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뉴욕에 간다고 서두르다가 카메라 가방을 완전히 잠그지 않은채로 집어 들다가, 카메라가 가방에서 '쏟아지는' 사태 발생. 렌즈 뚜껑을 열어보니 유리가 깨져있었다. 사진을 찍어보니 사진은 정상적으로 찍히고. 음, 그래서 그 깨진 유리 그 상태로 온종일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다.
집에 와서 자정이 넘어 웹검색을 하여 정보를 찾아보니, '렌즈가 깨진것이 아니고 필터가 깨진것'이라는 내용이 나와준다. 이럴때, 인터넷이 고맙다. 누군가가 올려놓은 정보 덕분에 카메라에 대해서 아는바가 없는 무지한 내가 한시름 놓는다. 모르는 사람들께 감사. (그러므로 나도 유용한 정보를 올려서 공유해야 한다.)
인터넷의 정보대로 파손된 필터를 빼 냈고, 그리고 아마존으로 동일 규격의 필터를 주문했다. 이제 필터 오면 잘 끼워서 소중하게 다루면 될 것이다.
이 카메라를 2년전에 집에 갔을때, 내동생이 내가 쓰기 좋게 조합해서 전문가급으로 실비에 장만해 준 것인데, 사실 2년가까이 별로 손도 안대고 방치하고 있었다. 무거워서. 작은 캐논 카메라로 살다가 그것 수명 다 한후에 올림푸스 방수 디카라는 비슷한 급의 작은 카메라를 또 갖고 놀았는데,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을 좀 잘 쓰고 싶은 마음에 DSLR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아직 이것을 제대로 맞춰서 쓸줄도 모르지만 대충대충 찍을때조차 사진 맛이 다르고, 일단 손에 익자, 미니카메라는 도무지 답답해서 성에 안찬다는 느낌. 이제는 이 카메라가 아니면 안될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유리 깨졌을때, 아주 암담한 기분이 잠시 스쳤었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자동차는 급수를 낮춰도 그만이지만, 카메라는 급수를 낮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오바마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덕분에 큰 돈 안들이고 차를 바꿀수 있었는데, 혜택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소형차를 사는것이 이익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끌고 다니던 밴을 보내고, 소형차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큼직한 밴을 끌고 다니다가 승용차 소형을 운전하려니까, 아주 숨이 턱턱 막히고, 뭐 그런 기분이 조금 들었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차는 내가 가고싶은 곳으로 굴러가 주기만 한다면 된다'는 생각이었으므로 차의 크기나 가격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고, 뭐 잘 적응해서 살고 있다. 차는 가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그런데, 카메라는, 차하고는 다르다. 차는 목적지까지 가기만 하면 되는거지만, 카메라는 똑같은 대상을 찍어도 사진 결과에 차이가 나므로, 그냥 '찍기만 하면 된다'로 만족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뭐 차에 대해서도 '목적지까지 얼마나 미끈하고 유연하고 폼나게 가느냐'에 목숨을 걸을수도 있겠다. 나는 차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안 쓰는 것일뿐. 카메라는 '눈'인데, 내게 '눈'은 아주 중요하다. 이 카메라를 본래의 재능대로 내가 잘 활용할수 있도록 가끔 책도 들여다보고 그래야 하는데. 나는 대충대충이 문제다. 이거 고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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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각난 김에 나의 카메라의 역사:
1. 고등학교때 사진반을 했다. 코니카 반 자동 카메라, 우리 아버지것을 몰래 몰래 꺼내다가 사진을 찍었다. 딴애들은 커다란거 갖고 다니면서 폼 잡았는데, 나는 그냥 대충대충 찍었지만, 가을에 하는 '가을 전시회'에 작품도 내고 그랬다. 그런데 그때도 나는 인물 사진을 많이 찍었다. 공원에서 모르는 아이들 찍은 사진이었다. 우리 엄마가 그 모르는 아이 찍은 사진 작품을 그후로 약 20년간 집에 걸어놓으셨었다. 그애가 커서 시집을 갔겠다. 하하하.
2. 대학생때 신문사에서 사진기자 친구가 사진 작업 하는거 도우면서 암실 작업도 조금 했다. 하지만, 사진기자의 영역과 글쓰는 기자의 영역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서 그냥 맘편하게 글이나 쓰면서 살았다. 그때 만약에 사진/글 영역이 구분되지 않았다면 아마 사진작업도 했을텐데...
3. 2002년에 캐논 디지탈 카메라에 입문. 디카 1호
4. 2004년에 그것 떨어뜨려서 망가뜨리고 잠시 여행도중 아주 싼 삼성 카메라 하나 장만 디카 2호.
5. 2006년에 캐논 디카 꽤 좋은 것으로 다시 장만 디카 3호
6. 2006년에 올림푸스 디카 역시 좋은것 선물받음 디카 4호 (놓아두고 있다가 2008년에 캐논 디카 망가져서 사용시작)
7. 2007년에 서울에서 캐논 DSLR 및 종합세트 선물받음 DSLR 1호 (2009년 9월부터 본격적 사용 시작)
그 필터를 오늘 아작내서 새로 주문함 (2009년 9월 27일).
* 디카가 몇년 못 견디고 아작이 나는 이유: 기록용으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눌러댔으므로, 자연수명 다 하고 죽었으리라 추측.
아, 주문한 필터가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조심스럽게 모시고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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