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테 카나와 가 부르는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요즘 여자 가수들의 오페라 아리아를 듣는 시간이 많다. 우리집에 널려 있는 음반중에서 '악기 독주곡' 음반들은 대개 내가 구입한 것 들이고 (첼로,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오페라 관련 음반들은 우리집 P 선생의 수집품들이다. 나는 ...그러니까...오케스타라 곡들보다 독주곡을 즐겨 듣는 편이고, 가끔 '...협주곡'들을 듣는 정도이다. 그러니까, 난 복잡한게 싫고, 뭐든 단순 명쾌해야 하고, 악기도 한가지로 집중하는게 좋고 뭐 그렇다. 뭐든 복잡하면 골치가 아프다. 음악도.
P선생은 오페라를 좋아하는데, 내가 내 평생에 가서 직접 본 오페라는 세개이다. (뭐 하도 안가서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것이지.... 뮤지컬은 많이 가서 몇개인지 기억이 안난다...)
1. 푸치니 - 나비부인 -- 세종문화회관 -- 중학생때.
2. 한국 오페라 작품 -- 이순신? 안중근? -- 예술의 전당 -- 한 십여년전에. (뭔지 기억도 잘 안난다...)
3. 모짜르트 - 피가로의 결혼 -- 플로리다 주립대 루비 다이아몬드 홀
이렇게 딱 세가지. 내가 본 오페라이다. ㅋㅋㅋ.
나는 집에 돌아다니는 각종 세계적이고도 역사적인 성악가라는 사람들의 독주곡집이나 아리아 곡집이나 뭐 이런것을 심심할때 듣기도 하는데, 그때에도 내 선택은 확실하게 정해져있다 -- 남자 가수들의 음반만 듣는다. 클래식 라디오에서 남자 성악가의 노래가 나오면 대충 가수가 누군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남자가수들의 음색에는 친근함을 느끼는 편이다. 여자 가수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고, 오래 듣지도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성악가는 '신영옥'씨이고, '마리아 칼라스'와 '키리테 카나와'의 음반을 내 돈 주고 한장씩 사 본 적은 있다. 조수미씨의 음성은 기름지고 화려하지만, 그이의 노래를 한곡 이상 들으면 ... 그만 듣고 싶어지는데, 그 이유는, 내가 단것이나 기름진것을 잘 못먹는 것과 관계가 있다. 너무 달고 너무 기름져서 과도하게 먹을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조수미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다. 내 취향의 문제. 그러니까, 나는, 건조한듯 섬세하고 약한듯 꼿꼿한, 조선 백자 같은 그런 음성을 좋아한다. 여자 가수들의 노래는 어쩌다 들어도 오래 못듣고 꺼버린다. 내 신경을 피곤하게 하는 어떤 핏치가 있는듯 하다.
그런데,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요새, 집에서 허드레 일하면서 음악 틀어 놓을때, 그러니까 청소라든가 설겆이라든가, 그런 허드레 일 할때, 곧잘 여자 성악가들의 음반을 틀어 놓고 듣는다. 왜?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문득, 여자 성악가들의 음성이 따뜻하게 느껴지는거다. 전에는 피곤하게 느껴지던 음성들이 요즘은 따뜻하고 발랄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꽤 열심히 듣고 있다. (뭐냐, 이건...)
그러니까,
살면서,
난 이거 좋고 이거 싫어라던가, 나는 누가 좋고 누가 싫어라던가, 그런 단정을 간단히 내리지 않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마음은 변한다. 좋던게 싫어지기도 하고, 싫던게 좋아지기도 하고. 친구가 애인이 되기도 하고, 애인지 웬수가 되기도 하고. 뭐, 또 어떤 무엇이 특히 재미있게 내 앞에 다가올지 모르니, 기대를 갖고 살아봄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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