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6일 토요일

SAT-2, 외국어 시험장에 갖고 가야 할 도구들

미국이 초 강대국이고 선진국이지만, 가끔 아주 의외의 현상을 발견 할 때도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한 SAT 시험에서 과목별로 치는 외국어 시험, 그 외국어 시험을 치르는 학생은, 시험장에 갈때 CD 플레이어와 해드폰을 갖고 가야 한다. 

 

외국어시험은 학생에 따라서 각자 상이한 언어를 신청하여 시험을 치는데, 가령 똑같은 시험장에 앉아서 아무개는 독일어 시험을 치고, 또 아무개는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제각각 자신이 선택한 외국어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어 시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듣기 평가가 있으니, 듣기 평가 하려면 오디오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학교에 그런 비슷한 시설도 없고, 랭기지 랩도 없고.  그러니까, 시험 치는 학생들이 각자 시디 플레이어를 갖고 와야한다. 남한테 방해되면 안되니까 헤드폰도.

 

그것도 반드시 시디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외국어 듣기 평가가 시디에 담겨져 있으니까.

 

우리집에서는 지홍이가 4년쯤 전에- 탈라하시에 살때 외국어 시험을 친 적이 있었다.  그때 애가 멋모르고 시험장에 갔다가, 시디 플레이어를 지참해야 한다는 말에 혼비백산을 해가지고 부랴부랴 다시 집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시험장이 내가 다니던 주립대에 있어서, 내가 쌩하니 왔다리 갔다리해서 해결할수 있었다.)

 

4년이 흘러 이번엔 찬홍이 차례가 되었고 (지팔이 놈은 외국어 시험을 11학년때 해결했는데, 찬홍이가 12학년 막바지에 하면서 이런 시간의 격차가 생겼다.)  역시 찬홍이도 지팔이놈이 끌고 갔던 그 시디 플레이어를 갖고....시험을 치러 갔다.

 

 

그런데, 지팔이와 찬홍이가 끌고 간 그 시디플레이어가 뭐냐...하면...우리집 왕땡이만한, 왕따시 커다란 붐박스다.  하하하.  우리집에는 휴대용 시디플레이어가 그때나 지금이나 없고, 요즘은 그거 휴대용 사기도 힘들걸. 죄다 MP3 로 음악 듣는 시대니까.  아무튼, 오늘 찬홍이는 그 왕땡이만한 붐박스 (음악전용 라디오, 시디플레이어)를 '안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 마치고 나온 찬홍이에게 : "야야, 너처럼 큰거 같고 온 애 또 있었니?" 하고 물어보니, 찬홍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하하. 다들 조그만 휴대용 기기를 갖고 왔다는 것이다.  어떤 애는 포장도 안뜯은 휴대용 시디 플레이어를 갖고 와서 시험장에서 뜯어서 쓰더라고. 하하하.  찬홍이, 완전 돌쇠 같이 보였겠다.  왕따시 커다란 라디오를 끌고 온 '이상한 애.'

 

그런데

그 와중에 찬홍이가 선행을 한 것이 밝혀졌다.  어떤 애가 시험 시작하기 전에 사색이 되었는데, 헤드폰이 말썽이었다고 한다. 시디 플레이어와 헤드폰을 갖고 왔는데, 그 애의 헤드폰은 완전 음향전문가들이 쓰는 어마어마한 헤드폰. 그런데, 그 헤드폰을 시디에 꽂아야 하는데 서로 안맞는거다. 꽂을수가 없는거다. 난리가 난거다.  마침 찬홍이가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사이즈가 다른 기기들을 연결해주는 어댑터가 손에 잡히길래, 그 어댑터를 건네주어 그 왕따시 헤드폰을 갖고와서 찔찔매던 아이도 시험을 무사히 치렀다고.

 

찬홍이는 그러면 왜 그런것을 호주머니에 갖고 다녔을까? 

찬홍이는 음향분야에 흥미가 많아서 호주머니에 음향 관련 여러가지 소품들을 늘 갖고 다닌다고 한다. (이상한 애야...)

 

아무튼,

찬홍이 픽업하러 가보니, 학교 현관에서 기다리다 나오는 찬홍이 등에 학교 가방. 찬홍이 두 팔에 왕눈이만한 라디오.  아주 혼자 봐주기 아까운 장면이었다.  하하하.

 

 

댓글 4개:

  1. 그런 해괴한 장면은 사진을 하나 찍어두셨으면 좋았겠지요. 왕눈이 만한 오디오라면 아이들 방에 있던 흰색 플레이어를 얘기하는 거지? 권총을 가지고 가야할 곳에 탱크를 몰고 간 격이군.



    그래도 찬홍이가 누군가를 도와줬다니 대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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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씨 - 2010/11/08 10:05
    댁에 있는 시디 포터블 플레이어 갖고 가실때, 잊지 말고 배터리 챙기셔야 해요. 교실에서 플러그 꽂고 사용하기 힘드니까, 반드시 몸체에 배터리 넣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보고요~



    시험장에 이런거 갖고 가는거 자체가

    군대 갈때 총이나 대포, 탱크 이런거 지참하고 가는 식인거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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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ing - 2010/11/07 13:01
    응, 그거. 애들이 그거를 '붐 박스'라고 하대. 음악이 붐 붐 붐 붐 하고 울려서 그런가봐.



    요즘은 내가 오페라 아리아 틀어놓고 주로 듣지.



    찬홍이는 애가 착하고 차분해서...믿음직해. 어딜가나 자기몫을 잘 하는 사람이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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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정보였습니다.. 저한테는.. 울아들이 공부를 건성으로 하던 아이라 sat 2그 과목별 시험을 보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모르던 이야기.. 집에 하나 있는거 버리지 말아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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