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소니안 국립 초상화 박물관 1층에 걸려있는 벤자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1706-1790) 의 초상화입니다.

Benjamin Franklin (1706-1790)
화가: Joseph Siffred Duplessis (1725-1802)
Oil on Canvas c. 1785
2010년 1월 31일 스미소니안 초상화 박물관에서 촬영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의 삶 자체가 르네상스맨으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비견될만한, 다채로운 면모를 갖춘 인물이었지요. 제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일년중 바로 지금쯤 이었던 것 같습니다. 입학할 대학을 확정짓고, 입학을 기다리는 시기.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아닌 애매한 시기. 그 해 겨울에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영문 축약본을 읽었습니다. (아마 시사영어사 판이었겠지요). 그 자서전에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아마도 읽어본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가 정한 덕성의 카테고리들을 하나 하나 구체화하기 위해서, 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체크 리스트까지 만들어서 하루 하루 점검해가면서 지냈다는 내용이지요. 그때 어린 마음에, 인생 이렇게 살면 정말 성공하겠다 싶어서 나도 본따서 내가 덕성을 키우기 위해서 어떻게 실천할것인가 표를 만들어서 실천도 해보고 그랬었는데요. 아, 그때,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의 애매한 겨울에 그런 시간을 보냈었군요.
돌아보면, 무엇하나 근사하게 해 낸것도 없었고, 특출나게 영특한 학생도 아니었고, 지리지리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그래도 혼자서는 나름대로 인생을 좀 잘 살아보려고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 안하고, 물론) 그랬었던것도 같아요.
이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는 사실, 그가 외교사절로 프랑스에서 몇년간 지낼때, 프랭클린이 귀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해요. 뭐 박식하고 유머 넘치고 그리고 아주 이지적인 사람이니까요. 프랭클린이 피뢰침도 개뱔해내고, 프랭클린 난로도 만들어내고 그랬쟎아요. 지금 생각하면 프랭클린 난로가 뭐가 대단할까마는, 벽난로만 있던 시절에, 방 중앙에 혹은 필요한 곳에 난로를 설치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벼락같은 사건이었다고 할 만 하지요. 아무튼, 프랑스 사교계에서 인기가 많던 벤자민 프랭클린이 미국으로 돌아갈 때 쯤 되자, 그를 연모하던 한 귀부인이 그가 떠난후에도 그를 보고 싶다고 이 초상화를 주문했대요. 그러니까 이 초상화는 프랑스에서 그려진 것이지요.
이 초상화의 특징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당시 사교계의 복장인 '가발'을 착용하지도 않았고, 의상도 귀족 의상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편안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프랭클린의 매우 실용주의 적인, 그의 진면모에 가까운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고 할 만 하지요.
이 초상화가 1995년부터 미국의 백달러짜리 지폐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2009년에 개봉했던 영화 Slum Dog Millionaire 에서 '미화 백달러짜리 지폐에 들어있는 인물이 누군가?' 하는 문제가 나올때, 주인공 청년이 떠올리는 친구 - 시력을 빼앗긴 친구가 나오지요. 시력을 빼앗기고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걸인이 된 친구가 백달러짜리 지폐를 손으로만 만지며 벤자민 프랭클린 이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문득 그 영화가 생각이 나요. (상관없는 얘기지만.)
아,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림이 아니라, 이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프랑스 사람이쟎아요. 초상화도 프랑스에서 그려진 것이고. 그러니까, 프랑스 사람이 프랑스에서 그린 미국 위인의 초상화가 미국 백달러짜리 지폐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거죠. 이것을 우리나라 상황에서 상상해보면, 우리나라 십만원짜리 지폐에 한국의 어떤 인물 초상화가 들어간다고 치고 (정해졌나요?) 그 초상화의 원화를 그린 사람이 150년전의 중국화가였고, 그 초상화는 중국에서 그려진 것이라고 칩시다. 이거, 한국에서 가능한 일일지요? 그냥 조금 상상을 해보면 - 행정관료들이나 관련 전문가 혹은 학자들이 두루두루 모여서 '아무개'를 선정하고 중국화가가 150년전에 중국에서 그린 아무개의 초상화를 십만원권의 원화로 사용하기로 했다는 설이 나오기가 무섭게(!!) - 여기저기서, 그거 말 되는 소리냐. 한국에 인물이 그렇게도 없냐. 왜 하고 많은 원화중에 뙤놈이 그린걸 쓰는거냐? 선정위원회 놈들이 중국정부로부터 뇌물 받은거 아니냐....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래서 관련 웹사이트가 한동안 접속 폭주로 다운이 되고, 몇명 자리에서 물러나고, 중국화가가 그린 원화를 사용하는 문제는 흐지부지 되고...
그, 그럴가능성도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뭐, 미국과 프랑스와의 관계와,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차이가 있으므로 반응의 차이가 있음도 인정을 해야 할 것이지만, 한국이 미국에 비해서 '동질성'의 사회(homogeneous society) 라서 민족감정이 강하고, 민족 자존심도 강하지요. 그래서 한국의 십만원권에 외국인이 외국에서 그린 그림이 삽입되기는 힘들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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