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9일 화요일

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my eyes are wide open

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my eyes can see

 

존 레논이 부른 이런 가사의 노래가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눈이 번쩍 떠지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눈이 사물을 보게 되었다고.  옛날에 윤종신이 '환생'이란 노래를 히트 시킨적이 있지요. '다시 태어난것 같아요~' 저 그노래 '카세트 테이프'가 있었거든요.  그 음반에 실린 노래들을 꽤 들었는데요.  그 음반, 다시 갖고 싶지요.

 

'밀양'이라는 영화를 2007년 6월에 한국에 가서 봤던 기억이 나요. 영화제에서 상도 타고 꽤 유명했었지요.  그 영화보고 불쾌했죠. 뭐냐 지금, 이창동씨도 이제 슬슬 신과 운명앞에 꼬리를 내린거냐 뭐 이런 느낌.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다 저렇게 순응주의가 되는거냐 뭐 여러가지로 마음에 안들었었는데요.

 

눈에 갖혀서 집에 감금되어 며칠을 보내다보니 잠도 잘 안오고, 어젯밤에는 유튜브로 한국영화를 뒤적이다가 이창동 감독이 '밀양'를 찍던 당시를 설명하던 클립을 하나 봤습니다.  밀양이 영어로는 Secret Sunshine 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요.  이창동 감독이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역할을 설명을 하더라구요.  송강호.  송강호가 뭐 어쨌다는거야... 송강호가 자기 역을 귀신같이 정확히 파악했대요.  송강호는 드러나지 않는 역할이었대요. 그걸 보고 뒷통수 한대 맞은 느낌.  그럼, 뭐야.  Secret Sunshine 은 송강호였던거야?

 

너무 많이 알려져서 이제는 신파조가 되어버린 황동규의 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외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이렇게 눈에 갖혀서 꼼짝도 못할때면, 창밖의 눈을 내다보며 이 신파조 시나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려서 정말 내 인생이 신파조가 되는 기분이 들고 마는데요.  송강호의 역은 바로 그 배경처럼 사소함에 있었다는 겁니다.  신이 있다면, 그 무심한 신은, 나의 안녕이나 희노애락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 뻔한데, 그렇지만 그가 신이기에 내 삶의 배경 어디쯤에 무언가 하나를 세워 놓아두는 일도 잊지는 않을거라는 동화같은 상상을 해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며,  내 주위에 풍경처럼 지나친 사람중에 사소한 배경처리처럼 그렇게 늘 그자리에 있었던 사람도 있었을까. 있었겠지.  있었을 터이지. 이런 생각을 해 본거죠.  나는 누구의 배경이었나.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눈에 갖혀 답답하니까, 그림 파일들을 보면서 제법 미술 이야기 페이지를 많이 적었는데요. 사진 파일들을 그냥 주루룩보다가, 제 시선을 붙들어 맨 사진이 한장 있었습니다.  이 사진인데요

 

 

Grand Canyon of the Colorado River 1892-1908

238.8. x 134.6 cm.

Thomas Moran 1837-1926

 

 

2009년 9월 19일 필라델피아 미술관 미국미술관 전시실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지금도 여기가 어디쯤인지 선명하게 기억해요.  이 전시실은 19세기 당시 부유층의 실내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라서 당시의 가구도 있었고 그랬어요.  이 사진은 거울 앞에서 나 자신을 찍어본 것인데요. 사진의 주인공은 가구도 무엇도 아닌 그날의 나 자신이었는데요.

 

그런데요,  제가 요며칠 19세기 미국의 대형 풍경화를 그린 대가들을 소개하면서 풍경화에 대한 안목을 키워놨쟎아요.  갑자기 이 사진속의 진짜 주인공이 눈앞에 드러난거죠.  거울속에 찍힌 저 풍경화는 옐로스톤의 화가 Thomas Moran (http://americanart.textcube.com/364) 의 작품인거죠. 거울속의 그림을 보면서 '저것 모란이다'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바로 나와주네요.

 

 

그때 저는 대형 풍경화 따위에 별 관심이 없었죠.  풍경화가들 비어스타드나 처치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토마스 모란은 알지도 못하던 시절이었거든요. 내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했으므로 저 그림 따위가 내 눈에 들어왔을리가 없지요. 그런데, 그사이에 공부를 했고, 안목을 키웠고,  토마스 모란이라는 한 화가가 미국의 자연환경 보존에 얼마나 혁혁한 공헌을 했는가 그런 역사적 배경까지 알게 되면서,  하나의 예술 작품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력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되면서,  그제서야 그의 '그림'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된것이죠.

 

 

토마스 모란은 늘 그자리에, 내가 지나치는 길목에 있었지만, 나는 그를 알지 못했지요. 내가 눈을 뜨게 되었을때 그제서야 진정으로 그를 발견하게 된거죠.

 

 

청소를 좀 할까 해요.  내 배경처럼 거기 서있는 사람을 위해, 내 배경을 좀 치울까 하는거죠. 그 사람의 눈이 어지럽지 않도록.  그리고 공부를 좀 해야겠지요. 내 배경처럼 서있는 그 사람을 좀 더 잘 알수 있도록. 그래서 늘 배경처럼 서있던 것들을 내가 진정으로 발견할수 있도록.  눈이 또 다시 쏟아질거라는 '경보'가 내렸는데요. 잔뜩 찌푸린 날씨이지만, 그래도 저 구름너머에 태양을 빛나고 있겠죠. 

 

 

날이 개이고, 설이 지나고 여유가 생기면, 주말에 뉴욕에 가야겠어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두차례 갔었지만, 그 때 나는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쳤을걸요.  지금 가면, 수많은 대가들이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할것 같아요.  눈이 그치고, 날이 개이면 뉴욕에 가야지.  뉴욕에 가서 내가 못보고 지나쳤던, 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림들을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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