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일한 날짜에 집으로 그리고 학교로 날아온 동일한 책 한권.
이 책을 어제 졸업한 내 학생이 내게 선물이라고 주고 간 것이다. 그 학생은 사실은 나를 무척 '무서워'하는 학생이었다. 언젠가 내게 식사대접을 하고 싶다고 정중하게 초대를 했는데, 학생하고 교수가 학교에서 만나서 할 얘기 하면 되지 바깥에서 뭐하러 밥값을 축내는가. 학생은 돈이 없으므로 교수 밥사주기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교수가 학생 밥을 사줘야 한다면 그 모든 학생을 내가 무슨 수로 밥을 사주는가. 내가 돈도 많이 못버는데, 그러므로 나하고 식당에 가서 밥먹을 생각 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내가 성질도 되게 이상해서 선물 갖다 주면 오히려 이상한 시선으로 거절을 해버린다는 것을 아는지라 고민을 좀 했을것이다. 그냥 떠나기는 서운했을테니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 책 한권이었을것이다. 이거는 꼭 받으시라고. 그래서 내가 고맙게 받았다. 받으면서 내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책이길래 졸업하는 마당에 지도교수한테 선물을 하는건가?" 물으니 뭐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간 책인데, 너무너무 감동적인 이야기이고, 그리고 내가 읽으면 흡족해 할 만한 내용이라고.
그래서 읽어봐야지 했는데
집에도 똑같은 책이 아마존에서 배달되어 있었다. 그건 또 누가보낸건가하면 윌리엄 앤 메리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이 보내준거다. 윌리엄 앤 메리 대학은 버지니아에 있는 주립대학중의 하나인데, 그 대학은 특이하다. 대학의 순위가 최고 수준이라고 할수는 없는데 입학생 뽑는 기준이 좀 특별해가지고, 아이비리그에서 어드미션 받는 애들도 이 학교 입학에 실패를 하기도 하고,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 무난히 들어가기도 하고 그런다. 좀 특별한 학교다. 그리고 그 여학생도 내게는 좀 특별한 사람이다. 나는 그런 딸이나 그런 며느리나 그런 친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는데, 현재는 딸도 며느리도 친구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이다. 그 친구가 보내준 책이 집에 있다.
집에, 학교에, 똑같은 책이 있다.
얼마나 대단한 책이길래? (서문만 읽어봤다.)
동영상 강의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관계로 내가 스트레스를 콱 받아가지고 현재로서는 소설책 잡을 마음의 여유가 없고, 한 보름쯤 후에 모든것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 여유를 갖고 읽어보고싶다.
아주 사려깊은 여학생이 보낸 책이니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가 들어있을거라 기대한다.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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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에 나는 이 글을 작성 했을 것이다. 나는 동영상 강의를 준비중이었고, 소설책을 집어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http://americanart.textcube.com/414 씨름 페이지에 서술한바와 같이, 동영상 프로젝트에서 내가 부당한 처우을 받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되었고, 그 정보는 내게 선택의 자유를 선사했다. 한마디로 "이따위 일에서 난 빠질테니까 맘대로 하셔!" 로 결론짓고, (이것은, 동영상 안 만들거다 이 종간나 새끼들아 라고 선언했다는 뜻이다. 헤헤헤 )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한 일이 뭔가하면
골치도 아프고 바람도 불어대니 방구석에 처박혀서 따끈따끈한 전기담요 속에서 '소설책이나' 읽는거였다.
소설책을 읽으면서 뚱뚱한 흑인 아줌마로 등장하는 신의 이미지나, 털털한 목수 총각 예수님 캐랙터에 동화가 되어가지고 흥미진진하면서도 나의 인간적 나약함과 오류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우연한 사건이긴 하다.
동시에 각기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달된 한권의 소설책
그리고, 그 소설책을 읽을 여유가 없을때 벌어진 작은 해프닝
그리고 일 다 집어치고 소설책을 읽으며 쉴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
소설책을 읽는동안, 내가 침대속에서 이야기를 읽으며 웃고 울던 시간에
나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이리저리 일 처리를 해 놓은 사람들
소설책 읽기를 마쳤을때,
내 어깨를 짓누르던 프로젝트는 사라져있었고
나는 편안한 가운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되도록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은 내가 과제들을 해치울 보름의 시간을 기다리는 대신에, 우선 책부터 읽어달라고 내 과제들을 모두 제거해준 격이다. 책도 잘 읽었고, 내 문제도 정리가 되었고. (Thank you Papa!)
커피나 한잔 마시고, 소설책 읽느라 밀린 집안 일이나...
윌리엄 앤 메리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에게 말해주고 싶다. "책 잘 읽었다. 고맙다." (아, 그런데, 나도 이 책을 누군가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어진다. 우리 가족들도 읽게 하겠다.)
2010년 2월 27일 토.
아아 번역서가 벌써 있었던 것이니~
(세상이 다 아는데 나만 몰랐었나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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