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나의 막내 동서 소민이 엄마가 애들을 끌고 우리집에 민폐를 끼치러 와서 장장 한달을 우리집에서 깽판을 치다 갔는데 (^^*), 그때, 소민이 엄마 편에 내가 우리 엄니하고 언니를 위한 선물을 사서 보냈다.
우리 집 근처에 몇개 널려있는 큼직한 아웃렛 중에서 리스버그 쪽에 있는 아웃렛에 버버리 점이 있어서 한국에서 손님들이 오시면 주로 그쪽으로 안내를 한다. 거기서 뭔가 사다가 한국의 가족에게 선물하면 좋아한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의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것이 이쪽 아웃렛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가보면, 할인매장이라도 값이 싼것이 아니라서 나를 잔뜩 주눅들게 만든다.)
아무튼, 우리 막내동서도 그쪽으로 쇼핑을 갔는데, 알뜰한 아낙이라 입 벌어지게 비싼 버버리 제품은 만져도 못보고 아주 저렴하고 실속있는 것들만 골라 갔다. 나도, 내것은 감히 돈 아까워서 못사는데, 그래도 우리 엄니하고 우니 언니것은 이름있는 것을 사고 싶었다 (하도 마님들이라...)
그래서, 그 쪄죽게 진땀나는 한 여름에 내가 산것이, 버버리 누비 반코트였다. 그것이 제철이 아니라 할인폭도 제법 컸거니와, 디자인도 애들 말로 별로인데, 내가 보니까 이동네 아주머니들이 이것 한가지씩은 꼭 있더라. 한국에서 온 부인들도 이것 한장을 꼭 사가고, 귀국하는 부인들도 이것을 한장은 꼭 사가고, 뭐 부인들의 필수 아이템인걸까? 그래가지고 내가 큰 맘먹고, 똑같은 디자인으로 싸이즈만 다른 코트 두장을 샀다. 하나는 내 몸에 딱 맞는것으로, 하나는 펑퍼짐하게 큰 것으로. 우리 언니는 나하고 체격이 일치하니까 딱맞는것으로, 엄마는 노인이시고 옷이 편안해야하니까 펑퍼짐한 것으로. (노인 분들은 몸에 끼는 옷은 불편해하신다).
그런데,
지난 여름에 내가 한국에 갔을때, 우리 엄니가 그 코트를 꺼내 주셨다. "니나 갖다 입어라~"
내가 가만 보니까 코트 여기저기에 유화 물감도 묻어있는 것으로 보아, 엄니가 쌀쌀한 계절에 이걸 입고 그림을 그리고 그러셨나보다. 옷이 누비라서 가볍고 따뜻하긴 한데, 엄마한테 좀 낀다고 불편하댄다. 안 입을거란다. (원래 우리 엄니는 누비옷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누비 옷을 보면 -- 엄니 말로 "뙤년"들 같다고 한다. '뙤년'이란 뭐냐하면, 옛날에 한국전 난리통에 중공군들이 쳐내려 왔는데, 그때 여자들도 있었나보다. 여자 중공군인가? 아무튼 중국인 여자들도 그때 막 쳐내려왔는데, 그 여자들이 누비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가지고, 난리가 지긋지긋했던 우리 엄니는 누비옷만봐도 신물이 났던 모양이다. 하하하.
어쩌면 엄마는 처음부터 저 비싼 바바리 누비 코트가 맘에 안들었을것이다. 내가 보내준거라, 그냥 좀 입는 시늉을 하다가 말았을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난 여름에 다시 회수해가지고 왔다. (저 큰거를 나보고 입으라고?)
내가 그냥 그것을 옷장에 걸어놓고 있다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생각이 나서 학교 근처 한국인이 운영하는 세탁소에 가지고 갔다. 여기저기 묻어있는 유화물감좀 지워달라하고. 그리고 "이것 품좀 줄여주실래요?"하고 물으니 세탁소 아주머니께서 나보고 한번 입어보란다. 그러더니, "엄마가 주신건데 줄이지 말고 그냥 입으세요. 엄마가 아니면 누가 그런걸 주겠어요." 이러신다. 품이 아주 크지도 않다고. 그냥 입어도 보기가 좋단다.
그래서 품 줄이기는 포기하고 세탁만 맡기고 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내몸에 딱맞는 것을 사서 보내는건데...)
(*근데, 작년 여름에 그 선물을 사서 보내고, 내가 너무너무 배가 아픈거라...나도 하나 갖고 싶다 이거지. 그래가지고 내가 P씨를 끌고 발바리 매장에 가서 -- 나두 이것 하나만 사조라. 엄마하고 언니도 하나씩 있다. 이동네 부인들 이거 다 하나씩 있다. 나만 없다. 이러고 징징댔는데, 근데, P씨가 절대 안사주는거다.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다 이거다. 그래가지고는 나를 강아지처럼 끌고 다른 매장으로 가더니 비슷한거, 비슷하지만 훨씬 저렴한거 (-_-++) 그거를 골라가지고는 입어보라는거다. 그거 입어보니딱 맞았다...그래서, 내가 지난 겨울 내내 빨간 누비 자켓, 그거 잘 입긴했다..마..는... P선생, 나한테 그러는거 아니다... 그 할인매장에서, 더 할인된 가격에, 그거 하나 사달래는데... 어쨌거나... 엄니가 줬으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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