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7일 토요일

바람과 지진

지난 이틀간 버지니아 워싱턴 메릴랜드 일대에 폭풍처럼 온종일 바람이 일었었다. http://americanart.textcube.com/413  오죽하면 신경쇠약증 환자처럼 이방 저방으로 옮겨다니며 잠을 청해보기도 하고, 바람소리가 수상쩍어서 멀미가 났었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는 남미 칠레에 무시무시한 지진이 일어나서 현재 많은 사상자가 나고 있다고 하고,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에 몰아칠 기세라고도 한다.  지난 아이티 지진의 천배에 가까운 지진이라면 어떤걸까? 

 

어쩌면 나는 짐승의 감각처럼, 혹은 새끼를 거느린 암컷 동물의 감각과도 같은 더듬이가 있어서 저 땅속의 울렁임 때문에 멀미를 일으켰던 것은 아닌지. 나의 불안은 지구의 신음소리에 닿아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10여전 전에도 혼자 앉아서 "아파트가 흔들려서 잠을 잘수가 없어"하고 탄식을 했었는데, 아침 뉴스에서 서울 경기 일대에 미진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이곳을 때리던 바람은 태평양으로 옮겨갔을것이다.  지구가 앓고있나보다.  모두들 무사하시길 빈다.

 

 

댓글 9개:

  1. 전에 언급하셨던 <열혈남아>라는 영화에서도, 죽는자가 지진을 느끼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만큼 삶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가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도 지진이 있었습니다.



    좀 판을 깨는 소리 같지만, 코맥 맥카시의 <로드>처럼 세상이 절단나고나서도 생존자들이 꾸물꾸물 살아가게 되는 지구 종말보다는 그냥 지구가 완전히 절단나 버렸으면 싶습니다. 절망뒤에도 삶이 이어진다는것은 견디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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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샌프란시스코에 살적에 지진을 겪어봤습니다..

    그냥 그 공포스러움은 뭐라고 설명이 잘 안됩니다.. 땅을 딛고 살아야하는데 땅이 흔들리니...

    저희는 늘 지진나는데 가선 절대 안살거라고 말하곤 합니다..

    어쩜 엊그제 겪으셨던 그 멀미 같은건 그런 예지가 아니었을까...저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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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리나라처럼 지진에 대비가 안된 나라에서 지진이 나면 큰일나겠군요 아 무서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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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느림보 - 2010/02/28 09:49
    밥상에서 우리 아이가 낸 퀴즈: 세가지 직업군 (1) 변호사 (2) 운동선수 (3) 빌딩 경비원 세사람중에서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직업군은?



    답은 다들 짐작하시는대로 (1) 변호사. 이 답에 대한 '논리'가 사람마다 다를수 있는데요 우리 아이의 논리는 '변호사'는 수시로 여기저기서 전화를 받는 - 늘 신경이 소모되는 직업이고, 이동을 자주하므로 교통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입니다.



    저도 비슷한 해석인데 제가 촛점을 맞춘쪽은 '자연과 가까움'에 있습니다. 운동선수는 몸을 써서 (가장 자연스럽죠) 전문적인 반열에 오르는 사람이고, 빌딩경비원 역시 물리적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직업입니다. 변호사는 '자연'에서 가장 먼 데 위치합니다. 우리가 원시로 돌아갔을때 운동선수는 사냥을 할테고, 빌딩경비는 움막을 지킬수 있지만, 변호사는 할일이 없어요. 가장 쓸모없죠. 운전이라는 종합적인 집중력이 필요한 행동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가 '이래저래 주의집중 산만하고, 자연과 멀어진 변호사'라고 보는거죠.



    그리고 아직까지도 저는 자신을 '자연의 아이'로 분류하는 편입니다. 원시성에 더 가깝다고 보는 편이지요. 지구와 더 밀착되어있다고 스스로 느끼는거죠.



    삶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가질때가 언제인가하면 -- 몸이 극도로 허약해있을때, 혹은 죽음에 직면해 있을때. 몸이 극도로 아파본 사람은 주변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도 몸의 상태가 치명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냄새, 소리, 움직임 이런것들에 예민해집니다. 죽음에 직면할때도 여러가지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뭔가 일어난다고 하는데(그건 제가 아직 안겪어봐서 ^^ 헤헤 흥미롭죠...우리모두 한번은 겪어보게되겠지요.)



