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콜렉션에서 2010년 2월 11일부터 5월 2일 (대략 3개월간) 까지 전시되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Linn Myers 라는 워싱턴 출신의 젊은 작가의 '벽화'작업 입니다.
필립스 콜렉션 2층 중앙홀에 도착하면 바로 왼편 중앙벽에 빈센트 반 고흐의 The Road Menders (도로 보수하는 사람들 1889)라는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저는 이곳에 갈때마다, 이 그림속에 사람이 '몇명'이 있나 세어보죠. 세어보고, 잊고, 또 세어보고, 또 잊고....이 그림속에는 열명이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 속의 선도 색도 들여다보게 되지요. (그림 속에서 사람 찾아내는것은 저의 그림 보는 취향의 문제일것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찾아내려는 것이겠지요. 사람이 있어야 이야기가 벌어지지요...) 아무튼, 들여다볼수록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 그림 뒷쪽 벽에 무슨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세요. 고흐의 그림 뒷쪽 통로의 양쪽벽에 벽화로 보이는 것이 보입니다.
이것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Linn Meyers 라는 현역 작가가 최근에 작업한 작품입니다. 혼자 사다리 하나 갖다 놓고 이 벽화 작업을 하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고 하는데요.

작가가 작업하는 광경의 사진을 필립스 콜렉션 홈페이지에서 한장 빌려왔습니다. 이렇게 혼자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http://www.phillipscollection.org/exhibitions/intersections/index.aspx
http://linnmeyers.com/index.html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이런 문양입니다. (위에 빌려온 사진과 제 사진의 색감이 차이가 나는 것은 전시장의 조명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제가 전시장에서 직접 본 색감은 제가 찍은 사진과 흡사 합니다.)

그래서, 반 고호 그림하고 이 벽화하고 무슨 상관이라도 있다는 건가? (이렇게 묻고 싶으시죠?)
이 작품은 린 메여스가 반 고흐의 Starry Night 이라는 작품과 이 The Road Menders 라는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입니다. 바탕색이 되는 짙은 청색은 고흐의 '별밤'의 배경이 되는 색이고요 (지금 제 책상앞에도 고흐의 별밤 - 엽서 그림이 붙어있군요) 그 위에 미색 (연한 노란빛)과 연분홍이 섞인 잉크로 그려진 물결무늬같은 곡선이 반복됩니다. 그러니까, 이 벽화는 앞의 고흐의 그림과 함께 있을때 더욱더 살아 움직일수 있지요. 그리고 고흐의 그림 역시 이 벽화로 인해 더욱 생생해지고 탄력을 받게 됩니다.
회오리바람
소용돌이
파장
산들바람
흥얼거리는 콧노래
별 빛
또 뭐가 느껴지나요?
"My work relies on the beauty of imperfection. I often use the word slippage to describe this."
내 작품은 불완전의 아름다움에 의거한다. 나는 종종 내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미끄러짐 (미끄러져 사라짐, 혹은 멸(滅)' 이라는 어휘를 사용하기도 한다.
안내 자료에 나온 작가의 말을 그래도 인용해보았습니다. Slippage 라는 단어를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생각해 낸 것이 滅 인데요. 사라져 없어지는 것.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 보여주는 찰나의 불완전한 아름다움. 작가는 그것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사라져 없어지는 것의 그 역동성.
이쯤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얼핏 티벳 승려들의 예술작업이 떠오릅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인데, 티벳의 승려들은 여러사람이 아주 오랫동안 아주 세밀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낸 다음에 그것을 그냥 물에 흘려버리거나 쓸어버리거나 그런다고 합니다. 공을 들여 작업을 한 후에 그것을 순식간에 다시 無로 환원 시켜 버린대요. 우리 삶도 결국 비슷하죠. 정말 서로 잡아먹을듯이 경쟁하며 으르렁대며 살다가, 그러다가 죽으면 그걸로 게임오버.... 참, 내, 그러려고 아득바득 사는걸 생각하면... 이게 뭐 하는짓인가 싶기도 한데요.
그 티벳승려의 작업과 같은 찰나의 아름다움,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정과 흘려보냄의 여유, 이런것들을 이 미국작가가 담으려 했던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요 안내지에 2010년 5월 2일까지 전시가 된다길래, 그러면 전시기간이 지나면 이 벽화는 어떻게 되는건가, 작품 앞에서 망보고 서있는 안내인한테 물어봤거든요. 아마도 미술대학생인데 인턴십하러 나온듯한 영특해보이는 안내인이 "아마 그냥 페인트칠 새로 해서 덮어버릴걸요" 하더라구요. 아이구야 이렇게 정성들인 것을 세달후에는 그냥 날려버린다고? (그냥 여기 계속 있어도 좋을것 같은데...)
세달후에 정말 날려버리는지 가서 살펴봐야겠어요.




2010년 2월 20일 필립스 콜렉션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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