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imdb.com/title/tt0071577/
1974년에 제작되었던 Francis Scott Key Fitzgerald (1896 – 1940) 의 소설 The Great Gatsby (1925)의 영화를 온가족이 둘러앉아 DVD로 보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직접 보기는 처음입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적은 많았지만 영화를 본 적은 없습니다.
영화를 보게된 사연도 어정쩡합니다. 대학때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한국의 영문과에서 배우는 과정은 (1) 영어 (2) 영국문학 (3) 미국문학 대략 이러합니다. 영미문학을 모두 대충 더듬고 지나가게 됩니다. 제가 미국의 하이스쿨에서 근무하면서 알게된 사실 - 내가 대학 영문과 학생때 읽었던 작품들은 미국 고등학생들의 필독서였던 것이구나... (^^) 고등학생때 읽거나 대학 교양학부에서 읽거나. (아무튼 우리가 기초 교양을 그런식으로 쌓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학생인 우리집 큰도령이 문학 수업중에 이 The Great Gatsby를 읽고 토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집에는 내가 대학생때 갖고 있던 책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다 있는데, 녀석이 20년도 더 된 그 나의 대학시절에 읽던 책을 찾아가지고 학교에 다닙니다. 그 책에는 내가 한번 정독했던 날짜, 또다시 읽었던 날짜, 그리고 여백에 내 생각들을 정리해놓은 메모가 빼곡하다고 하는데, 녀석 왈, 다른 친구들이 새책 갖고 다닐때, 자기는 20년도 더 된 옛날 책, 그것도 메모로 가득한 책을 갖고 다니니까 '간지'가 난대요. 문제는, 내가 전체적인 윤곽만 기억할뿐, 이제 세세한 내용들을 다 잊어버리고 만 겁니다.
그래서 문제의 이 영화를 빌려다 온가족이 보게 된 것이지요.
옛날에, 내가 스무살이었을때, (그 책을 읽으며 혼자 이생각 저생각을 적던 그 시절 나는 스무살이었던 겁니다) 나는 미래에 내 몸에서 나온 다른 생명체가 그 책을 또 읽게 되리라는 상상이라도 했었을까? 나의 상상속에 내 아이가 존재했었을까? 어쩌면 훗날 저 책을 또 다른 미래의 아이가 읽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런 삶의 신비감을 생각하는 동안, 우리집 아이는, 저 노털 엄마에게도 스무살 시절이 있었다니! 하면서 신기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녀석은 엄마의 책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을 썩 유쾌하게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스무살의 엄마와 대화라도 하는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요. (이건 마치 개츠비를 매개로 한 '동감' 영화 같군...)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아 정말 화딱지가 나서 혼 났습니다. 내가 소설을 읽고 분석하면서 상상했던, 그 상황이 영화속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것을 보니, 소설을 읽으며 내가 많은 세세한 것들의 뉘앙스를 놓쳤었다는 느낌도 들고 (스무살 어린 나이에 독해력도 대단치 않았을 것이고), 뭐 그래서 피상적으로 분석을 하던 것들을 생생하게 보면서, "아 저 못된년! 아 저 못된놈! 아이구 불쌍한 개츠비" 뭐 이런 푸념이 이어지는 겁니다.
이 소설은 1925년에 발표된 것인데요, 그 시기가 어떤 시기냐하면 1차대전이 끝나고 30년대 대 공황이 오기 전, 그러니까 반짝!하고 미국 경기가 불 일어나듯이 일어나면서 재벌들이 돈을 흥청망청 써대고, 건물들을 짓고, 유럽의 명화들을 사모으고, 졸부 근성을 제대로 여실하게 보여주던 바로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학생때는 소설의 전개에 집중해서 개츠비를 읽었지만, 지금은 미국사속에서 1920년대가 갖는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망가져나가던 '순수'들에 집중하게 되고, 그리고 1920년대 사실주의 그림속에 등장하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 그려진것인지 파악을 하게 됩니다.
코메디안 앤디 카우프만의 일대기를 영화화 했던 Man on the Moon (1999) 에서 앤디 카우프만으로 분했던 짐 캐리가 영화속에서 보여준 에피소드 중에는 카우프만이 무대위에서 The Great Gatsby를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것으로 자신의 쇼를 채우던 장면이 나옵니다. 스무살이 아니라 마흔은 한참 넘긴 나이가 되어 이제 이 작품을 다시 실피니,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사의 어떤 한 시절을 정확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어찌보면 개츠비의 죽음과 함께 미국의 순수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고 할 만도 합니다. 지금 이 소설을 한줄로 정리한다면 "개츠비와 함께 순수는 죽었다"
1974년에 제작된 영화인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손색이 없습니다. 음악도, 화면처리도, 그리고 원작에 충실한 대사 처리도. (아아 등장했던 주요인물들이 지금은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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