    느림보님한테는 한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요:

    세상이 절단났는데, 내가 가사상태에 빠져있는데 그 꿈속에서 하느님을 만났다고 가정해봅시다. 하느님이 (아니면 부처님이나 아무튼 대단자가) 묻는겁니다. (1) 네가 지금 죽음을 택하면 너는 극락에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만나 영원불멸의 낙을 누리게 될것이다. (2) 네가 지금 삶을 택하면 너는 이 망가진 세상에 나가서 세상을 재건해야 한다. 너의 몸도 망가졌고 세상도 망가졌다. 재건할 사람이 필요하다. 네가 선택하는대로 내가 길을 열어주마. (1)번이냐 (2)번이냐?



    느림보님이 선택의 자유가 있을때 뭘 선택하시겠습니까?



    저는 생각해봤는데, 막상 저런 질문이 주어진다면 끔찍하게 살기 싫지만 그래도 어쩐지 (2)번을 선택해서 다시 이 세상으로 오게 될것 같아요... 아이구 미치겠네 하고 울면서 그러나 (2)번을 선택할수밖에 없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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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과씨 - 2010/02/28 11:59
    대개 지진나거나 태풍이 오거나 그럴때, 여자들이 이상하게 잠 못자고 불안해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 보이는 예가 많거든요. 우리집도 그렇고, 사과씨님 댁도 그렇고, 남자들은 "쓸데없이 예민하다"고 여자들을 구박(?)을 하는데요



    저는 그냥 단순하게 "여자들이 센서가 발달된 동물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제가 꼴페미인 경향은 있지만, 남성과 여성의 진화론적 차이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진화에 미세한 차이가 있을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지진이 난대도,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살아보고 싶은 매력적인 장소인데요~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wear flowers in your hair~~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럽군요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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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봉구동구 - 2010/02/28 12:45
    봉구동구님. ㅋㅋㅋ (이거 내가 이 대목에서 웃으면 안되는건데) 지구본을 놓고 들여다보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본이 쓰나미나 지진을 대부분 커버해주는 편이지요. 지구본을 놓고 보면, 환태평양 지진대나 태풍으로부터 우리가 한발짝 비켜있는 꼴이에요. 왜냐하면 우리 나라 외곽에 '울타리'처럼 일본섬들이 도열을 해 있거든요.



    어찌보면 일본은 '한국의 울타리'의 숙명을 타고난거라. 동해는 지중해와 비슷하고요. 일본이 지진이나 태풍을 몸으로 막아주는 형상이지요.



    한반도가 어찌보면 위아래의 외침을 받기 용이한 위치에 있다는 '숙명'을 벗어나기도 힘들지만, 뒤집어서 보자면 일본은 지진이나 태풍을 1단계 완화시키는 범퍼로 존재한다고 볼수도 있는거죠. (불쌍한 일본)



    * 우리나라도 내진설계 열심히 하고 있을걸요 아마도. 전에 학생때, 아르바이트로 내진설계에 대한 번역도 하고 그랬었는데 우리나라 건축도 믿을만해보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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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RedFox - 2010/02/28 21:07
    (2) 번이요. 그냥 자석처럼 돌아오게 될 것 같아요. 목적이 어떠고를 떠나서. 왠지 제가 쓴내용하곤 정 반대의 선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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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봉구동구 - 2010/02/28 12:45
    한국의 내진설계는 별로 믿을것이 못 되요. 일예로, 한국의 모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내진판 (건물의 기초에 설치해서 지진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은 해외 수출이 될 정도로 그 기능적 우수함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내 판매는 별로 안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 쓸데 없는걸 왜 하냐'라는 쪽입니다. 건축주들이. 그리고 설계에 들어간다해도, 견적서와 실제 현장에 설치되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중간에 삥땅하기 딱 좋은 항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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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봉구동구 - 2010/02/28 12:45
    설계는 믿을만한데, 시공이 믿을만하지 않다는거지요... 해외 수출할정도의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돈 아깝다고 국내 시공에 안쓴다는 거죠?



    그게, 그게 한국사의 비극이라고 할만하죠. 역사적으로 보면 고조선 이래 이땅에서 세계적인 발명품들도 나오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지만, 그것들을 우리가 잘 활용을 안하고 사장시킨 예가 많쟎아요. 한글도 처음엔 괄시받았고, 기술자들은 천대 받고, 우리가 가진 것이 얼마나 귀한것인지 모르고 내다 버리고.



    내진판 그렇게 잘 만들었으면 그걸 활용을 해야지...어이구야. (더 말하면 신변에 위협을 느끼므로 생략하렵니다... 이놈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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