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
안도현
연애 시절 그때가 좋았는가 들녘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이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있던 시절 사시사철 바라보는 곳마다 진달래 붉게 피고 비가 왔다 하면 억수비 눈이 내렸다 하면 폭설 오도가도 못하고, 가만 있지는 더욱 못하고 길거리에서 찻집에서 자취방에서 쓸쓸하고 높던 연애 그때가 좋았는가 연애 시절아, 너를 부르다가 나는 등짝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무릇 연애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문득 문득 사람이 사람을 벗어버리고 아아, 어린 늑대가 되어 마음을 숨기고 여우가 되어 꼬리를 숨기고 바람 부는 곳에서 오랜 동안 흑흑 울고 싶은 것이기에 연애 시절아, 그날은 가도 두 사람은 남아 있다 우리가 서로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오늘도 밤하늘에는 별이 뜬다 연애 시절아, 그것 봐라 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 시시각각 다가오는 증기기관차 아니냐 그리하여 우리 살아 있을 동안 삶이란 끝끝내 연애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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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하면 억수비, 눈이 내렸다 하면 폭설... 이 싯귀때문에 이 시를 기억하는데요. 그것이, 돌아보면, 연애를 하게 되면 오감이 열리면서 뭐든 '굉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겠지요. 비가 오면 폭우처럼 느껴지고, 눈이 오면 폭설처럼, 그 사람의 눈은 별처럼 빛나는것 같고, 그 사람의 미소는 보름달 같이 보이고. 한마디로 요약하면 '감동의 세월.'
하늘이 폭설을 내려 줬으니, 나도 ... '일'하고 연애나... (아이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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