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my eyes are wide open
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my eyes can see
존 레논이 부른 이런 가사의 노래가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눈이 번쩍 떠지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눈이 사물을 보게 되었다고. 옛날에 윤종신이 '환생'이란 노래를 히트 시킨적이 있지요. '다시 태어난것 같아요~' 저 그노래 '카세트 테이프'가 있었거든요. 그 음반에 실린 노래들을 꽤 들었는데요. 그 음반, 다시 갖고 싶지요.
'밀양'이라는 영화를 2007년 6월에 한국에 가서 봤던 기억이 나요. 영화제에서 상도 타고 꽤 유명했었지요. 그 영화보고 불쾌했죠. 뭐냐 지금, 이창동씨도 이제 슬슬 신과 운명앞에 꼬리를 내린거냐 뭐 이런 느낌.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다 저렇게 순응주의가 되는거냐 뭐 여러가지로 마음에 안들었었는데요.
눈에 갖혀서 집에 감금되어 며칠을 보내다보니 잠도 잘 안오고, 어젯밤에는 유튜브로 한국영화를 뒤적이다가 이창동 감독이 '밀양'를 찍던 당시를 설명하던 클립을 하나 봤습니다. 밀양이 영어로는 Secret Sunshine 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요. 이창동 감독이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역할을 설명을 하더라구요. 송강호. 송강호가 뭐 어쨌다는거야... 송강호가 자기 역을 귀신같이 정확히 파악했대요. 송강호는 드러나지 않는 역할이었대요. 그걸 보고 뒷통수 한대 맞은 느낌. 그럼, 뭐야. Secret Sunshine 은 송강호였던거야?
너무 많이 알려져서 이제는 신파조가 되어버린 황동규의 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외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이렇게 눈에 갖혀서 꼼짝도 못할때면, 창밖의 눈을 내다보며 이 신파조 시나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려서 정말 내 인생이 신파조가 되는 기분이 들고 마는데요. 송강호의 역은 바로 그 배경처럼 사소함에 있었다는 겁니다. 신이 있다면, 그 무심한 신은, 나의 안녕이나 희노애락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 뻔한데, 그렇지만 그가 신이기에 내 삶의 배경 어디쯤에 무언가 하나를 세워 놓아두는 일도 잊지는 않을거라는 동화같은 상상을 해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며, 내 주위에 풍경처럼 지나친 사람중에 사소한 배경처리처럼 그렇게 늘 그자리에 있었던 사람도 있었을까. 있었겠지. 있었을 터이지. 이런 생각을 해 본거죠. 나는 누구의 배경이었나.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눈에 갖혀 답답하니까, 그림 파일들을 보면서 제법 미술 이야기 페이지를 많이 적었는데요. 사진 파일들을 그냥 주루룩보다가, 제 시선을 붙들어 맨 사진이 한장 있었습니다. 이 사진인데요

Grand Canyon of the Colorado River 1892-1908
238.8. x 134.6 cm.
Thomas Moran 1837-1926
2009년 9월 19일 필라델피아 미술관 미국미술관 전시실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지금도 여기가 어디쯤인지 선명하게 기억해요. 이 전시실은 19세기 당시 부유층의 실내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라서 당시의 가구도 있었고 그랬어요. 이 사진은 거울 앞에서 나 자신을 찍어본 것인데요. 사진의 주인공은 가구도 무엇도 아닌 그날의 나 자신이었는데요.
그런데요, 제가 요며칠 19세기 미국의 대형 풍경화를 그린 대가들을 소개하면서 풍경화에 대한 안목을 키워놨쟎아요. 갑자기 이 사진속의 진짜 주인공이 눈앞에 드러난거죠. 거울속에 찍힌 저 풍경화는 옐로스톤의 화가 Thomas Moran (http://americanart.textcube.com/364) 의 작품인거죠. 거울속의 그림을 보면서 '저것 모란이다'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바로 나와주네요.
그때 저는 대형 풍경화 따위에 별 관심이 없었죠. 풍경화가들 비어스타드나 처치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토마스 모란은 알지도 못하던 시절이었거든요. 내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했으므로 저 그림 따위가 내 눈에 들어왔을리가 없지요. 그런데, 그사이에 공부를 했고, 안목을 키웠고, 토마스 모란이라는 한 화가가 미국의 자연환경 보존에 얼마나 혁혁한 공헌을 했는가 그런 역사적 배경까지 알게 되면서, 하나의 예술 작품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력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되면서, 그제서야 그의 '그림'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된것이죠.
토마스 모란은 늘 그자리에, 내가 지나치는 길목에 있었지만, 나는 그를 알지 못했지요. 내가 눈을 뜨게 되었을때 그제서야 진정으로 그를 발견하게 된거죠.
청소를 좀 할까 해요. 내 배경처럼 거기 서있는 사람을 위해, 내 배경을 좀 치울까 하는거죠. 그 사람의 눈이 어지럽지 않도록. 그리고 공부를 좀 해야겠지요. 내 배경처럼 서있는 그 사람을 좀 더 잘 알수 있도록. 그래서 늘 배경처럼 서있던 것들을 내가 진정으로 발견할수 있도록. 눈이 또 다시 쏟아질거라는 '경보'가 내렸는데요. 잔뜩 찌푸린 날씨이지만, 그래도 저 구름너머에 태양을 빛나고 있겠죠.
날이 개이고, 설이 지나고 여유가 생기면, 주말에 뉴욕에 가야겠어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두차례 갔었지만, 그 때 나는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쳤을걸요. 지금 가면, 수많은 대가들이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할것 같아요. 눈이 그치고, 날이 개이면 뉴욕에 가야지. 뉴욕에 가서 내가 못보고 지나쳤던, 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림들을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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