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미소니안 국립 미국 미술 박물관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merican Art and Portrait Gallery)에 가기 위해 메트로를 타고 가던중 발견한 맥도날드 광고:
"They would friend each other."

조동사 would 다음에 본동사가 나와야 할 위치에 'friend' 라는 단어가 나왔다. They would 'make' friends each other 라고 하거나 They would be friends each other 라고 하면 평범할 것 같은데, 이 경우에 friend 는 복수형 friends 를 취해야 한다. They would 'love' each other 라고 말하면 정상적이다. 그런데 이 문안에서는 They would 'friend' each other 라고 적혀있다. Friend 가 동사로 씌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면 friend 가 동사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가? 혹시 비문에서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befriend' (친구가 되다)라는 동사는 따로 있다.
그러면 They would friend each other 는 도대체 무엇인가? 맥도날드가 시도한 언어의 파괴 혹은 변형이다. 새로운 영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이전에도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다.
"We are loving it"
이라는 문안이 그것이다. 동사 Love 는 --ing 가 붙지 않는 어휘이다. 우리가 영문법 공부할때 --ing 가 붙으면 안되는 어휘, ing 가 꼭 따라다니는 어휘, 이런 사항들을 달달 외운게 된다. 이런 문법사항은 '영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 학생들도 별도로 공부하기도 한다. 애매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이를 과감히 깼다. love 를 현재진행형으로 쓰겠다고 선포를 한 셈이다. 사전을 편찬하는 골수 순수언어주의자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 기절을 하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언어를 오염시킨다고 게거품을 물고 분개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현상을 구경하는 방관자 일 뿐이다.
"They would friend each other."
비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아 보는데는 문제가 안되고, 어쩌면 너도 나도 이런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을 미국미술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합당한가 고민을 조금 했는데, 이 역시 미국의 풍경이고, 이런 것들이 모여서 미국미술을 이뤄나간다고 판단되어 이곳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september 2009 rf
추가:
필라델피아에 다녀 오는 길에 도로변 광고판에서 발견한 또다른 문안, 동일한 제품:
"We are pleased to MEAT you."
우리는 당신에게 '고기'를 대접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meet 라는 단어 대신에 '동음이의어' 인 MEAT (고기)를 사용. 재치 넘치는 문안이다.
팝송엔 loving 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던데요..
답글삭제미국에 계시군요 -
반갑습니다. 예 그렇지요, 시나 광고문안에서 기존의 '문법 (prescriptive grammar)'을 '생무시'하는 파격이 많이 등장하게 되지요. 저는 그냥 관찰하면서, '아 저렇게 파격이 발생하는구나...'생각하지만, 이거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언어학자들도 있고요. 돌아다닐때, 이런거 관찰하면 재미있는데, 동행하는 사람들은 싫어해요 - 왜 뭐 난생처음 온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느냐 이거죠. 하지만 이 세상에는 '난생처음' 보이는것들이 아주 많은데...좋은 하루 되시길~ (나로님 옛날 흑백사진들이 하도 따뜻해보여서 즐겨찾기 지정해놓았는데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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