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이층 지붕을 훌쩍 넘을 정도로 키가 크고 무성한 목백일홍 나무는 가지가 조밀하고 잎이 무성하기때문에 새들의 은신처가 되기에 좋습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동안에는 이 나무에 새집이 매달린것도 몰랐습니다. 겨울이 되어 잎을 다 떨구자 이 나무에 새집 세채가 지어진것을 알았습니다.
간밤에는 미칠듯이 바람이 불어서, 창을 덜컹거리게 만들고, 소나기 소리처럼 시끄러운 그 바람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이 방 저 방 옮겨다녀보았지만 꿈도 서럽고, 깨어 있기도 서러운 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바람은 잠들지 않을 기세인데, 마당에 나가보니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이리저리 쓸리고, 자동차에도 나뭇가지가 떨어져 쌓여있고 그랬습니다. 아마 큰 나뭇가지가 부러졌다면 자동차 지붕이 찌그러졌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잠을 못자 부스스한 제 눈에 저 새둥지가 보였습니다. 어쩌면, 밤새 그렇게 모질게 바람이 불고, 나무들이 부러지고 쓰러졌는데도, 목백일홍 나무에 앉아있는 새집들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려도 새집은 탄탄하게 자리를 틀고 변함없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새들은
바람이 불때 어디가 안전한지,
배우지 않아도 아는가봅니다.
새들은
집을 어떻게 지어야 튼튼한지
배우지 않아도 아는가봅니다.
나도 이 세상 어딘가에, 누군가의 가슴에
바람이 불어도 변함없이 거기 있어줄
둥지 하나를 틀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혹은, 내가
바람불어도 날아가지 않을 튼튼한 둥지가 되어
늘 그자리를 지킬수 있기를.
바람때문이 아니라, 피로때문에, 골치가 지끈거려서, 타이레놀이나 왕창 먹고.
저희 집뒤 나무에 붙어있는 작은 새집도요..팔뚝보다 더 굵은 가지들이 뚝뚝 부러져 나가는 바람에도 끄떡없어요.. 참 신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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