식이 무기죠... 한국인들은 그걸 너무나 잘 알기에, 오늘날과 같은 무서운 대학입시 경쟁이 일어나는건데, 그 과열된 경쟁 체제 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처지가 매우 딱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러나 아무튼 우리는 교육의 수레바퀴를 굴려 나가야 하는거죠. 결국 교육이 무기이니까... (그 교육을 어떻게 이상적으로 잘 굴러가게 할것인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하겠지만, 교육에 대한 열의는 참...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요.  우리는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진 것인지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라는거죠).

 

제이콥 로렌스의 도서관 그림 속에는,  흑인들도 좀더 '공부'하고 문맹을 벗어나고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 편입니다.  제이콥 로렌스의 '도서관' 그림을 본 흑인 어린이들은 기분이 좋아져서, 유명한 흑인 미술가가 그린 그림을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도서관으로 향하게 될 지도 모르지요.

 

대충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미국의 Social Realism 이란 무엇인지, 어떤 그림들이 있는지, 어떤 화가들이 있는지 대략 가닥이 잡히는것 같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서 Social Realism 에 대한 간단한 정리를 하기로 하고, 제이콥 로렌스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2010년 2월 3일 Red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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