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verbend Park 에서 Great Falls Park로 향하는 강변 오솔길에서 붉은 왕관을 쓰고 있는 딱따구리 (pileated woodpecker)를 발견했다. 마침 나지막한 강변 나무 줄기에 매달려서 나무를 쪼아대고 있었다. 대개 딱따구리가 숲에서 발견될때는 높다란 나무 기둥에 매달리는 식이라서 육안으로 발견을 해도 사진 촬영은 힘든데 (망원카메라나 큼직함 DSLR이라면 좋겠지만 똑딱이로는 포기를 해야 한다) -- 오늘은 운이 좋았다. 내 똑딱이가 포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발견이 된 것이다.
그래서, 똑딱이로 동영상을 찍었다. :)
딱따구리를 발견하여 촬영한 나무 밑에서, (너무나 기쁜 나머지) 무슨 탐사대 대장처럼, 셀프 기념촬영. 하 하 하. 아침에 얼음이 얼을 정도로 추웠다. 그래서, 털벙거지 쓰고 단단히 차리고 나갔는데, 해가 뜨면서 날이 따스해졌다. 그렇지만, 돌아올때도 모자를 벗지 않았다. 쌀쌀했다. (목소리...도...나쁘지 않은거 같애... 앞으로 혼자서 다큐 찍으면서 돌아다니는 뭐냐 그 인디펜던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그거 해도...될거 같어. 장비 좋은거 사가지고... :) )
아. 비디오 장비 가볍고 좋은거 사가지고 제대로 트래킹 다녀봐?
(----> 너 그러다 백수 되겠다는거냐? 학교나 잘 다녀라.....)

저는 딲딱 거리는 소리만 들어봤어요.. 실물은 보기 어렵잔아요..
답글삭제목소리도 근사해요.. 미국여자같애요..히히..
오늘 아주 럭키하신듯..^^..덕분에 실물 사진을 다보네요..
@사과씨 - 2010/11/08 07:24
답글삭제My life as a dog 개같은 내인생 으로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1985년 스웨덴 영화가 있거든요. 참 아름다운 영화인데요. 저는 숲속에서 딱따구리 소리를 들으면 그 영화가 떠올라요.
왜냐하면, 소년이 시골집으로 보내져서 지내는데 (내가 어릴때 가족들과 떨어져서 할아버지댁에서 보낸것과 똑같죠) 그 마을에서 여름내내, 지붕고치는 망치 소리가 났어요. 똑딱똑딱 망치소리, 매일 매일 이어지는 그 보드라운 나무 망치소리. 영화속에서 나오는 망치소리는 시계추가 똑딱거리는 소리처럼도 들리고, 우리 삶이 똑딱거리고 흘러가는듯한 평화로운 이미지를 전해줬는데, 나는 그 소리가 딱따구리 소리같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 숲속길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들려오는 딱따구리 소리를 들으면서 -- 아 저소리, 지붕고치는 소리 같구나 했죠.
오늘 햇살이 눈부시고도 아련했고, 천국의 빛은 이럴거야 하는 상상이 될 정도로 뿌옇고 푸른 기운으로 가득찼는데, 그때 숲속 여기저기서 딱따구리 소리가 들린거지요. 그중에 한놈은 마치 "나 여기있으니 와서 보렴" 하듯 아주 낮은 나뭇가지에까지 온것이고요.
내가 받은 이러한 선물들은, 돈주고 살 수 있는것도 아니고, 온전히 그 순간 거기서 향유할수 있는 극진한 것이라서...그래서 오늘 하루 고요하고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